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능 개편안의 향방은?

수능 개편 시안, 절대평가 VS 상대평가 최대 쟁점
수능 절대평가만으로 입시 부담 줄지 않는다. 내신 절대평가 선행되어야

이선이 리포터 2017-08-18

교육부가 지난 8월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고, 이어서 다음날인 8월 11일 오후 4시에는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첫 번째 권역별 공청회(서울·경기·인천·강원)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발표된 시안의 내용 중 수능 절대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최대 쟁점이 되었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은 4차례에 걸친 권역별 공청회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교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8월 31일(목)에 최종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의 주요 내용과 공청회의 쟁점사항, 그리고 이에 대한 강남 교사들이 의견을 정리해봤다.
도움말 신동원 교사(휘문고등학교 교장)·오장원 교사(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진학부장)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주요 내용
이번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은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의 기초 소양을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고자 2015년에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개편의 방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을 반영해 기초 소양 함양과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선택과목을 활성화하며, 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수능 과목과 점수체제, 평가방식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시안에 따르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으로 신설되고 기존의 탐구 영역 선택과목은 최대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축소된다. 쟁점이 되는 절대평가 부분은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 하는 1안과 전 과목들 절대평가 하는 2안으로 나누어 두 개 안을 제시했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주요 내용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 축소 : 최대 2과목 → 1과목
수능 출제범위 : 2015 교육과정상 공통과목 및 일반선택과목
직업탐구영역 : ‘성공적인 직업생활’ 1과목 통합 출제
제2외국어/한문 : 절대평가 적용
절대평가 과목 확대 : (1안) 일부 과목 절대평가 / (2안)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EBS 연계 개선방향 : (1안) 연계율 축소·폐지 / (2안) 연계율 유지, 연계방식 개선

▒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확대 1, 2안

 2018 수능(현행)2021 수능
<1>
일부과목 절대평가
<2>
전과목 절대평가
1국어국어국어
2수학
/나형 중 택 1
수학
/나형 중 택 1
수학
/나형 중 택 1
3영어영어영어
4한국사한국사한국사
5-통합사회·통합과학통합사회·통합과학
6탐구
(1)
사회탐구
9과목 중 최대 택 2
탐구
(1)
사회탐구
9과목 중 택 1
탐구
(1)
사회탐구
9과목 중 택 1
과학탐구
8과목 중 최대 택 2
과학탐구
4과목 중 택 1
과학탐구
4과목 중 택 1
직업탐구
10과목 중 최대 택 2
직업탐구
단일과목
직업탐구
단일과목
72외국어/한문
9과목 중 택 1
2외국어/한문
9과목 중 택 1
2외국어/한문
9과목 중 택 1


2021 수능 과목 조정
‘통합사회·통합과학’ 신설, 탐구 선택은 1과목

2021학년도 수능부터 신설되는 시험과목은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기존에 2개 과목을 선택했던 사회탐구·과학탐구와 같은 선택과목은 1개 과목 선택으로 줄일 계획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선택 1과목(사회탐구/과학탐구/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의 최대 7과목까지 응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능 출제범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상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으로 한다. 국어, 수학, 영어, 선택, 제2외국어/한문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고1~3)에서 출제하며,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공통과목이라는 교육과정 특성상 고 1 수준으로 출제한다. 한국사는 현행 수능과 마찬가지로 응시 필수과목으로 미응시할 경우 성적표가 제공되지 않으며, 다른 과목들은 자유롭게 응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과목별 구체적인 출제범위, 문항 수, 배점, 시험시간 등은 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후속연구를 통해 2018년 2월 말까지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2021 수능 과목별 개편
수학 영역은 현재와 같이 유지, 과학Ⅱ 과목 제외

수학 영역은 현재와 같이 ‘가형/나형’으로 분리 출제한다. 문·이과 구분 없는 융·복합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수학을 통합 출제해야 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진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학습 요구도에 따라 응시가 가능하도록 수학을 분리 출제한다.
과학탐구 영역에서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와 같은 과학Ⅱ 과목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Ⅱ는 학생의 진로를 위해 교과 융합, 심화 수업 등을 하도록 설계된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를 적용한다. 이로써 그동안 제2외국어 학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학생들이 상대평가에서 높은 등급 받기 위해 아랍어 등으로 몰리는 왜곡된 현상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BS 수능 연계 : 2개안 제시
1안-연계율 축소·폐지, 2안-연계율 유지와 방식 개선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추진해온 수능-EBS 70% 연계는 교과서 대신 EBS 교재 문제풀이 수업, 영어지문 해석본 암기 등 학교 현장의 교육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수능-EBS 연계 개선방향에 대해, 1안으로 수능-EBS 연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 2안으로 연계율은 유지하되 연계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교대 공청회 현장,
절대평가 1, 2안에 대해 팽팽한 지정토론

지난 8월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첫 번째 공청회에서는 발표한 시안에 대한 설명과 지정토론자 4명의 지정토론에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지정토론에는 이찬승(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송현섭(도봉고등학교 교감), 안성진(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김선희(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회장) 등 4명이 참여했다.
# 이찬승 대표는 “현재의 수능 9등급 상대평가가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크고 시대착오적이어서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을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수능 상대평가의 폐해에 대해서는 “객관식 시험으로 학생들을 줄 세워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1안처럼 일부과목만 절대평가가 되면 국어와 수학의 입시영향력이 강화돼 진로적성에 맞는 교육과정에 반하는 시안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내신 절대평가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송현섭 교사는 “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는 대입전형의 측면에서 보면 수능 절대평가가 궁극적으로 맞지만, 학생 선발의 입장에서 보면 전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때 등급간 변별력 분제, 과목 간 난이도 차이 문제 등으로 수능은 학생 선발도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선발도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1안(일부과목 절대평가)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 안성진 교수는 “학생부 중심의 수시 비중은 늘고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시는 축소(26.3%)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할 경우 동점자 규모가 커져서 대학의 공정 선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학생부 교과와 같은 다른 전형요소가 정시에도 작용하게 되고 정시전형은 의미가 없어진다. 대입전형 전체를 학생부, 특히 교과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은 학생부가 평생토록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패자부활전형도 남겨두어야 할 것”이라고 1안을 지지했다.
# 김선희 회장은 학부모 입장에서 “학부모들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데 교육정책은 5년마다 바뀌고 있다. 학생을 위한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학부모가 이해할 수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소통과 이해를 구한 다음에 실행에 옮겨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현직 교사, 학부모들 참여한 자유토론 뜨거운 논쟁
지정토론에 이어서 진행된 자유토론은 훨씬 열기가 뜨거웠다.
# 절대평가 찬성 입장 : 현직 교사 A씨는 “아이들은 지나친 경쟁 상태에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면 좋겠다. 상대평가로 아이들을 억압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수학교사 B씨는 “1안의 경우 수학이 입시 변별력을 갖게 되고 학교 수업은 수능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수학적 개념을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설명하는 도구로써 가르치게 되지 않고 수능 풀이 방법을 가르치게 된다. 절대평가로 가더라도 9등급제는 지금 수능과 큰 차이 없이 대학의 선발만을 고려한 개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절대평가 반대 입장 : 전직 교사인 C씨는 “지금 대학 잘 가려면 내신, 논술, 수능 다 준비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선택하게 할 순 없는가. 입시에 학교 내신이 반영된 지 오래됐는데 어떻게 학교 정상화가 아직도 안 되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들이 선생님 눈치 보느라 학교의 노예가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다소 격하게 말했다.

교육특구의 일반고 학부모인 D씨는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과 정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내신은 주요 과목에서 한 문제 틀리면 끝나기 때문에 그야말로 피 말리는 경쟁이다. 비교과를 준비하는 학원도 많고 부모의 정보와 경제력에 따라 비교과 수준이 달라진다. 학종에 들어가는 비용을 안다면 수능 절대평가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아이가 열심히 노력한 것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절대평가를 강하게 반대했다.


강남 교사들이 바라본 ‘2021 수능 개편 시안’

신동원 교사 
(휘문고등학교 교장)
- 절대평가라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거나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변수가 많아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1학년 때 배운 것을 3학년 때 다시 수능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데 8단위 과목이라 학습 부담이 크다. 사회와 과학은 개념 중심이기 때문에 암기할 것이 많고 단순히 이해만 해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또한 대학들의 반영비율과 등급 간 점수 차에 따라 입시 영향력이 달라지므로 대학입시에서 변수는 더 커질 수 있다.
- 2018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영어 절대평가도 마찬가지다. 등급 간 감점 폭이 크지 않은 대학들만 고려해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한다면 입시에서 실패할 수 있다. 또한 등급 간 점수 차가 큰 대학들은 근소한 점수 차로 등급이 갈리므로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절대평가라고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 탐구 1과목만을 선택하게 되면 학종 대상이 아닌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않을 수 있으므로 3학년 탐구 과목 수업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또한 특정 과목 쏠림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지금도 사탐은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로, 과탐은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는데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2안인 전 과목 절대평가가 되면 정시와 수시로 나눠지는 현재 입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내신도 절대평가가 되어야 하며 정시는 무력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시와 정시를 합해서 학생부종합전형 형식으로 가게 된다. 결국 수능으로는 대략적인 학력수준만 파악하고 학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가져가게 된다.
- 이렇게 되면 학생부가 더욱 중요해져 고1부터 고3까지 관리를 잘해야 하므로 학교생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최상위권을 제외한 일반적인 청소년들 입장에서 한눈 한 번 팔지 말고 3년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면밀히 지켜본 교사라면 학생부 중심의 전형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전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장원 교사 (단국사대부고 진학부장)
-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위한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은 과도한 학습량과 문제풀이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융·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절대평가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선 수능 평가 문제의 변화, 즉 창의 융합형 인재를 판별하는 쪽으로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 절대평가는 수능이 아닌 내신 평가에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수능 절대평가에 반대한다. 시안 중 굳이 1안과 2안을 선택해야 한다면 1안이다. 2안인 전 과목 절대평가는 결국 정시가 무력화되거나 유지된다고 해도 학교 내신 성적이 결정적인 평가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대입에서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중심이라는 본래 대입 전형 취지가 무색해진다.
- 일각에서는 일부 과목을 절대평가 하면 수학과 국어의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영어 절대평가로 수학과 국어의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와야 그 주장이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영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느낌은 있지만 국어와 수학의 사교비가 늘었다는 느낌은 없다.
- 결국 중요한 것은 수능의 문제 형식을 바꾸는 것(EBS 연계는 안 된다.)과 내신 절대평가가 먼저이지 수능 절대평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시도 대입의 안정적인 한 가지 방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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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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