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장호순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 위원장]

“안정된 수익구조로 지역이 원하는 맞춤형 뉴스 생산해야”

지역내일 2017-06-06

지역언론과 지방자치 발전에 남다른 업적을 쌓은 이가 있다. 2015년 ‘지역사회와 언론’을 비롯해 이전부터 다수 저서를 펴내며 20년 넘게 지역언론에 관한 연구와 현장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장호순(59) 교수다.
장 교수는 지난 2월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 4기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그를 만나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 계획과 지역언론의 현실 그리고 그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 역할과 향후 계획은

예산이 많지 않은 자문기구 같은 조직이다. 과거엔 신문방송을 육성하고자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기획취재비와 아이템을 지원했다. 지원금을 쓰기 위한 형식적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언론사를 위해서는 인건비를 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음 달에 진행키로 한 워크숍을 통해 전반적인 위원회의 운영방향을 세울 예정이다. 충남언론, 충남도민들, 학생들을 지원해주는 인턴 프로그램이 있다. 지역언론은 어떤 시스템이 좋은지, 뭘 해야 하는지 의제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주민들에게 홍보하려고 한다.


-. 지역언론의 필요성과 역할은 무엇인가

해당지역에 언론이 없으면 통제와 경쟁에서 밀린다. 중앙과 이해관계가 생겼을 때 대변해줄 언론이 없다. 이는 심각한 불이익이다. 우리지역 문제를 다른 지역이 해결해줄 수 없다.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 지역언론이 필요하고,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신문은 시민들을 소통하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유인한다.


-. 바람직한 지역언론은 어떤 것인가

현대는 언론보다 보통사람들과 전문가들이 비판 통제하는 사회다. 독자들이 언론의 비판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개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전달해주기를 원한다.
천안 아산은 지역갈등, 유수한 기업, 성장하는 도시로 지역뉴스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지역언론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인프라를 가졌다.


-. 지역 주민이 원하는 맞춤형 언론이 되려면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 언론의 역량문제다. 지역밀착형·심층기획 기사를 추구해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유지가 되려면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야 한다. 또 해당하는 사람만 읽는다. 지역 뉴스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지역언론을 경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재정자립이 관건이고 우수한 언론경영능력이 요구된다. 지역수요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면 안정된 매출이 가능해진다. 또 모바일 시장을 잡아야 한다. 안정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언론이 자리 잡길 바란다. 


-. 현재 천안 아산 언론의 현실과 대표적 문제점은

충남의 뉴스미디어 현실은 열악하다. 대전 등 광역언론이 충남 지역을 커버한다지만 비효율성이 높다. 지역언론이 꼭 있어야 한다. 천안 아산은 산업생산성이 높고 인구증가 등 꾸준히 성장하는 도시로 정보유통과 주민 간 소통이 그 어느 곳보다 필요하다.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도 아직 바른 언론이 자리 잡지 못했다. 지역정보 수집경로가 차단되면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
또 지역언론이 옳지 못한 관행과 특권의식을 장착한 이익집단으로 격하된 경우가 많다. 기존 집단이 새로운 유능한 언론인들이 와도 경쟁하기 버거운 체제를 만들어 떠나게 만든다. 


-. 그동안의 언론 관련 인력풀의 변화는 

10년 이상 지켜보니까 천안 아산 인재풀이 달라지고 있다. 중급 이상 엘리트 청년들이 집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 취업해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능력이 있어도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 이 지역 출신이 아니어도 지역 대학에서 공부하고 뿌리 내리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 있다.


-. 가짜뉴스를 파악하는 방법은

공급자 측면의 신뢰할만한 언론사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인터넷 포탈을 통해 접하는 뉴스가 많은데, 가능하면 언론사에 직접 로그해서 보는 게 좋다.
출처를 제대로 밝히는지만 확인해도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믿을만한 취재원인지, 취재원이 표기돼 있는지 살피는 것도 방법이다. 가짜뉴스의 근본적 근절방법은 없다.


-. 가짜뉴스의 폐해는 

가짜뉴스는 더 자극적이고 현혹되기 싶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기정사실로 보도한 기사에 익숙해지면 뉴스를 보는 안목이 상실된다. 독자들은 어린아이와 같다. 경험해봐야 안다. 디지털 뉴스를 처음 접한 세대는 진짜와 가짜의 차이로 오는 피해를 판단하지 못한다. 좋은 뉴스를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면 찾아서 볼 줄 안다.
우리나라는 과도기다. 가짜뉴스가 범람해서 싸구려 시장급, 마트급, 백화점급 뉴스 모델로 나뉠 것 같다.


-. 바른 언론인을 키우려면 

신문 만드는 사람을 잘 훈련해야 한다. 기본기를 잘 갖출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못하면 패널티도 주면서 실력을 향상시켜 점점 수준 높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언론은 이 부분에 소홀한데, 안 그러면 도태되고 정체해서 수혈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
우수한 퇴직 기자도 있고, 신문방송을 전공한 4학년 대학생이면 양질의 기사를 쓸 수 있다. 지역엔 명함은 있으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기자들이 다수다. 능력 있는 기자들이 기본기 없는 기자들과 어울리면서 급격히 수준이 하향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 지역언론에 바라는 것은

중소규모 도시 지역신문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홍보성 기사나 보도자료를 적당히 올리고, 광고나 수주하려는 자세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신문과 지방자치의 핵심가치를 이해하는 언론사업의 경영능력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선순환되지 못하면 권력과 자본에 이용당한다. 아이러니하게도(아직 자립한 지역언론이 없어) 덕분에 천안 아산 시장은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대담 이기춘 본부장
정리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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