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초록색을 ‘풀’ 또는 ‘나무’로 통칭해야 하는 무지인이지만, 평소 즐겨찾는 공원과 산에 어떤 풀과 나무 그리고 약초가 숨겨져 있는지 공부해 본다는 ‘테마’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 초막골생태공원에서 진행된 ‘약초생태교실’의 수업현장을 찾아갔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약초생태교실
약초생태교실의 수업을 진행하는 윤순영 강사가 걸음을 멈춰 서자 학생들도 걸음을 멈췄다. 윤 강사가 분홍색 꽃을 피운 식물의 줄기 부분을 만져보라고 요청하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모든 학생들이 식물을 만져본 후, 윤 강사와 학생들의 문답이 이어진다.
“줄기가 어때요?”
“끈끈해요!”
“줄기는 끈끈하고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어요. 그래서 이름이 ‘끈끈이대나무’에요”
처음 들었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계속해서 식물을 관찰하고 만지고, 향을 맡고, 맛을 보는 체험이 이어졌다. 생강나무는 잎을 따다 살짝 비벼주니 매콤한 향이 느껴진다. 두려움 반으로 입에 넣은 머루 잎은 새콤해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던 수업시간에 이동한 거리는 고작 도보 5분 거리. 하지만 그 짧은 거리에 개양귀비, 굴참나무, 산딸나무, 자귀나무, 애기나리, 남산제비꽃, 때죽나무 등 너무도 많은 나무와 풀이 존재하고 있었다.
수업 내내 질문 릴레이를 펼쳤던 임경숙(49세, 군포시 궁내동)씨는 “원래 화초에 관심이 많아요. 집에 화분만 150개가 넘으니까요. 그래서 작년에는 조경기능사 공부도 했었어요. 당연히 나무 종류를 많이 아는 편이죠. 그런데 강의실에서 이론으로 공부 한 나무들이 야외로 나오니 잘 매치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수업을 들으면서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주에 머루순을 먹어봤지만 일부러 또 다시 먹어보도록 했다는 윤 강사는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예전에 배운 것이 나오면 다시 학습한다. 대부분 초보자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학습해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신맛이 난다는 설명만 듣는 것과 직접 몸으로 체험을 해 학습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며 “예를 들어 다래순이나 괭이밥에서 신맛이 났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지식을 살려 잘게 썰거나 즙을 내 식초대신 사용해 보는 등 실제 생활에서 응용력도 키워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요~
다른 참여자들의 질문에 상당 부분 답변해 줄 정도로 지식을 뽐내던 황일철(58세, 군포시 궁내동 58세)씨는 “금융기관에서 일했으니 이쪽분야의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죠. 그래서 관심을 갖은 후 1년 정도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책도 많이 보고 집 근처 수리산을 다니면서 1년 4계절 동안 식물들의 변화도 관심있게 봤고요. 약초생태교실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을 돌면서 식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요. 알았던 것은 다시 확인하고 몰랐던 것은 설명을 들으면서 배워가죠. 지금은 식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정도지만 좀 더 하면 성분도 알고 나무와 관련된 전설도 알고. 또 모르죠. 나중에 글을 쓸 수 있는 단계가 될지도”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윤 강사는 “산딸나무는 열매가 어떻고, 어떤 효능이 있는지 계속 듣기만 하는 것 보다는 실제로 자연에서 산딸나무를 보고 이름을 기억한 후 도감을 펼쳤을 때 관련된 내용을 보다 쉽고 빨리 이해할 수 있다”며 “약초 공부를 위해 약초 책을 먼저 읽기보다는 생태계의 순환을 먼저 이해하고 나무와 풀의 이름을 하나씩 익혀가는 생태수업으로 자연과 먼저 친숙해져 볼 것”을 조언했다. 20년 동안 생태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윤 강사가 생태와 약초를 접목시킨 교육을 기획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약초 생태교실은
군포환경자치시민회에서 운영하며 8월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우리지역의 수리산, 초막골생태공원, 의왕생태공원 등을 돌면서 나무와 들꽃, 습지식물, 약초 등을 직접 관찰한다.
문의 군포환경자치시민회(http://cafe.daum.net/ecos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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