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논술을 지도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수강생들이 수능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이다. 매년 수강생의 대략 30~40%가 수시에서 논술전형으로 지원한 대학의 수능최저등급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 6개 대학의 논술전형에 지원했을 경우 1~2개 정도만 최저기준을 충족하거나 최저기준을 아예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경우 1년 간 열심히 준비해온 논술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논술 실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불합격 통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년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부분의 고3 학생들이 3월, 6월, 9월 모의고사보다 실제 수능에서 자신의 성적이 더 오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시원서 접수는 9월 모의고사 직후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자신의 3월과 6월 모의고사 등급과 9월 모의고사 가채점 등급으로 수능최저등급 충족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데, 이때 현역 고3 학생들은 남은 2개월의 기간 동안 본인이 열심히 준비하면 이제까지 보다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낙관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꿈을 이루는 학생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자신의 기존 성적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능을 치르거나, 오히려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수시원서 접수 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수능최저등급 충족 가능성을 판단해야만 한다.
입시 현장의 경험을 살려서 말해보자면, 최근 3년 동안 수능최저등급 충족에 실패하게 되는 원인이 다름 아닌 국어에 있었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아래의 표는 지난 3년 동안 6월, 9월, 수능으로 이어지는 국어 1등급 컷의 변화 추이이다. 1등급 컷은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국어 시험의 난이도를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3개년] 수능 국어 1등급 컷(원점수 기준) 변화 추이
6월 모평 | 9월 모평 | 수능 | ||
2015학년도 | A형(이과) | 97 | 100 | 97 |
B형(문과) | 94 | 100 | 91 | |
2016학년도 | A형(이과) | 98 | 100 | 96 |
B형(문과) | 100 | 97 | 93 | |
2017학년도 | 문이과 통합 | 90 | 90 | 92 |
- 2014년(2015학년도) / 이과 물-물-물 / 문과 불-물-불
3년 전 이과 수험생들의 국어 모의고사 난이도는 쉬웠고 실제 수능도 쉽게 출제되었다. 하지만 문과 수험생들은 6월에 어려웠다가 9월에 극도로 쉽게 출제되었으나 실제 수능에서는 상당한 난이도를 보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국어 1등급이었던 학생들이 실제 수능에서 대부분 3등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원 수강생 11명 중에서 단 2명만 연세대학교 논술전형의 수능최저등급을 충족할 수 있었다.
2년 전도 마찬가지다. 이과는 평소 모의고사 난이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쉽게 출제되어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문과의 경우 모의고사에 비해 높은 난이도의 수능 국어로 최저등급 충족에 실패한 학생들이 많았다. 전년의 결과 때문에 수업시간에 국어 등급 충족과 관련한 잔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결과는 동일했다.
작년에는 평가원이 모의고사를 통해 국어 난이도를 높이겠다는 예고를 지속적으로 하였음에도 실제 수능에서 달라진 국어 시험에 적응한 수험생들은 의외로 적었다. 특히 비문학 난이도의 상승은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하거나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국어 등급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평가원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국어 시험을 대비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도 국어는 최저등급 충족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난이도 높은 비문학 지문의 독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논술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자면, 비문학 지문의 독해는 영역이나 길이 등에 따라 난이도가 달리 느껴지지 않아야 정상이다. 비문학적 지문이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이면서도 고유한 특성을 파악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지문이라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제의도에 부합하는 정답도 간단히 찾을 수 있다. 올바른 독해 방법을 바탕으로 꾸준한 훈련을 거듭할수록 2018학년도 입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짐을 명심하자.
김동한 원장
김동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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