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애씨가 5여 년 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4월 9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췌장암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인공 패트릭 스웨이지와 스티브잡스, 그리고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췌장암은 특히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검진과 치료 기술의 발달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기록하며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췌장암은 환자의 대부분이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하고 2기 이상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5%미만에 불과하다.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위치한 한솔병원 최규언 진료(소화기내과 세부전문의)과장은 “췌장암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초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췌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통증, 황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을 경험하고 병원을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암세포가 몸 곳곳에 퍼져 수술이 불가한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는 것이 대부분인 만큼 췌장암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췌장암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며 고위험군은 어떤 사람들일까.
최 진료과장은 “췌장은 위의 뒤쪽, 몸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로 크기가 작아 복부초음파와 내시경 등으로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검사가 있지만 초기 췌장암을 검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검사방법은 복부 CT 촬영”이라고 설명했다. 또 “췌장에서 보이는 덩어리를 보고 진단하거나 췌장 부위의 혹 또는 췌관이 막혀서 늘어나 있는 것을 보고 췌장암임을 진단할 수 있고 다중 채널 CT, 이중 혹은 삼중시기검사로 더 효율적인 진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흔히 건강 검진에서 종양 표지자라고 불리는 혈액 검사를 많이 시행하는데 피검사만으로는 췌장의 이상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종양 표지자는 췌장암의 진단과 선별검사보다는 예후판정 그리고 수술 후 재발유부 판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복부 초음파 역시 정확한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 황달, 통증,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실시하지만 3cm 이상의 큰 종양을 발견하는 진단율은 높은 반면, 종양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발견률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췌장전체나 췌관을 평가하기도 쉽지 않으며 내장 지방이 많은 비만성 환자나 위십이지장에 공기가 많이 차 있는 경우에는 검사가 더욱 어려워진다.
한편, 2014년 국내조사를 보면 췌장암은 10만 명 당 12명 정도 발생할 정도로 발병확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거나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혹은 장기 흡연자, 만성췌장염 환자라면 일반적으로 췌장염 고위험군으로 판단, 의사와 상의해 정기적으로 복부 CT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 진료과장은 “현재까지 추천되고 있는 췌장암 선별검사의 구체적 대상은 직계가족에서 두 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는 가족성 췌장암, 포이츠제거스 증후군 환자, 유전췌장염 환자, p16·BRCA2·HNPCC 유전자 변이 보유자이면서 직계가족에서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등”이라며 “유전성 췌장염 환자는 35~40세에 검사 시작을 추천하고 있고, 포이츠제거스 증후군 환자는 30~40세, 가족성 췌장암 환자는 가족 중 췌장암 환자의 가장 어린 발병 연령보다 10세 이전에 적어도 50세에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위험군이라면 바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위험군이 아니지만 췌장염이 걱정된다면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시 추가로 췌장암 진단을 위한 ‘복부 CT’를 고려해 보는 것도 췌장암에 대비하는 정기적 진단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췌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흡연, 과체중, 운동부족 등을 뽑는 만큼 금연과 정기적인 운동과 진료로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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