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에 입학한 대학생들은 본인이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괴리에 힘겨워 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가장 큰 이유는 추상에 대한 동기부여와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학문적으로 정제된 내용을 급작스럽게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의외로 서양미술사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관련 도서를 읽을 때였다.
서양의 근·현대는 과학, 철학,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며 같이 발전해왔기 때문에 한 학문에서의 발전이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술의 경우도 그러한데, 사진기의 등장과 화학의 발전으로 기존 미술의 역할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사실 재현은 사진기의 역할로 넘어가버렸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시도가 있었고, 그 중에 몬드리안은 수학적 추상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미술을 시도하였다.
추상의 행위는 ‘개념 덜어내기’이고 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부분만을 남기거나 확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귤을 그린다면 타원 모양의 테두리를 그려야 할 것이고 주황색 몸체나 그림자에 의한 명암 등을 그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각각의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추상을 해본다고 하자. 주황색에서 노란색을 덜어내면 빨간색만 뽑아낼 수 있다. 구성선 만을 뽑아내서 가로 세로로 배치하자. 이런 식으로 그리면 각 구성 요소끼리 뭉쳐져서 각 요소의 특징이 확대되어 그려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실제의 귤의 모양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추상이라는 행위의 결과이고 그래서 그림에서 귤을 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근대와 현대의 각 분야에서는 대상, 행위를 해석한 뒤 각 부분별로 더 잘 보기 위해 추상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 미술작품에 ‘추상화’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고 수학에서는 조금 더 수학적 개념에 대해 추상을 하는 것이다.
한편, 추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 객체가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해석을 해야 한다. 다음에는 현대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두 번째 개념인 해석(analysis)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하겠다.
어그나무수학과학학원
정희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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