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의 일환으로 앞으로 모든 학생은 문이과를 막론하고 기초적 소양의 과학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소위 ‘통합과학’으로 불리는 과목의 정식명칭은 ‘공통과학’이며, 과목의 성격이 ‘통합과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앞으로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대치동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소위 잘나가는 학원은 자칭 통합과학 ‘드림팀’을 구성하여 통합과학 교재를 발간하고 설명회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필자도 최근 우연한 기회에 유명한 학원에서 발간한 통합과학 교재를 입수하여 보게 되었다. 기대와 달리 그 교재의 질은 형편없었고, 그 교재에 많은 학부모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이에 통합과학을 구분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을 학부모님들께 드리고자 이 글을 써본다.
과목간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먼저, 통합과학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보자. 통합과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의 각 과목들을 융합한 과목이다. 융합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서로 구별이 없게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물화생지’로 일컬어지는 과학의 하위범주는 사실 그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대상이 어느 것이냐, 어떤 것을 궁금해 하느냐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지구과학적 과학이 될 뿐, 모두 그 자체로 과학인 것이다. 기존 ‘물화생지’의 분류가 익숙한 사람이 아닌, 하나의 현상을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강사가 될 수 있는 과목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제주도에 가면 용천수라 부르는, 바닷가 근처에서 솟아나오는 지하수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 지하수를 학문적 용어로 ‘해저지하수’라 부르는 것이다. 만약 지구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해저지하수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해저지하수가 분포되는 지역의 지질학적 구조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만약 생물을 전공한 사람이 해저지하수 연구를 하게 된다면 해저지하수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해저지하수가 분포하는 곳에서 해저지하수를 먹이로 삼는 생물들을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융합과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해저지하수라는 현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해저지하수가 분출될 수 있는 지리적 환경부터, 강수량과의 관계, 주변에 존재하는 하천 등과의 관계부터 시작하여 해저지하수 속 화학 원소의 분포, 이를 먹고 사는 미생물과 동식물 등, 해저지하수라는 시스템이 갖는 의미의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과거 하나의 과목만을 전공한 사람이 갖기 힘들다.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과목을 넘나들며 공부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이다.
강사는 다양한 시각에서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어야
그렇다면, 진짜 통합과학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강사란 어떤 강사일지 생각해보자. 첫째, 기존의 ‘물화생지’에 익숙해져 수십 년간 단일과목만을 가르친 강사는 믿고 거르는 것이 좋다. 물론, 개인적인 지적 호기심이나 통합과학을 위해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도 있지만 한 과목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데 익숙해진 시야가 통합과학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 넓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존 과학 과목의 단원을 짜깁기 한 교재를 쓰는 강사라면 절대 가짜강사이다. 통합과학은 과목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지 벽을 허물지 않은 채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작업이 아니다. 잘 나가는 한식집에서 김치 하나, 양식집에서 파스타 하나, 일식집에서 스시 한 접시 갖다 놓는다고 퓨전 음식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집은 퓨전음식점을 흉내 내는 가짜 음식점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기존 물화생지 강사들로 팀을 이루어 순환식 강의를 하는 곳이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일 것이다.
셋째, 진짜 통합과학 강사는 하나의 현상을 하나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각 과목의 지식을 하나의 분석 도구로 이용할 뿐 그 분류에 억매이지 않는다. 부디 다가올 통합과학의 선택에 있어 현명하신 학부모님들의 올바른 선택을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방희근과학멘토
천개의 고원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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