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배재고등학교(교장 이재하)는 우리나라 신교육의 발상지다. 1885년 선교사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H.G.Appenzeller)가 설립한 배재고의 전신 배재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교육기관. 1886년 고종황제가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라는 뜻으로 ‘배재학당(培材學堂)’이란 이름을 하사했다.
2010년 배재고는 ‘최고(最古)의 배재가 최고(最高)의 배재로!’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자율형 사립고로 출범,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전인교육을 기반으로 꾸준한 대입성과와 함께 지역 명문고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배재고. 우수한 교육환경과 차별화된 특화프로그램도 우수하지만, 8만 명의 동문과 매년 10억 원 이상 지원하고 있는 탄탄한 재단은 배재고의 자랑이자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지난해 학교법인 배재학당 이사장으로 취임한 곽명근(64) 이사장. 그는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와 아낌없는 지원을 강조했다. 배재고를 졸업한 ‘배재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배재의 정신’을 거듭 강조한 곽 이사장. 그 어떤 부분보다 ‘배재 정신’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서 배재만의 전통과 철학이 느껴졌다. 다음은 곽명근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개교 132주년입니다. 배재고의 장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교 132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배재고는 ‘명문’이라 불릴 뚜렷한 이유가 있다.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학교는 학교의 기둥이 되는 정신이 있고 그런 정신이 있는 학교가 진정한 명문이라 생각한다. 배재고는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하나님을 말씀을 건학정신으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며 창조적 사고를 지닌 섬김의 리더(Servant Leader)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종교를 떠나 낮은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큰 사람이란 것을 학생들에게 꾸준히 강조하며 지성과 인성이 건강한 전인적 배재인을 양성하고 있다. 진정한 배재정신이 있는 학교, 때문에 우리 배재는 명문학교다. 또한 명문사학으로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수많은 동문들을 배출한 것도 배재고의 자랑이다. 민족지도자에서부터 정치·경제·언론계는 물론 운동·연예계까지 명성을 얻은 동문들이 셀 수 없이 많으며 8만 동문 모두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지난 2016년 3월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배재고는 재단지원과 동문지원이 많은 학교로 유명합니다. 특히 8만 동문들의 모교사랑도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사장님도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재학당총동창회장을 역임하셨지요? 이사장님 취임 후 지원이 더 튼실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원은 어떤지요?
“학교를 경영하는 데는 있어 크게 두 가지, 정신적인 면과 현실적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정신적 지원으로는 학생들에게 배재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현충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배재역사박물관에 이르는 배재역사탐방을 통해 배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또 진정한 배재정신을 알아가게 된다. 재단 지원적 측면에서는 가능한 모든 면에 지원을 아끼려하지 않는다. 동문장학금 100억 모금운동을 통해 매년 5억 여 원을 학생들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6학년에는 5억 2000 여 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는데 서울시 자사고 중 최고라 자신한다. 올해는 시설 개선을 위해서도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야외농구장, 소월동산 조경개선, 배재교정둘레길조성, 헬스장 증설, 기숙사 쉼터, 기숙사 북카페, 기숙사 인강실 등의 확충 계획이 있다.”
-지원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수년 간 배재고를 취재한 경험으로 일선 선생님들이 정말 열정적이십니다. 배재고 선생님들에 대한 남다른 지원이 있는지요?
“교사들 역시 학생들과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지원에 앞서 정신적인 지원, 즉 이사장이나 교장의 언행 모범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창회장을 할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를 높여 내가 가고 싶은 학교, 또는 우리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들과의 대화와 소통의 장을 꾸준히 만들어 선생님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원으로는 아펜젤러 교사상을 지난해 제정, 학생들 지도에 특히 애쓰고 학생들 만족도도 높은 교사들을 선정해 표창, 포상하고 있다. 모든 교직원해외 연수도 진행하는데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재단이사장으로서의 지원이라 생각한다. 또한 교육 환경개선을 위한 맞춤형 IT기기 지원, 교사연구회·교과협의회 지원, 명퇴교사에 대한 재단 지원금 지급도 지원한다.”
-이제까지 자사고의 상위권 경쟁률을 기록하는 학교는 학군이 좋다는 지역(강남·서초·송파·목동)이거나 여학생 위주 학교였는데요. 올해 배재고는 경쟁률이 상승했습니다. 배재고는 2016년 1.24대 1에 이어 올해 2017년은 430명 모집에 1.48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휘문고 1.12대 1, 동성고 0.92대 1보다 높습니다. 2016년과 2017년은 모두 이사장님 임기 때 입니다. 경쟁률을 높아진 이유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일반전형의 경쟁률은 1.77대 1이었다.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여건 하에서도 우리 학교가 전년보다 월등히 경쟁률이 오른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학생·학부모 만족도가 높고 전년도 대입 우수 실적의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재하 교장선생님과 모든 교사가 기울인 노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사장에 대한 기대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다만, 선생님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이사장으로서의 전폭적 지원은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학생, 학부모 만족도 상승을 위해 직접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들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를 위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다 이사장이 직접 학생들 교육 현장에 관심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독서토론을 직접 진행, ‘경제학 콘서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 ‘어린 왕자’ ‘자유론’ 등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밝은 모습, 적극적인 모습을 직접 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올해는 학년별 학부모회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해 건의사항이나 바라는 바를 직접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정례화해 학부모와 학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질 계획이다.”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13명을 비롯 연세대와 고려대에 각각 20명과 18명, 그리고 서강ㆍ성균관ㆍ한양ㆍ중앙ㆍ경희ㆍ한국외대ㆍ서울시립대 등 상위권 대학교에 105명, 이외 카이스트 3명, 포항공대 1명, 의대ㆍ치대ㆍ한의대에 17명이라는 우수한 진학성과를 낳았습니다. 배재가 육성하고자 하는 인재는 어떤 인재입니까?
“배재정신이 바탕이 된 나눔과 섬김의 마음, 배려와 협력의 일등 시민 역량을 갖추고 글로벌시대에 맞는 창의적 융복합 인재다. 배재학당을 통해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리란 확신 또한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튼스쿨. 배재고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보다 나은 배재를 위해 이사장으로서 남은 임기(2019년 9월 30일)동안 꼭 이뤄야 할 4대 숙원 사업이 있다. 아름다운 학교조성(소월동산), 운동장 개선(인조잔디구장), 지하주차장 조성, 역사박물관 리노베이션 등이다. 인성교육 및 전인교육 강화와 아울러 국제화 시대에 맞는 글로벌 교육 강화를 통해 교양과 인성을 겸비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 양성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재는 좋은 학교다. 그 이유는 대입진학률이 좋아서도 아니고, 신입생 경쟁률이 높아져서도 아니다. 우리 배재고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설립자에서부터 이어온 정신 유산이 때문이다. 바로 이튼의 정신과도 통한다.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영국에 이튼스쿨이 있다면 한국엔 배재학당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모든 학생들이 패기와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인생에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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