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카페에 모여 각자 자신이 그리고 싶은 주제로 자유롭게 드로잉을 하는 ‘강남서초 드로잉 모임(모임장 오건호)’. 캔버스나 태블릿PC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 뒤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로잉 추억담’을 나누며 살갑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 드로잉 모임 탄생 비화
거리에서 그림 그리는 여행자 모습에 매료
직업도 나이도 취향도 다를 뿐더러 왕초보 회원부터 작가로 활동하는 고수 회원까지 실력도 천차만별이지만 서툰 솜씨라도 그저 그리는 것이 즐겁다며 모인 사람들이 있다. 2년 전 오건호 모임장이 개인 블로그에 드로잉 작품을 올리면서 하나둘 방문자가 늘었고 순수하게 취미로 드로잉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으로 이어졌다.
강남서초 드로잉 모임 오건호 모임장은 “공대 출신에 그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해왔지만, 평소 여행을 좋아했다. 이탈리아에 여행 갔을 때 피렌체 거리에 앉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운 전경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그때를 계기로 드로잉을 시작했다. 그 후로 1년에 한두 번은 여행 장소 중 인상 깊었던 건물을 그려 마그넷처럼 자신만의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있다”며 모임 탄생 비화를 밝혔다.
캔버스·탭으로 캐릭터부터 풍경까지 드로잉 주 1회,
자기만의 주제로 그리고 발표하며 공유
매주 수요일 저녁 정기적으로 모이는 강남서초 드로잉 모임은 ‘자율적인 그리기’를 추구한다. 모임 때마다 특정 주제가 이어지면 순수 취미 목적이 퇴색되고, 회원 간 그림 실력이 비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교를 강조하는 획일화된 그림이 아니라 회원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여행지의 추억이나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주제로 그리기 때문에, 각자 그린 그림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다.
3D 캐릭터 개발자인 이규철 회원은 “인맥이 아닌 취미가 목적이라서 드로잉 모임을 시작했다. 자기계발도 하면서 순수하게 드로잉을 즐길 수 있어 모임에 만족한다. 직업 때문인지 주로 캐릭터를 즐겨 그리지만, 다른 사람의 그림에 대해 듣는 시간이 더 즐겁다”고 말했다.
웹디자이너인 최선영 회원은 “어릴 때 입시 미술을 배우며 경쟁에 시달리면서 그림 그리기를 멀리하게 됐다. 모임에 참석하면서 손 펜화의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찍었던 장소를 그리고 있다. 드로잉은 행복을 그리는 여행”이라며 활동 소감을 대신했다.
모임을 시작한지 두 달 됐다는 이은경 회원은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에 다닌 것이 전부인 실력이지만,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여행을 다녀왔던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을 그리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며 그림 주제에 대해 설명했다.
드로잉 매개체로 친목 다지고 취미생활 공유
길거리 어디든 갤러리가 되는 드로잉 전시
드로잉 초보에서 이제는 어엿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오건호 모임장은 ‘회원들이 드로잉을 매개체로 친목을 다지고 취미를 공유하는 순수 모임’이라며 매주 모임을 갖는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모임 취지에 걸맞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드로잉을 접할 수 있도록 얼마 전에는 정형화된 갤러리가 아닌, 녹사평역 육교 위에서 ‘드로잉 개인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전체는 유기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는 몇몇 회원들을 주축으로 강남서초 드로잉 모임 길거리 전시회를 추진 중이다.
‘순수하게 그림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로 모여 도구나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는 사람들. 그 형형색색 그림 속에서 때 묻지 않은 열정과 인생의 참다운 즐거움이 느껴진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