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참 많은 문제를 푼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문제를 풀면서 대학에 진학한다. 해방된 느낌은 잠깐일 뿐, 대학교를 가면 또다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취업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다시 공무원 시험, 취업 면접 등에서 문제를 풀게 된다. 그게 끝은 아닐 것이다.
지면의 형식으로 제시된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지,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일상적인 문제부터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까지 우리는 거의 매일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수학을 잘 하는 학생
‘수학을 잘 한다’는 것은 문제를 잘 푸는 것, 이론을 잘 이해하는 것, 배운 이론을 잘 활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내신 점수가 좋다고 해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이 아닐 수 있으며, 막상 대학을 가서도 고등학교 때까지 우등생이었던 친구가 전공 성적은 바닥을 기는 경우도 매우 많다. 부끄럽게도 필자가 그런 경우다.
교직에 있으면서 만났던 학생들 중 수학을 잘 하는 듯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학생들의 특성을 좀 살펴보고자 한다.
(1) 문제풀이의 귀재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기존에 많은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을 활용하여 빠르게 풀어낸다. 정형화된 문제가 출제되는 내신, 그리고 수능시험의 21, 30번을 제외한 문제를 아주 완벽하게 푸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시험 성적은 좋을 수 있지만 논술문제, 수능시험의 21, 30번 같은 창의적인 문제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이론 중심의 수학을 처음으로 접하였을 때 상당히 문화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2) 수학 이론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
이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수학에 매우 호기심이 많고 수학 이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시험 성적은 절대 80점을 넘지 않는 학생들이다. 처음 이 학생들을 봤을 때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준의 호기심을 갖고 미적분 이론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수학 영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항상 상위권은 다른 학생들의 차지였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너는 이론을 꼼꼼히 공부하고 연습문제를 열심히 풀어보니?”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아니오.”였다. 이런 학생은 수학과에 진학하면 행복하게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목표로 하는 수학과에 진학하기가 힘들다.
학교에서 수학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학생들은 위의 두 타입의 장점을 고루 지닌 학생들일 것이다. 반면 수학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교과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어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도 버거워한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실 우리 학생들 대부분은 문제를 푸는 것에 몰두하느라, 교과서의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볼 여유 그리고 본인이 푼 문제를 반성할 여유조차 없다. 나는 아이들의 수학 실력 향상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이 여기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나는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발전하기 위한 답을 교과서와 대학 전공 수학책에서 찾고 싶다. 실제로 이 책들은 대부분 ‘정의’, ‘예’, ‘정리’, ‘연습문제’ 이렇게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도 이런 구조로 잘 만들어져있지만 교과서로는 저 두 타입의 아이들이 설득이 잘 되질 않는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의 권위가 시중 문제집 또는 학원 교재의 권위보다 약해서일까.
어쨌든 결론은 수학에서 문제 풀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해야 한다. 일단, 기본 개념을 탄탄하게 하고 형성평가를 통해 이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본다. 그 다음엔 교과서의 중단원 문제, 대단원 문제 등으로 개념을 적용하여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본다.
이 부분이 잘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말고 충분한 복습을 통해 단원 내에서의 실력을 잘 다져야 한다. 이후에 난이도가 있는 문제, 다른 단원과 연계된 문제를 다루며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차근차근 가야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를 푸는 열쇠를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답을 구하는 재미를 알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재미를 알게 되고 잘하게 되었을 때, 앞에서 언급했던 일상을 살아가며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과정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기에,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
서울고 하승수 교사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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