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렇게 학원으로만 돌리는 게 맞는 건지

지역내일 2017-07-18

독일 교육학 석사 시절, 제일 귀에 익숙한 단어는 바로 ‘Schluessel Kompetenz’였다. 즉, 열쇠능력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이는 아이에 단 하나의 열쇠를 손에 쥐어 주면 아이는 그 열쇠로 여러 가지의 문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알파벳 A 하나를 배우면 그 A로 다양한 언어를 넘어서 음악의 음이름까지 섭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많은 What을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열쇠를 손에 쥐어줌으로 스스로가 수많은 문들을 열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이다.
독일어 통역을 위해 ‘Grund Schule(초등학교)’ 1학년 공개 수업에 참여했을 때였다. 의자를 뒤로 미루고 빙 둘러 앉은 아이들은 알파벳 A 하나를 가지고 두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생님은 아이들의 모든 판타지를 끄집어 내셨다. 수업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향한 단호한 질타 또한 인성교육 앞에 얼마나 엄한지도 느껴졌다.
결과와 목표는 인격적 교육에 선두자리를 내어준 것이 독일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유학시절이었다. 인격적 교육은 다소 느리게 보일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어설픈 결과 앞에 세워지는 설탕 자존감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걸어가 주는 인격적 교육이 먼저 세워진다면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바람이 불었던 창의 교육은 오히려 아이의 생각만 읽어주다가 교사의 권위가 아이의 호불호 밑으로 추락해 버렸다. 또 입시를 향해 달려야 하는 학교의 구조 교육은 아이의 인격은 간과 된 채 결과 앞에 저마다 낙인 찍혀버려야만 했다. 이렇듯 공교육과 사교육은 구조와 창의 교육 앞에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듯 하다.
어떠한 교육이든지, 중요한 것은 더디더라도 아이의 과정을 함께 걸어가 줄 수 있는 내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인격적 내면 교육은 바로 아이에게 열쇠를 손에 쥐어주게 될 것이다. 그 열쇠가 지금은 비록 문 하나를 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장하면 할수록 셀 수 없는 수많은 문을 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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