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송악면은 다양한 이야기가 많다.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일까. 크고 작은 협동조합은 물론,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살겠노라며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 중 ‘놀다가게’는 지난해 출발한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이 잘 놀고 싶어서, 우리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서 만든 마을 거점 커뮤니티 공간이다. 넉넉할 수 없는 시작점에서 조합원 스스로 인테리어를 하고 온갖 애정을 쏟아 완성했고 요즘 그들은 그 뿌듯함을 실컷 누리고 있다.
놀다가게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놀다가게는 지난해 4월 송악면 옛 문방구 자리에 들어섰다. 운 좋게도 송남초등학교를 바라보는 위치여서 등·하교 시간 아이들이 오가는 길을 안전하게 살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다. 마을교육팀을 결성해 방학 때면 마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방과후학교를 진행했다.
박민영(51) 이사장은 “전문실력을 갖춘 마을 교사를 초빙해 공부보다는 연극, 쿠키 만들기, 생태놀이, 눈싸움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한발’이라 부르는 공정여행팀도 만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송악을 골고루 찾아다니며 ‘이야기가 있는 송악마을지도’를 완성했다. 송악을 샅샅이 살펴 방문할만한 장소를 죄다 표시하고 설명한 지도다.
교육을 고민하는 조합원들은 함께 공립대안학교의 시작을 알린 경남 함안군 태봉고등학교를 견학했다. 권선이(46) 조합원은 “마을작업장학교의 필요성을 느껴 이곳을 갔다 온 것”이라며 청소년들을 위한 어떤 교육을 고민하고 있는지 내비쳤다.
지난해는 지역예술문화공간으로 이름난 강원도 평창에 있는 ‘감자꽃스튜디오’를 다녀왔다. 놀다가게를 중심으로 한 송악동네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윤곽이 보였다.
놀다가게 사람들. 좌부터 박민영 이사장, 정연옥 조합원, 권선이 매니저
선뜻 ‘마담’이 되어 놀다가게를 지키고
조합원들이 교육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그들만의 공간 놀다가게를 지키기 위해 공평하게 당번을 정하는 일도 했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3시간씩 ‘마담’이 되어 놀다가게를 맡는다. 3개의 테이블이 전부인 공간이지만, 이들에게 놀다가게는 매우 소중하다. 연잎차 수제양초 천연탈취제 바느질소품 공예품 등 지역특산품을 숍인숍 형태로 판매하고 놀다가게가 마련한 각종 차와 커피를 판매하며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조합원 정연옥(65)씨는 “내가 생산한 거 나눠먹고 놀다가게에서 팔기도 하니 재밌다. 젊은이들과 함께 격의 없이 어울려 살 수 있다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맞다”며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권선이씨는 션매니저로 불리며 놀다가게 매니저 역할을 한다. 권씨는 “음료 값을 정해놓진 않았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족한 만큼 각자 감동후원금을 내면 된다. 공간 대여가 가능하니까 얼마든지 연락하라”며 놀다가게의 매력을 즐겁게 설명했다.
놀다가게 외관
다양한 ‘같이 재밌게 살자’ 프로그램들이 주렁주렁
또한 놀다가게에서 매주 수요일 ‘깨비장’을 연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반짝 열리는 번개장터다. 친환경 농·특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람들은 놀다가게 상품들을 꽤 신뢰하는 지 물건에 대한 별다른 의문 없이 구매해 가져가곤 했다.
마지막 수요일 점심은 혼밥하는 주민들을 위해 ‘놀밥’이란 이름으로 함께 점심 먹는 시간이다. 누구라도 이날 즐거운 점심을 함께할 수 있다. 놀밥 먹으러 자주 가면 이웃 간 정이 새록새록 돋아날 것 같다.
지난 8일(토)엔 반딧불이지역아동센터 옆에서 1년에 한 번 여는 ‘송악 야놀장’이 열렸다. 온 동네 주민들이 함께 나와 이날을 즐긴다. 직접 채취한 산나물, 연잎밥 등 유용한 먹거리와 젊은 주부들이 솜씨를 십분 발휘한 새로운 메뉴들을 판매했다.
장기자랑 무대에서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과 주민들, 즐겁게 박수치며 호응하는 사람들. 너무나 조화롭게 섞이는 모습에 사람 사는 모습은 바로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 사는 재미 가득한 ‘놀다싸롱’
이들이 준비한 ‘같이 재밌게 살자’ 계획은 또 있다. 7월 2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송악동네사람들의 하이라이트 행사, ‘놀다싸롱’이 바로 그것이다. 1부는 낭독연극을, 2부는 맥주잔을 부딪치며 즐기는 소탈한 유흥의 시간이다. 이처럼 놀다가게에서 진행하는 일은 하나같이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일들이다. 놀다싸롱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이날이 몹시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모든 사업을 순탄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어요. 놀다가게가 소통의 장으로 핵심 공간 역할을 했죠.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을 쭉 이어갈 거예요. 이야기 많은 놀다가게에서 우리 이렇게 재미나게 살아요.” 박민영 이사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공간 대여 및 참여 문의 : 041-545-0535 / 010-8505-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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