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만 아는 그들만의 세상 ‘SNS’ 주목

비행 및 일탈 인증에 익명 메시지까지 … 일상적인 폭력에 둔감해진 아이들

김나영 리포터 2017-07-12

“아이 학교 친구들이 인근 학교에 지원 간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자세히 들으니 패싸움을 벌이기로 했다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가 걱정스러웠어요.” 아산시 배방읍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어머니 김미선(가명 40)씨의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1일(토) 천안 지역의 학교 두 곳 아이들이 SNS 상에서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그 내용이 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원정을 가서 패싸움을 벌이기로 했다는 것. 그 사실을 다른 학교에 진학한 친구들도 곧바로 알게 되어 인근 학교에서도 지원을 나간다고 아이들을 모집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다행히 이를 미리 알게 된 교사들이 상황을 마무리하며 해프닝으로 끝나 아이들의 철없음에 헛웃음을 터트렸지만,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일화다. 


일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SNS 속 내 아이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SNS를 통해 시작되고 심화되었다는 것.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SNS 문화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 게임 중독 등을 넘어 SNS상의 비행 및 일탈, 폭력 등까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자신들만의 세상이라 어떠한 통제나 제재도 접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 문제. 그 안에서 청소년들은 일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를 키워나가고 있다.
그들만의 세상인 SNS 공간에서는 일탈 및 비행이 자유롭다. 욕설이나 인신공격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가 하면, 페이스북의 한 기능인 ‘방송’을 켜고, 흡연하는 모습이나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올린다. 그에 따라오는 학생들의 반응에 더 자극적인 내용과 방송을 올리기도 한다. 방송을 확인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는 SNS를 통해 관련 영상 캡쳐 화면이 곧 전송되며 퍼진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는 페이스북. 원하는 이들만 친구로 허용하고 있어 아이들이 SNS상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 활동을 하는 부모의 경우 아이와 ‘페친(페이스북 친구 허용)’을 맺고 있다면 활동을 확인할 수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페친이라 하더라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을 올릴 경우 ‘제외’ 기능을 활용하면 관련 글은 공개되지 않아 아이들이 자정하거나, 또는 자진해서 상황의 심각함을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이버 폭력

이와 함께 사이버 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톡에서 없는 듯 유령 취급을 하거나, 계속 비방과 험담을 남겨 참다못해 방을 나가도 계속 초대해 괴롭히는 경우가 일반적. 때로는 해당 학생만 남겨두고 모두 방을 나간 후 별도 방을 만드는 등으로 따돌리는 경우도 자주 보고되는 사례다.
카톡이나 페메(페이스북 메신저) 등은 사이버 폭력의 증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익명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폭력이 늘고 있다. 익명으로 질문을 보낼 수 있는 익명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Ask fm'을 통해 보낸 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욕설이나 비방글을 받는 사례도 빈번하다. 천안 지역 중학교 3학년 여학생 D양은 “SNS를 통해 익명의 비방글이나 욕설 한 번 안 받아본 아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얼굴을 맞대면 절대 하지 못할 말이지만,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할 수 있으니 쉽게 욕설이나 비방글을 보내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청남도청소년진흥원 상담복지센터 이미원 센터장은 “최근 들어 가장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 중 하나가 사이버 폭력으로, 센터에서는 스마트폰 과다사용이나 게임중독에 이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주목하고 있다”며 “센터에서 매해 인터넷 스마트폰 치유캠프를 진행하는데, 최근 들어 청소년들 SNS문화의 심각함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센터장은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SNS를 통해 단문으로 대화하다 보면 걸러지지 않은 표현을 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오해가 생길 소지도 높다”며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미성숙한 문화에 길들여지다 보면 실생활에서 비행이나 폭력 등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이를 통해 폭력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마다 상시적인 전담기구 마련 필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묘연하다. 이미 청소년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청소년 시기는 점점 친구가 중요해지는 때. 그렇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결국 오프라인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미숙한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소통할 수 있는 SNS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저 대책 없이 지켜볼 수만은 없는 문제라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찰나적인 소통을 주고받다 보면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의 공백을 가질 수 없고,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청소년기의 특성 상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도 심각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집단으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빈번할 수 있다.
때문에 사회적인 담론을 형성해 청소년들의 SNS문화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원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해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사용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유캠프를 열지만, 일회적인 캠프로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의 경우 구마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아이윌센터’를 두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과 중독 방지 등에 대해 상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그들만의 세상인 온라인 공간을 스스로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려면 지역마다 상시적인 전담 기구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남도청소년진흥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들의 SNS문화가 심각해짐을 인식해 현재 조사 및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 관련 내용을 발표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등 논의 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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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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