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시니어아코디언클럽]

봉사연주 펼칠 무대가 있다는 게 즐거워~

이난숙 리포터 2017-04-22

지난 목요일 오후, 대화노인종합복지관 2층에 들어서자 애잔한 아코디언 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좁아졌다가 넓어지는가 하면 작아지는 듯 다시 커지는 그 소리를 따라 간 곳은 대화시니어아코디언 클럽(이하 아코디언 클럽) 단원들이 연습실로 사용하는 공간, 십여 명의 어르신들이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대화노인종합복지관 아코디언 강좌에서 출발
1950년~60년대를 지나온 그들에게 아코디언은 추억을 떠올리는 악기일 것이다. 어려웠던 그 시절 어쩌다 동네에 들어온 악극단이나 장터의 약장수들이 들려주던 아코디언 소리. 아코디언 클럽 단원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한자리에 모여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그 향수를 풀어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갈고 닦은 연주 실력으로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봉사연주를 펼치는 열혈 청춘들이다. “은퇴 이후 나를 위한 시간을 찾은 요즘이 우리들의 황금시대”라는 대화시니어아코디언클럽의 시작은 대화노인종합복지관의 아코디언 강좌에서 출발했다. 아코디언클럽 회원이자 지도를 맡고 있는 정희준씨는 아코디언 연주 경력 20년 차의 베테랑으로 오랫동안 고양시 여러 복지관에서 아코디언 지도와 고양시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아코디언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자로 유명하다. 고양시자원봉사센터 SNS기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정씨는 “이곳 대화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아코디언을 배우고 나서 이왕이면 우리가 배운 재능으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요. 회원들 모두 노년의 인생2막을 보다 뜻있게 보내고 그 재능으로 봉사연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지난 4월 15일, 대화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에서 연주회 가져
처음에는 음계도 모르고 악기를 다뤄본 적도 없던 단원들이지만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 배우는 속도는 느렸지만 이제 그들은 ‘청춘을 돌려다오’, ‘고장 난 벽시계’, ‘찔레꽃’ 등 레퍼토리를 분위기에 따라 흥겹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4월 15일 이들 회원들은 대화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에서 4월 문화공연으로 ‘대화시니어아코디언클럽’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공연은 아코디언 연주뿐 아니라 색소폰 연주 및 노래도 곁들여 참석한 복지관 회원 및 지역주민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이들의 지도를 맡아온 정희준씨는 “실력을 떠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은 젊은이들의 열정 못지않습니다. 회원 자격은 60세 이상이지만 대부분 70~80대인 회원들이 아코디언을 처음 배워서 이 정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다 아코디언이 가벼운 악기도 아니고요. 연습 때마다 들고 다니는 것도 사실 시니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데 짧은 시간에 실력을 키워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돼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희준씨는 은퇴 전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늘 악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20여 년 전에 아코디언을 배웠는데 아코디언은 타 악기에 비해 교육체계가 부족해 전통가요만 배울 수 있는 정도였죠. 그래서 독학하다시피 공부했고 나중에는 국내 최고 연주자를 찾아다니면서 배웠어요. 지금도 다른 악기는 대학에서 정규 과정이 있는데 아코디언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제 재능기부로 아코디언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실력을 떠나 연륜만큼 울림이 있는 연주 들려주고 싶어~
시니어들에게 아코디언이 친숙한 것은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한 소리가 젊은 시절 추억과 행수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음색 때문 아닐까. 정희준씨는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 진동주파수가 우리 심장의 박동수와 비슷하다고 해요. 또 아코디언은 품에 안고 연주하는 악기 아닙니까. 그래서 그 소리가 주는 감동이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요. 특히 연주하는 곡이 실버세대에게 친숙한 가요다보니 재미를 붙이기 쉽고 치매예방에 좋다는 손가락 운동도 절로 되니 인지능력 향상 효과도 있고요. 노년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악기입니다”라고 한다.
이들 아코디언클럽 회원들의 멋진 시니어 라이프에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도 대단하다. 부부회원인 조응현, 조정숙씨 부부는 얼마 전 아들이 이탈리아제 아코디언을 선물해줘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다며 웃는다. “실력을 떠나 연륜만큼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그런 연주를 하고 싶어요. 건강하게, 덜도 더도 말고 딱 지금처럼 우리를 찾는 곳이 있다면 달려가 잠시나마 위로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미니인터뷰

오랫동안 연주봉사를 나가면서 꼭 지키고자 노력하는 일이 한 가지 있어요. 외롭고 힘든 이들을 찾아갈 때 더 정장 연주복을 차려 입고 가자는 것이 저 자신과의 약속이죠.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됐다고 느낄 수 있는 분들에게 그 순간만이라도 자신들도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고 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그 모습이 제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희준씨, 74세)

아코디언의 생 초보로 시작해서 이 나이에 이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7년 전에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해서 대화시니어아코디언클럽과 함께 한 지는 3~4달 됐는데 아코디언은 양손을 쓰는 악기라 노후에 즐기기 딱 좋은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손가락 움직임이야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 못하고 실력도 잘 늘지 않지만(웃음)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송홍석씨, 85세)

노후에 남편과 같이 취미생활을 한다고 하면 모두 부러워해요. 그것도 아코디언이라니 모두 놀라죠. 남편이 지난 해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취미가 있다 보니 극복을 잘 한 것 같아요. 아코디언 연주를 하다보면 우울감도 싹 사라지고 활력이 생기니까요. 이번에 아들이 이탈리아제 아코디언을 선물해줬으니 더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 (조응현씨 81세, 조정숙씨 80세 부부)

회원들 중 가장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도 열정도 다른 회원 못 쫓아가요.(웃음) 아코디언은 희노애락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악기 하나로 백 가지 천 가지 사람처럼 세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는 아마 아코디언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아코디언을 배우기 전에는 이렇게 깊은 매력이 있는 줄 몰랐는데 하면 할수록 빠져들고 너무 재미있어요. (김재희씨, 62세)


고양시 실버소식 이모저모

-호수복지문화대학교 제16대 학생회 발대식 가져
일산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옥선)에서는 3월 14일 오전 11시 일산노인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2017년도 호수복지문화대학교 제16대 학생회 발대식을 진행했다. 호수복지문화대학교는 2001년 제1대 학생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16번째 학생회를 발족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학생과 복지관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16대 학생회장은 이순자씨가 학생회장으로 선출됐다. 제16대 학생회는 2명의 부학생회장을 포함하여 총 9명의 임원진으로 구성되어 활동할 예정이다.

-고양로타리클럽 독거어르신 위한 여름 김치지원
대화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복희)에서는 지난 4월 8일 오전 10시 고양로타리클럽(국제로타리 3690지구, 회장 조수봉)의 후원으로 일산서구 내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영양만점 여름김장 전달이 진행됐다. 이번 영양만점 ‘여름김장’ 전달은 독거어르신 약 80명에게 각 5kg의 김치를 전달해 따뜻한 온정을 나누었다.

-대화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매월 3번째 토요일 ‘주말문화공연’이 열려요~
대화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매월 3번째 토요일 오전 주말문화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4월 15일 열린 4월의 주말문화공연에는 대화시니어아코디언클럽 연주회가 열려 복지관 회원과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다음 일정은 5월은 쉬고, 오는 6월 일산서구노인지회 색소폰동호회의 ‘어르신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문의 031-917-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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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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