대화고(권오섭 교장)의 대표적인 봉사동아리 ‘모꼬지 소금꽃’(이하 소금꽃)은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반찬 봉사활동을 매달 두 번씩 꾸준히 하고 있다.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어르신들에게 가져다드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학교에 등교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소금꽃 동아리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책임감과 정성으로 음식 만들어
요즘 고등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한다. 학업에 쫓겨 음식을 만들 기회나 시간은 아예 없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소금꽃 동아리 활동은 시작이 좀 어렵다.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과정들을 학생들 대다수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금꽃 덕분에 칼질을 처음 해봤고, 프라이팬을 사용하거나 부침개를 뒤집는 것도 처음이라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학생들 대부분이 달라진다. 1학년 김준희 학생은 “부침개를 처음 부치며 많이 부서뜨렸는데, 그걸 할머니께 가져다드릴 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다음부터는 음식을 만들 때 책임감을 갖고 정성껏 만들려고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소금꽃은 1~3학년이 함께 활동을 하기 때문에 선후배간의 우정이 돈독하다. 특히 음식을 함께 만들며 배우는 시간이 많기에 선배들의 조언이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2학년 함승연 학생은 “프라이팬을 다룰 줄 몰라 몇 번 데고 난후에는 후배들에게 프라이팬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꼭 알려준다”며 “조리기구 사용에 대한 것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났을 때 주의해야 할 점 등 선배들이 해 준 조언을 지금은 후배들에게 상세히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의 의미 깨달으며 성장
소금꽃 학생들은 매달 2주차엔 국과 찌개, 반찬 등 밑반찬을 준비하고, 4주차엔 김치를 담아 독거노인 댁을 방문한다. 여름엔 삼계탕, 겨울엔 김장김치, 명절엔 명절 음식을 준비해간다. 토요일 오전 황금 같은 휴식 시간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나와 음식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간단히 점심을 만들어 먹은 후 독거노인 댁으로 반찬 배달을 나간다. 처음엔 노인들과의 만남이 어색해 반찬을 전하며 인사만하고 돌아오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져 사진도 찍고 간식도 함께 먹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2학년 이승연 학생은 “할머니들께서 갈 때마다 손 잡아주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지금은 할머님들과 많이 친해졌다”며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면 다음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전했다.
사실 소금꽃 활동은 어머니들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장보기부터 반찬 만들기와 배달까지 학생들의 힘으로 해결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제법 많다. 이를 묵묵히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어머니들의 노고 덕분에 학생들은 봉사활동의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소금꽃은 땀을 흘리고 난 후에 피는 꽃이다. 학생들이 흘린 땀만큼 소금꽃은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미니인터뷰
함승연 학생
소금꽃에 들어오기 전까지 요리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프라이팬을 사용하다 데고 양파를 썰면서 눈물도 흘렸지만 할머니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항상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 선후배와 함께 어울려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런 면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어요.
이승연 학생
봉사활동을 하면서 요리하는 법부터 시작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대하는 자세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서비스분야로 진로를 계획하고 있는데 소금꽃 활동 덕분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책임지는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임창현 학생
어르신들께 드릴 요리를 만들고 난 후 반찬 배달을 가기 전에 점심도 함께 만들어 먹는데 그러면서 동아리 친구들과 더 친해졌어요. 반찬만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뵐 수 있어 봉사활동이 더 뜻 깊은 것 같아요.
기홍관 학생
선배들로부터 칼 다루는 것과 요리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친해질 수 있었죠. 주말에도 쉬지 않고 나와 반찬을 만들고 가져다줘서 고맙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칭찬을 들으면 뿌듯해집니다.
구소정 학생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에 소금꽃 동아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동아리 면접 때 어떻게든 소금꽃에 꼭 들어가고 싶어 못하는 노래와 춤까지 추면서 제 열정을 보여줬지요. 제가 좀 소극적인 성격인데 동아리 활동을 하며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답니다.
김준희 학생
지난해 독거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기사를 접한 후 노인들의 쓸쓸한 노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드리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소금꽃에 들어오게 됐죠. 저희들을 반겨주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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