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화랑유원지를 찾았다.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족 보고서 Family Report’를 보러 가기 위함이다. 넓은 화랑저수지로 부는 바람은 물결을 만들고 또 초록빛 갈대와 연잎은 흔들고, 세월호분향소 앞에서는 아빠와 아들이 장난감 자동차를 조종하며 적막함을 달래고 있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바람을 맞으며,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흔들려 왔을까? 흔들리면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일까? 현대미술 작품들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공간마다 색다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시회장. 대부분 가족단위로 관람하고 있었지만 전시물 앞에 머무는 시간은 모두 달랐다.
아이들의 환호
‘반려동물’ 시리즈는 강아지· 고양이· 토끼· 거북이· 이구아나까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작가의 막내아들인 강아지와 그리고 SNS 모집을 통해 모집된 반려동물과의 사진 속은 그야말로 사랑이 충만하다. 이은숙 도슨트는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환호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 사진속의 미소는 편하고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인포그라피(Infography)’와 나
옵티컬 레이스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건축을 전공한 작가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사회변화와 가족구성원의 변화를 나이에 맞춰 직업· 배우자· 자녀까지 엄청난 정보가 한 공간에 저장되어있다. 2013년 이후 도시에 살고 있는 가족 문제를 한 눈에 들어오도록 통계적인 분석을 그래프를 활용하여 시각화시킨 점이 특별하다. 특히 1958년생을 대표호 하는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거대한 그래프 안에서 나와 배우자 자녀의 가족주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혼 밥 & 혼 꿈
통계에 나타나지 않던 ‘일인 가족’이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전체 세대수의 1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심치인의 작품 ‘쥐족’(鼠族, Rat Tribe)은 북경의 아파트 지하 벙커에 거주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북경 모든 건물에 지어진 지하 벙커는 이주민들의 새로운 안식처가 되었다.
꿈을 쫒아 도시로 온 청년은 많이 벌지 않아도 좋다.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부모세대의 시각과 달리 나름 자유롭고 행복하다. 조금 불편할 뿐.
다이아몬드와 돌
김영글 작가는 다단계 사업에 빠져 집 나간 아빠에게 보내는 고등학생 딸의 담백한 편지로 통해 아버지, 그리고 노력을 대가로 환산치 못하는 가장을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을 표현했다.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은 아빠와 돌이어도 함께 있고 싶은 딸!
‘가장의무게’는 IMF 시기 몰락한 중산층 남성의 심리 묘사 단어 80여개를 모아 오래된 슬라이드로 보여준다. 이 도슨트는 “눈시울을 적시는 중년남성들을 보며 우리가 오히려 놀라기도 한다”며 “신기할 정도로 내가 생각한 단어가 모두 나온다고 공감하는 가장들이 많다”고 말했다. 본오동에서 11살 외동딸과 함께 관람 온 주부는 “안산에 살면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딸과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고 다음에는 혼자 와서 천천히 읽고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공간마다 작품을 안내하는 도슨트가 있고, 7월 9일 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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