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수학을 공부하면 어디에 써먹느냐’는 것이다. 사실 수학은 순수학문이기 때문에 써먹을 내용을 배운다기보다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 지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 중 현대수학을 관통하는 내용인 추상(abstraction)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평소에 ‘추상적이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잘 모르겠어’를 완곡하게 표현할 때 사용할 때가 많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잘 모르게 되는 것은 추상 자체라기보다는 추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설명해 줄 때는 이해하기 편하게 X-ray 사진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뼈가 부러졌다고 가정해보자. 어디가 부러졌는지 보기 위해서는 뼈만 보고 싶지만, 겉에서 본다면 피부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디가 부러졌는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근육, 지방, 혈액, 피부 등은 모두 걷어내고 뼈만 볼 수 있는 X-ray사진을 찍는 것이다.
수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다. 예를 들면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사칙연산과 제곱근을 이용하여 나타낼 수 없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하자. 그런데 문제는 실수에는 너무 좋은 성질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필요한 성질만을 남겨 놓고 싶을 때가 있다. 조금 차수를 낮춰 덧셈에 대한 일차방정식을 풀고 싶다면 0의 존재성(항등원), -a의 존재성(역원), 그리고 덧셈의 결합법칙만 주어진다면 일차방정식을 풀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질만을 남겨놓은 구조를 수학에서는 군(group)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필요한 성질만 남겨 놓게 되면 보고 싶은 부분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를 걷어내고 나면 우리 평소 모습과 X-ray사진과의 차이처럼 실제 모습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실제 모습을 기대하던 생각으로 추상화된 개념을 본다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 마디로 추상을 얘기하자면 일종의 ‘개념 걷어내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수학과에서는 이러한 추상을 통해 일반화를 하고 이를 이용해 여러 문제를 해결한다. 추상의 의미에 대해 잘 이해하셨는지. 이 글이 ‘추상적이네’라는 표현을 조금 더 적확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끔 도움이 되셨길 빈다.
어그나무수학과학학원
정희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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