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꿀맛에 반한 인류는 ‘벌에 쏘이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꿀을 채취해 왔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양봉(養蜂)사업, 벌을 기르고 꿀을 따는 일이 과연 대도시에서 가능할까?
서울대학교 옥상부터 파리의 국회의사당과 미국 백악관 그리고 야생화가 많은 숲의 도시 안산에서도 도시양봉은 현재진행형이다.
안산농업기술센터 옥상에는 여러 개의 벌통이 있다. ‘꿀벌’이라는 특별한 곤충을 기르기 위해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진행하는 양봉 수업현장을 찾았다.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작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왔다.
이론과 실습, 경험담까지
“일벌은 모두 여자, 언니들은 일벌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만 번(10시간 16분)을 방문해요. 모두 열심히 일하지만, 살살 농땡이를 치는 일벌도 있습니다.”
김진아 강사는 양봉을 하며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수강생들과 묻고 답하는 수업이 진행하고 있었다. 질서정연한 ‘꿀벌’의 생활방식 배우는 수강생들은 신기하고 놀라워 흥미진진하다는 반응이었다.
안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작년부터 도시양봉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한반으로 진행하던 수업을 올해는 신청자가 많아 두 반으로 진행 중이다. 격주로 한 달에 두 번씩 이론과 실습이 함께 진행된다.
상록구 건건동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이춘화 반장은 농장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양봉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인에게 받은 벌을 키우려다 두 번을 실패했다. 처음에는 먹이를 잘 몰랐고 두 번째는 말벌양봉의 공격을 받았다. 농장 주변에 밤나무도 많으니, 여기서 잘 배워 양봉에 성공하고 싶다.”
도시양봉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목적은 다양하다. 이미 양봉을 하고 있지만 이론을 더 배우고자 온 경우도 있고, 학생들에게 벌과 생태계를 위한 교육을 위해 참여한 수강생도 있다.
꿀과 환경, 생태계까지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김 강사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 역시 품질 향상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밤꿀 · 헛개나무꿀 등은 효능 면에서 마누카꿀 못지않으나 아직 그 효능이 알려지지 않아 인정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벌은 꿀을 선물하는 것보다 생태계를 위한 중매쟁이로 더 유명한 곤충이다. 꽃이 지고 열매가 생기도록 꽃가루받이(화분)를 담당하는데, 세계농업식량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의 71%가 꿀벌의 화분매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나비는 약 6%정도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은 나비를 좋아하지만, 실속은 벌에게 있었던 것이다.
김 강사는 “인공적으로 수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벌을 통한 화분매개는 노동력을 절감시키고 과실품질도 높아진다”며 “꿀이나 밀랍 등 직접적인 생산량보다 농작물 수확으로 얻는 이익은 200배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가끔 벌들이 몰려 나와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벌이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참아보는 것은 어떨까? 열매가 풍성한 가을을 위해서.
강사님 질문 있어요, 도시에서 꿀 따기 도전!
1. 도시 양봉은 가능한 환경
고온 건조한 도시는 꿀벌들이 살아가기에 유리하다. 월동 성공률은 시골보다 10%가까이 높고, 농약의 피해나 단일 작물의 재배로 인한 무밀기(꿀을 모을 꽃이 없는 시기)가 적은 것도 도시양봉의 이로운 점이다.
2. 양봉하기 좋은 장소
도심 건물의 옥상은 도시양봉을 하는데 적합하다. 사람들의 통행이 적어 민원 발생의 소지가 적고 꿀을 모으기 위한 벌들의 비행도 자유롭다.
3. 처음 시작할 때 드는 비용
양봉을 시작하는 첫 해에는 새로 구매해 오는 벌의 가격 약 20만원과 방충복· 훈연기· 봉솔 등 기타 재료비가 약 20~30만원 들어간다.
4. 양봉에 성공하기 위한 성향
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 좋다. 벌통 내부를 검사하는 일은 주 1회가 적당한데, 오래 보지 않으면 질병이 생긴 것을 지나칠 수 있고, 분봉이 나서 세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부지런해 자주 벌통을 열어보면 벌들의 생활에 불편을 준다.
5. 꿀벌 한통에서 생산되는 꿀의 양
관리방법과 주변 밀원상황에 따라 다르고, 겨울동안의 꿀벌의 식량을 어느 정도 남기고 꿀을 수확할지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10kg 이상의 꿀은 생산 가능하다.
6. 양봉을 배우려는 이를 위한 조언
도시 양봉의 목적은 양봉을 배워 전업 양봉가가 되기보다, 소소한 취미로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정서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은퇴 이후 고정적인 수입원과 적절한 신체 활동을 보장해 주는 보조 수입원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6. 양봉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좋은 곳 소개.
경기도 지역에서는 안산농업기술센터, 수원평생학습관, 부천여월농업공원 등 각 지자체에서 도시양봉교육이 진행 중이다.
7. 양봉을 하며 좋은 점, 어려웠던 점
처음엔 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꿀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다만 꿀이 가득 든 벌통의 무게가 20kg 넘어 혼자 쉽게 들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8. 벌을 위해 일반시민들이 해야 하는 일상적인 일이 있나요?
집 주변 공터에 꽃을 심고 가꾸면, 벌들이 꽃을 찾아 먼 곳을 날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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