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생태공원에서 자원 활동가로 생태탐방 수업을 진행하는 정순화 주부는 35년 동안 중학교 보건교사로 일했다. 퇴직 후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로 택한 것은 바로 숲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일. 숲을 배우고 숲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요즘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그녀를 6월의 마음씨에서 만났다.
4년째 생태탐방 수업 봉사
마두동에 사는 정순화 주부는 올해로 4년째 고양 생태공원의 생태 강사로 생태탐방 수업 자원 봉사 일을 하고 있다. 고양 생태공원의 여러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생태 공원을 함께 돌며 그곳에 사는 식물과 동물에 관해 설명하고, 주제에 맞는 놀이 및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한 달에 보통 3~4번 수업을 이끌고,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공원의 생태 환경을 모니터링 하는 일 또한 하고 있다.
숲 떠난 뒤 숲의 소중함 깨달아
그녀가 숲에 관심을 두고 생태 강사로서의 봉사를 생각하게 된 것은 퇴직을 생각하면서부터다. 35년간 중학교 보건교사로 일한 그녀는 가족을 위해 퇴직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고 그때부터 퇴직하면 무엇을 할지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숲. 온통 숲으로 가득한 강원도 영월이 그녀가 40여 년간 살았던 곳이다. 남편 직장 때문에 그곳을 떠나 2005년 일산에 살기 전까지 그녀에게 숲이란 어릴 적 뛰어놀던, 늘 옆에 있어 익숙한 곳이었기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도 그곳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떠나고서야 숲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퇴직을 계획하면서 그곳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교사로 학생들과 30년 넘게 생활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없는 생활은 상상이 안 됐죠.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고 싶었고 숲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보건실에 오는 아이 중에는 몸이 아픈 학생보다 마음이 아픈 학생이 많았거든요. 숲이, 자연이 주는 치유와 행복감을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정순화 주부)
숲 알고 봉사하고 싶어 새로운 배움 시작
퇴직을 앞둔 2012년 가을 가톨릭 대학에 처음 개설된 ‘산림 치유사’ 자격 과정을 듣는 것으로 그녀는 본격적인 숲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 과정을 끝내고 자격증을 딴 후 다음 해 3월 ‘숲 해설가 과정’ 수업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공부하던 중 고양 생태공원에서 자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퇴직한 그해 고양 생태공원이 문을 열었거든요.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지요. 첫해에는 책 정리 등을 하는 봉사를 했고, 그다음 해 시험을 거쳐 생태 강사로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정순화 주부는 그렇게 생태 강사로 봉사하게 되면서 더 알고 싶은 것, 배우면 도움이 될 것들을 찾아 하나둘씩 배워나갔다. 그동안 그녀가 딴 자격증은 숲 치유 지도사, 숲 생태 지도사 외에 자연환경 해설사, 전래놀이 지도사 등. 수업에 도움이 되는 하천·물 교육과 기후·환경 교육 프로그램 등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또한 방송통신대학 환경 보건학과에 입학해 공부했고, 지난해에는 1년 동안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의 가드너 교육을 받는 등 환경과 자연 관련 강의가 이루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분야였기에 많이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했고 그렇게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으며 무엇보다 퇴직한 나이에 이렇게 가슴 뛰게 하고 싶고 재밌는 일이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다.
봉사하며 달라진 생활
고양 생태공원의 자원 활동가로 봉사하는 일 외에 그녀는 호수 자연생태학교의 생태 강사일 또한 고양시 학교와 근린공원의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강과 하천의 환경정화 봉사활동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렇게 생태 강사로 재능 봉사 수업과 여러 활동을 하면서 그녀에게는 배우고 얻는 것, 기쁘고 감사한 일들이 참 많다. 봉사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치유를 받았고 행복했으며 무엇보다 숲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더 젊어진 것 같단다.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자신과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과 숲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그 모두에 기쁘고 감사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오늘은 숲에서 무엇을 만날까,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하는 생각에 늘 설레지요. 그리고 숲에서 생활하다 보니 마음이 훨씬 너그러워지고 따뜻해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고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남편은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처음 이 일 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 남편이었는데 지금은 좋아하고 나중에 자신을 보조 강사로 써달라며 같이 하자고 합니다.”
계속해서 아이들과 숲에서 만나고 싶어
그녀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숲에 대해 배우고 봉사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고 특히 바라는 것은 부모들이 공부에 지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힘든 아이들에게 자연과 숲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숲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져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자신의 길을 가는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도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아갈 힘과 쉼을 얻었으면 합니다. 저도 할 수 있는 한 계속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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