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길러내기 위해 시작한 작은 도서관이 엄마들과 마을 어르신, 도서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까지 빛이 되어주는 마을이 있다.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해 ‘마을 공동체 교육문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는 운정 한울마을 4단지 ‘무지개도서관’을 찾아 그들의 ‘더불어 커나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민들 재능기부로 일군 마을도서관
운정 한울마을 4단지 내에 위치한 ‘무지개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이 모여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2012년 4월에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6년간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과 문화강좌를 운영해 왔고 지난해에는 파주시로부터 평생학습 프로그램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지개도서관’은 도서관 관장을 비롯해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선생님들 모두 단지 내 주민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이곳의 김미선 관장은 “공공도서관이 멀어서 아파트 단지 안 가까운 거리에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함께 일해주실 분들을 찾았어요. 주민분들 중에 과학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분이 계셔서 그 분의 도움으로 한울과학교실을 시작했고 독후활동이나 미술 분야 등 각자 자기 분야에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무지개도서관’은 파주시와 LH 등 공공기관의 도서관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며 도서관 사업을 꾸려 왔다. “도서관을 준비하던 2012년, LH의 신생도서관 지원사업에 선정돼 ‘무지개도서관’의 시설을 갖추고 서고를 채울 수 있었어요.” 이후 자원봉사자들의 꾸준한 활동 덕분에 ‘무지개도서관’은 LH마을공부방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지역아동센터 전환을 목표로 하는 공부방’을 2년간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공부방 선생님들도 모두 자원봉사자로 동네 아이들을 위해 일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려면 갖춰야 하는 자산 등의 현실적 조건이 맞지 않아 지금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강좌실로 운영하고 있어요.”
동네 아이들 위한 체험교실과 ‘행복한 밥상’ 차려
‘무지개도서관’은 단지 내 아이들을 위해 과학교실, 체험미술교실, 영화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교실에서는 마을 생태탐방과 간단한 실험, 생활 속 과학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체험미술교실에서는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을 위해 ‘미술 퍼포먼스’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나는 감독이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화책을 매개로 영화 만들기를 했다고 한다. “비록 짧은 영화였지만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고 더빙까지 하면서 협동심과 사회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도서관’에서는 더운 여름이면 도서관 앞 공터에서 미니 수영장을 오픈하고 날씨 좋은 계절엔 독서캠핑과 아나바다 장터를 개최한다. 또 방학 때는 LH와 주거복지연대의 지원을 받아 ‘행복한 밥상’을 2년째 운영하고 있다. “방학 때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점심을 챙겨 먹기가 힘들잖아요. 40명의 아이들이 매일 도서관으로 찾아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해서 먹습니다.”
엄마의 마음 다독이는 강좌 열어
‘무지개도서관’에서는 엄마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동아리로는 화요일 오전에 모이는 ‘퀼트 동아리’와 건강강좌와 연계된 ‘이혈동아리’, 수요일 밤에 모이는 ‘몸살림 맵시 무브먼트’가 있다.
이중 이혈동아리는 초·중급 강좌를 듣고 나면 자격증 취득과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외에도 육아에 지친 젊은 주부들을 위한 문화강좌가 오전 시간에 열린다. “보통 강좌를 열면 20~30명씩 모이는데 육아정보나 책정보도 나누지만 무엇보다 엄마들의 지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문화강좌를 하고 있어요.”
작은 도서관 유일의 실버 프로그램 운영
대부분 작은 도서관들은 어린이와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도서관 이용 층이 어린이와 주부들로 한정돼 있다는 뜻일 텐데 이곳 ‘무지개도서관’에는 단지 내 노인분들의 발걸음이 잦다.
“‘무지개도서관’이 경로당와 이웃해 있다 보니 경로당 어르신들을 자주 뵙게 됐어요. 저희 단지에는 독거노인분들이 많으신 편이라 그분들을 대상으로 미술심리나 마음치료, 심리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서관 최초의 시도라 할 만한 실버 프로그램은 단지 내 입소문이 나서 신규 회원을 위한 클래스를 개설할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할머니 세 분이 오셔서 함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토피어리나 푸드 테라피 등의 표현활동을 했는데 다들 처음 해보시는 창작 활동이라 참 좋아하셨어요.” 무지개도서관의 실버 프로그램은 파주 건강증진문화제 미술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울 4단지의 행복한 특권’이라 불리기도 하는 실버 프로그램은 55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는 5월부터 청소년 진로모색 위한 프로그램 진행
‘무지개도서관’에서는 5월부터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김미선 관장은 말했다. “작년에 운정행복센터에서 열린 평생학습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청소년들이 저희 부스를 찾아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미래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무지개도서관’에서는 올해 청소년 대상 도서관 프로그램을 주제로 ‘따복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청소년 정서지원과 진로모색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이 저희 도서관에 와서 편하게 쉬면서 마음을 터놓고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위치 파주시 동패동 한울로 101 휴먼시아 4단지 별관 후면 1층
문의 070-8951-8130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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