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이 거의 10년 가까이 지속되어가던 1965년, 미 해군 항공대 소속 제임스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중령은 전투기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다 북베트남에서 대공포에 격추되었으나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리고는 포로로 잡혔다. 그리고는 당시 ‘하노이 힐튼’이라고 불리며 악명을 떨치던 호아 로 수용소에서 상상을 뛰어 넘는 가혹한 고문을 받게 되었다.
가혹한 현실 직시해야 살아남아
그는 3제곱미터가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독방에 갇혀 무려 8년간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받거나 자신을 선전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적국의 회유를 받았다. 하지만 스톡데일 중령은 수용소의 고문과 회유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였고 수용소 내의 고위 장교로서 통솔 책임을 맡았으며, 가능한 한 많은 포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마침내 1973년 여러 미군 포로들과 함께 석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미 해군 기념장과 미국 의회 명예 훈장(Congressional Medal of Honor)을 동시에 받으며 해군 중장으로 퇴역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스톡데일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저는 언젠가 그곳을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당시의 상황이 무엇과도 바꿔지지 않을 제 삶의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임을 의심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 콜린스가 묻자 스톡데일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불필요하게 상황을 낙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될 거라고 믿음을 이어 나가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이전엔 나가게 될 거라고 또 믿지만 그렇게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고 반복되는 상실감에 결국 죽게 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교훈인데요. 당신이 절대 잃을 수 없는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과 그것들이 무엇이든지 지금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훈련을 당신이 절대로 혼동하면 안 됩니다.”
이후 ‘스톡데일의 역설’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톡데일 중령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기대다가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했던 다른 수용자들과 달리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미래에 다가올 결과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망이 가득한 참혹한 수용소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잘 되겠지’, ‘잘 될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지금 당장의 현실에 잠깐 동안의 위안을 준다.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힘들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옳은 방식인가? 결코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향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냉철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더욱 현명한 방향임을 스톡데일 장군의 사례에서 확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금물
우리 학생들이 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본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초기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간고사를 보고나면 학생들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자와 아직 포기하지 않는 사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제 겨우 한번 시험을 치렀을 뿐이라면서 아직 남은 많은 시험들에 대한 기대를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
상당수 학생들이 4월 말 중간고사 이후 행사가 많은 5월 내내 학교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지 조차 까먹을 정도로 신나게 놀다 6월이 되어서야 조금씩 부랴부랴 책을 들춰보기 시작하다 기말고사 직전에 가서야 다시 열의를 불태우곤 한다.
심지어는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조차 수시 원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 결정할 때 근거가 부족한 낙관주의 경향을 부지기수로 드러낸다.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아 원서를 쓰려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하면서 재고를 권유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은 패턴이다.
“수능 잘 봐서 정시에 도전하면 되죠.” 이런 말이 나오면 학생과 더 이야기하기가 곤란해진다. 몇 마디 더 보태다간 감정싸움이 되기 일쑤다.
수험생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결코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길로 도전을 할 것인가 결정해야만 한다.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스톡데일 장군의 사례에서처럼 근거가 없는 낙관주의는 나중에 큰 독으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며, 오히려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큰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앞으로 치르게 될 수많은 시험 앞에서 우리 학생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가? 희망이란 이름으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아온 지난 하루하루를 반성해보고 이를 보완할 계획을 세워서 실천할 수 있기를 여러분들 보다 먼저 산 사람[先生]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중앙사대부고 박정득 교사(사회과, 진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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