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월) 오후 8시, 불당동 어느 작은 공간에서 ‘플루티스트 정영준의 감성멜로디’ 공연이 열렸다.
예쁜 그림이 전시돼 있는, 작지만 깔끔한 무대다. 공연자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객석, 따뜻한 커피와 차, 자리에 착석한 것만으로도 무언가 기대가 되는 공간이다.
공기를 타고 전해온 플루트의 울림은 아름다웠다. 연주자의 숨결까지 내 귓전에 몰고 왔다. 대형무대를 멀찌감치 바라보는 공연과는 확실히 다른 감동의 순간과 만났다.
플루티스트 정영준과 피아니스트 최경선 대표
“전문음악인들이 언제든 설 수 있는 무대,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지역의 전문 음악인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프로연주자 정영준은 백석대 관악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 중이며, 30년 넘게 음악을 해 왔다. 하지만 그의 무대는 우리에게 낯설었다.
우린 여태 왜 몰랐을까. 그동안 우리는 지역음악인들의 공연을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어쩌다 기획처럼 그들이 모여 만든 커다란 무대는 한 명 한 명의 비범한 실력들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젠 아니다. 지역 전문음악인들의 쟁쟁한 연주 실력을 눈앞에서 감상할 공간이 생겼다. 저녁 먹고 산책 가듯 만나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복합문화공간 ‘파이브’다.
“클래식을 전공한 음악인들은 한 마디로 무대가 고파요. 특히 피아노는 요즘 유행처럼 버스킹하기도 어렵죠. 그래서 이런 공간이 필요했어요. 후배와 제자, 동료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게 돼 정말 기뻐요.”
파이브는 피아노를 전공한 최경선 대표가 자신과 음악인들을 위해 영리보다 가치에 우선해 만든 공간이다. 그 취지가 반가운 음악인들이 많았다. 진작부터 이런 작은 무대에 서고 싶은 연주자들이 흔쾌히 파이브 무대를 채우고 있다. 하나같이 준프로 이상의 수준급 연주자들이다. 지난 19일엔 얼마 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금호아트홀에서 귀국독주회를 펼쳤던 박재현 바이올리니스트가 앙상블 ‘마레’와 협연을 펼쳤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재현과 앙상블 마레
차 한 잔 값으로 즐기는 수준 높은 전문음악인들의 무대
연주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작은 무대가 더 떨린다고. 정영준도 같은 소감을 전했다. “무대가 작으니 숨소리까지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더 정성을 다하게 돼요.”
관객들은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해준 연주자에게 진한 박수갈채를 쏟는다. 공연은 30~40분 정도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형화된 공연장에선 기대하기 힘든 연주자와의 토크가 이어진다. 관객들은 연주자의 실력에 감탄하며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궁금한 것도 묻는다. 즉석에서 듣는 답변은 만족스럽다. 연주자와 관객은 더욱 가까워진다.
반면 입장료는 매우 저렴하다. 맛있는 커피 또는 유기농 허브티를 제공함에도 입장료는 1인당 5000원이다. 차 한 잔 값으로 차를 마실 뿐 아니라 전문 연주자들의 공연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한 달 2만원으로 각기 다른 연주자들의 개성이 담긴 4번의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니 가성비 끝내주는 공연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불당동 주택가 근처다. 매주 월요일, 저녁식사 후 마실 하듯 파이브에 당도하면 큰 맘 먹고 가는 공연장 못지않게 감동을 선물 받을 수 있다.
지역에서 프로마술가 마돈나와 함께 마술공연을 선보이는 양호근씨는 벌써 파이브의 왕팬이 됐다. 우연찮게 듣게 된 공연이 정말 맘에 들어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평소엔 대관도 가능하다. 소모임, 인문학 강의, 전시 등 문화예술과 관련한 것은 무엇이든 환영이다. 불당동 요지에 이런 공간을 아낌없이 만든 최 대표는 올해 안에 정오의 음악회, 영화제 등 신선한 문화기획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파이브는 결코 아마추어의 장기자랑 무대가 아니에요. 실력 있는 예술인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소통하는 교감의 자리예요.”
일상에 스며든 문화, 파이브가 앞서나가 꽃 피우고 있었다.
천안시 서북구 불당9길 13 1층
대관 및 공연 문의 : 010-5403-2366
<7월 공연예정 프로그램>
날짜(매주 월) | 공연 제목 |
3일 | 색소폰앙상블 아바 |
10일 | 소프라노 안세원 독창회 |
17일 | 파밀리아 앙상블 |
24일 | 이지윤·송은정의 오카리나듀엣 I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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