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동 스타파크 주상복합 2층에 위치한 수호갤러리에서는 4월 12일부터 5월 8일까지
나무인형 작가 윤보윤의 개인전 <Pink Moment>가 개최된다.
4월 첫째 주, 막바지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윤보윤 작가를 찾아 수호갤러리를 방문했다.
자녀를 키워 본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담겨 있어
“딸아이가 여덟 살인가 아홉 살인가 그 정도 되었을 때 집에 있는 나무 조각들을 보고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졸랐어요. 그 당시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사 가는 집에 방이 하나 남으니 이사 가서 만들어주겠다 했지요. 이사 후 나무를 조각하기 시작했어요. 관절이 다 움직이는 작은 목각인형이 그렇게 탄생했지요. 그 당시 딸아이가 발레에 한창 재미가 들려 있을 때였는데 이번 전시회에 모티브가 된 ‘Pink Moment’는 사실 그 시절 딸아이의 모습을 나무인형에 담아본 겁니다.”
사실 윤보윤 작가는 MBA(경영대학원)를 마치고 모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잘 나가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복직이 여의치 않게 되었을 때 잡은 나무토막들이 그녀를 제2의 인생으로 이끌었다. 우주복을 입고 있는 아기를 만든 ‘겨울엔 우주인이 된다’부터 발랄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담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단발머리와 교복을 입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중학생 편’까지 인형 작품 하나하나에는 자녀를 키워 본 주부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몽글 몽글 솟아난다.
작가 고유의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위로 느껴져
인형 작품의 많은 부분에서 엄마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꽃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령을 초월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작품들과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이 느껴지는 ‘안아주기’ 연작 시리즈, 여자로서의 일생을 통찰력 있게 표현한 ‘시간 조각 잇기’, ‘친구’, ‘낮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녀의 작품에는 엄마와 주부의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형 작품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워 섬세하게 세월의 주름과 연륜을 담아 낸 ‘염소와 외출’, ‘꽃을 든 할아버지’가 그렇다.
“아무래도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작품을 보관하거나 전시할 공간의 여유가 없어요. 6cm에서 11cm, 16cm 등 사람의 손에 충분히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의 인형을 조각하다 보니 매우 섬세하게 작업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관람하시기 좋도록 돋보기까지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우리들은 참 바쁘다. 때로는 왜 바쁜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윤 작가의 작품들을 천천히 보면서 잠깐 멈추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분당 나무인형 아줌마의 내공
윤 작가는 분당에 살고 있다. 지역 갤러리인 수호갤러리 주최 2016년 제7회 수호 공모 당선 작가로 지역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는 2006년 설립되어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역량 있는 예술 인형 작가(Doll Artists)들로 구성되어 있는 협회 DABIDA(Dutch and Belgium Institute of Doll Artists)가 제정한 DABIDA Award에 2016, 2017년 연속으로 10명의 예술인형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까운 문구점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나무 조각, 실, 천, 점토를 주로 사용합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착한 재료지요. 기회가 되면 공방 형태의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서 더 깊이 있는 제 개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나무 인형을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개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수호갤러리에서 4월 21일까지 윤보윤 작가 개인전 형태로 진행되며, 5월 8일까지 윤보윤, 지영, 리즈 세 작가의 합동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단체 관람의 경우 사전에 갤러리로 예약을 하면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상시 마련된다.
<Pink Moment>전시 개요
일시 | 장소 및 위치 | 문의 | 비고 |
4/12~21 (윤보윤 단독 전시) | 분당구 정자동 더샾스타파크 2층 (G-23) 수호갤러리 | 031-713-0287 | 무료 관람 |
4/22~5/8 (윤보윤·지영·리즈 합동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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