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풍기는 ‘공기’가 달라 주인장이 궁금해지는 곳이 있다. 5호선 굽은다리역 부근에 자리 잡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운삐아또가 그렇다.
‘한 개의 접시’란 뜻의 운삐아또. ‘당신을 위해 마음을 담아내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메뉴판에 적힌 셰프의 다짐이 눈길을 끈다.
테이블 5개 규모로 아담한 식당은 셰프이자 주인장이 혼자 장봐서 요리하고 서빙하는 1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메뉴는 이탈리아 현지 대중 식당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리조또, 와인이나 맥주에 곁들이면 좋을 술안주로 구성돼 있다.
대표 메뉴는 고등어 파스타. 여느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손쉽게 만나기 어려운 파스타다. 송송 썬 대파, 마늘을 올리브유에 달달 볶다가 고등어살을 넣고 여기에 잘 삶은 파스타 면을 넣는다. 비린내가 가장 적은 부위에서 살을 잘 발라낸 다음 센 불에 익혀 특유의 고등어 비린내를 잡았다. 부드러운 고등어 살과 페페로치노를 넣어 매콤하면서 쫀득쫀득한 면발과의 어울림이 좋다. 직접 담근 피클도 아삭아삭하다.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가 맛의 90%를 좌우합니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게 맛의 핵심입니다”라고 말하는 한주형 셰프.
메뉴마다 맛의 포인트를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늘 재료에 신경 쓴다고 넌지시 말한다. 토마토 베이스의 뽀모도로는 토마토, 소금, 후추에 치즈를 넣어 심플한 맛을 낸다. 크림 베이스 파스타로는 까르보나라, 양송이, 해산물, 바질페스토가 있다. 리조또는 현지 맛을 재현하기 위해 샤프란, 버섯을 넣고 가공한 이탈리아산 쌀을 쓴다.
안심스테이크, 소고기를 넣고 끓인 토마토 스튜를 비롯해 채소, 카프레제, 훈제연어, 한식 스타일 등 샐러드도 종류별로 선보인다. 하루 전 예약하면 제철 식재료로 공들여 준비한 이탈리아 코스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마흔 여섯에 요리를 시작한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주인장. 그는 금융권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요리사로 두 번째 인생을 결심한 뒤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로 유학을 떠났고 현지 식당에서 혹독한 수련 과정까지 마쳤다.
“나이 지긋한 이탈리아 셰프가 바질을 절구에 빻아 뚝딱뚝딱 만들어준 바질 파스타의 맛을 잊을 수 없어요. ‘이게 요리구나!’ 싶었죠.”
그 뒤 7년의 세월이 흘렀고 여전히 그는 주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압구정동에서 일산을 거쳐 지난해 집과 가까운 명일동에 식당을 열었다. 그의 식당 이전 루트를 따라 함께 움직이는 단골 손님이 꽤 많다고 귀띔한다.
식당 꾸밈새는 군더더기가 없다. 천정에는 디자인이 다채로운 등이 달려있고 벽면 마다 사진과 그림 액자가 줄 맞춰 걸려있다.
그가 요리를 배울 때 함께 시작한 게 바로 사진. 세월과 노력이 상승작용을 해 아마추어 사진가로 차근차근 성장했다. 그만의 색감과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식당 안 양쪽 벽면을 채운다.
현재는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풍경사진들이 손님을 맞이하는데 시즌마다 바꿔가며 전시한다고.
운삐아또는 밥집이자 소박한 갤러리인 동시에 주인장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주방 한 켠에 마련된 책상에서 그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사진 작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운삐아또 블로그(blog.naver.com/chefdobby)에는 주인장의 음식철학, 메뉴 이야기, 사진, 일상 에세이가 수북이 담겨 있다. 이탈리아 요리나 사진에 관심이 많다면 한가한 시간대에 방문해 주인장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며 오후 3~5시는 브레이크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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