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는 어떤 학생을 뽑고 싶을까?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열정을 펼치고 꿈을 키워가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일 것이다. 용인 보정고등학교를 탐방 취재할 때 선생님들이 특별히 언급하며 칭찬하던 김호산 학생(성균관대 영상학과)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성적을 끌어올린 자아실현형 학생이다. 이런 유형의 학생을 키우는 부모는 교복 잘 빨아주고 밥만 잘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부러울 따름이다.
초등학교 때 만든 졸업영상이 꿈의 계기였을까?
“꿈을 가지게 된 계기요? 글쎄요. 제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많은 학생들이 대입을 위한 규격화된 꿈을 강요받다 보니 꿈을 꾸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저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에요.”
호산 학생이 처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6학년~중1 미국 유학 시절 친구들과 초등학교 졸업영상,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캠페인 영상, 인형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부터였다.
“중2때 한국으로 전학 와서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어요. 중3 때 친한 친구들과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극복했죠. 당시 사람 인생을 24시간으로 구성해 꿈을 꾸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새벽 인생인 중학교 친구들의 삶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사고로 파일을 거의 날리고 라스트신만 건졌는데 5분 초 단편 영화로 편집해 한국방송예술진흥회 1318영화제와 동국대 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죠. 이 시기에 어렴풋이 영화감독의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 위해 스케줄 관리와 공부 더 열심히 해
용인 보정고에 입학한 호산 학생은 연출에 관심이 많아 연극영화동아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2년 동안 총 4회의 창작극 공연에 참여했는데 대본 집필, 동선 수립, 캐릭터 연구, 홍보기획, 포스터 제작, 티켓 판매까지 총망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갈등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협력과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호산 학생의 동아리 활동은 너무 열정적이어서 선생님들까지 걱정할 지경이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 트집 잡히지 않으려고 스케줄과 공부 관리를 더 잘하고, 남들보다 1시간씩 학교에 일찍 와서 활동했죠. 공부하는 시간을 빼서 연극을 한 것이 아니라 휴식시간을 빼서 연극을 한 거예요. 생기부를 채우기 위한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학교생활의 낙이었어요.”
고2 말에 친구들이 꿈을 향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모티베이션’이라는 영상을 만들고 고3때 여름에 서울청소년미디어대전에 출품해 공익광고부문 대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했어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김호산 학생의 성적은 상승곡선을 그렸고, 고3 때 성적은 피크에 도달했다. 점수가 높은 영화학과를 목표로 하다 보니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던 것.
영화과 입시학원도 다니고 글쓰기 수업도 받았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고전영화를 보고 문학 단편집도 엄청 읽었다. 성적이 상승곡선이긴 했으나 총 내신이 약해서 한예종 영화예술 외국어특기자전형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우울과 불안감이 엄습해 영화과 고집을 접고 독일 유학 후 영화공부를 지속하려고 독문과로 급 전향해 논술전형을 준비했다.
“수시전형 마감 이틀 전에 담임선생님께서 3년간 활동한 것이 너무 아깝다며 성균관대 영상학과 예체능특기자 전형 하나만 넣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이틀 만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영혼을 담아 자소서를 썼죠. 다행히 1차에 붙어서 2차 면접과 실기시험을 봤는데, 미디어콘텐츠 기획자로서 흥부놀부전을 각색하라는 문제가 나왔어요. 창작사극 ‘덕수전’을 준비하면서 배운 점을 잘 써먹었죠. 성균관대가 제일 먼저 발표 나서 보정고에서 최초 수시 합격자가 됐어요.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끝까지 한 공부, 다양한 전형 준비 헛된 것이 없다
김호산 학생은 50명 정원의 성균관대 영상학과의 커리큘럼으로 디지털 디자인, 촬영기초, 영상학 원론 등을 공부하고 있고 방송, 영화, 광고 등 다양하게 배워서 오히려 꿈의 폭을 넓히고 있다. 고된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내신, 수능, 논술, 실기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입시 상황 때문에 너무나 힘들겠지만 역발상으로 기회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옛날 입시는 수능이나 학력고사 한방으로 허무하게 끝났잖아요. 저는 꿈을 위한 학교 활동과 내신 공부, 논술, 정시, 실기 준비까지 어느 것 하나 헛된 것이 없었어요. 목표를 제대로 세워 1,2학년 때부터 공부시간을 확보하고 미친 스케줄을 관리하는 역량을 키우세요. 입시 상황이 너무 힘들지만 열심히 해서 더 나은 입시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