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고등학교 한지아 교사
“선생님, 진로상담 좀 해주세요. 저 다시 유아교육과에 가야겠어요.”
3학년이 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찾아온 해맑은 여학생. 3학년이 되어서인지 자못 차분해지고 얼굴 빛도 깊어졌다. 작년 2학년, 어느 이른 봄날도 해맑게 찾아왔던 날이 있었다. ‘전문 직업인과의 만남’에서 MBC 기자를 만나고 진로를 본격적으로 바꿨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기자와 만나는 시간 내내 얼마나 감동했었는지 상기되고 달뜬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었다. 지금까지 유아교사를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생각이 없어졌고 기자가 되고 싶다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했었다.
서울소재 대학에 가고 싶어 했으나 성적이 못 미치고 있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학원수업 외에 자기주도학습을 못하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버려지는 시간이 많았다. 상담을 마치고 핸드폰을 피처폰으로 바꾸겠다고 사뭇 결연한 표정과 갑작스런 굳은 의지가 몹시 귀엽고 사랑스러워 기억에 남겨진 아이다. ‘선생님이랑 한 약속! 1시간 수학공부하고 자기, 1시간 일찍 등교해서 자기주도학습시간 확보하기! 이것을 꼭 지키고 한달 뒤에 다시보자’ 며 보냈던 아이가 그 후로 종종 근황을 알리러 찾아오기도 하고 복도에서 만나면 언제나 해맑은 웃음으로 살갑게 다가와 가까워졌다.
방송미디어 진로에 맞춘 학생부 활동을 유치원 선생님으로 바꾸기
방송미디어관련 학과에 관심을 갖고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하여 나름 친구들과 활기차게 종합전형을 준비해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3학년이 되어 바로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이다. 다시 1학년 때 꿈꾸었던 유아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어머니가 유아교육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고 늘 가까이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종종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어울려 노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지금까지 준비해오던 방송미디어계열 종합전형을 포기하고 유아교육관련 정시를 준비하고 그 과정에 있는 적성전형을 준비해 보겠다고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니 방송 제작관련 활동으로 동아리활동들과 독서활동 등을 해왔는데, 친구들과 함께 기자의 꿈을 키우며 사진을 찍고 영상을 제작하는 주도성과 적극성, 창의성이 보이고 있었다. 동영상 제작부에서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을 만들고 학교폭력예방 UCC제작과 다양한 영상촬영기법등을 동원하여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들이 예쁘게 기록되어 있었다. 제작활동 뿐 만 아니라 스터디를 통해 방송 미디어 관련 정보를 접하고, 미디어 관련 기사를 읽으며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영상공모전을 계획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학구적인 활동들이 열정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특유의 순수함과 활달함, 그리고 의사소통능력을 어필하자
“다영아, 유아교사로서의 요구하는 인성과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주도성을 잘 키워왔구나. 3학년 1학기때까지 네가 만든 자율동아리에서 아동 심리학을 공부해가며 학업적성과 전공적합성을 탄탄하게 만들어 가면 좋겠다. 네 활동기록에서 창의성 도전정신 협력 유쾌함 등이 녹아 있어 좋은걸. 이러한 역량들은 유아교사로서도 필요한 역량이야 네가 진로를 바꾸게 된 동기를 잘 살려 서류를 준비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을 거 같아....”
3학년 1학기때까지 독서를 비롯해서 자율동아리 등을 성실하게 하면서 본인이 정말로 찾아 하게 된 진로활동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1차 서류에서 통과할 수 있다면 2단계 면접시 해맑은 순수함과 활달함, 시원함 그리고 의사소통능력이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고 생기롭게 해서 면접관들에게도 유아교사로서의 태도와 적성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전공 외적인 활동을 전공과 잘 융합해 창의적 인재상으로
교수 사정관들과 입학사정관들은 이제 편협하게 전공 관련 활동만 해온 아이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다.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힘을 키워 온 학생, 그렇게 도전하며 성장해 온 내면의 힘을 키워 온 인재를 만나고 싶어한다. 대학은 전공과 관련된 일관된 활동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경험 다양성을 더욱 높게 사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고 융합적 사고능력을 가진 열정과 끼를 발휘해 본 학생들을 찾고 있다. 유아교육과도 예외가 아니다. 이 학생이 길러온 창의력과 협력, 문제해결능력, 팀 프로젝트작업의 열정과 성실함은 꼭 필요한 자질이다.
어쩌면 위 학생은 본인의 선망대로 방송관련 활동을 열심히 해보지 않았더라면 본인의 적성과 흥미도 잘 모르는 채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을 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활동을 같이 해보면서 본인의 흥미와 적성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방송활동보다는 유아교육에 더 끌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무엇이든 해봐야 알 수 있다. 무엇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지, 무엇이 편안한지, 계속 더 잘하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 좋아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하다 보니 좋아져서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다영이는 선망하는 것을 해보면서 본인의 진로를 알게 되었다.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이 아이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오늘 돌아가는 다영이의 얼굴이 더욱 해맑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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