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해마다 과학의 날이 다가오면 대부분 학교마다 에어로켓 만들기와 과학상자 조립 등 학교마다 비슷한 행사가 진행된다.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처럼 되어버린 과학의 날, 학생들이 스스로 과학을 즐기게 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지난 4월 8일, 안산부곡중학교에 ‘과학의 날 한마당’이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교정에 찾았다. 오전에는 정상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찾아 실생활에 밀접한 과학실험이나 체험을 하는 것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방식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고, 학기 초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담당교사들은 교실마다 준비물체크와 행사진행을 위해 몹시 분주한 모습이었다.
17가지, 각양각색 체험
과학의 날 행사 주제가 ‘물’임을 알았을까? 기다리던 단비가 촉촉한 오후, 각 교실에서는 각양각색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안산 환경에 관련된 수업과 관내 고등학교 학생동아리 과학교실 수업 그리고 생명존중 관련 강의(심폐소생술)와 성호이익 선생의 과학론 까지 총 17개 수업이 한꺼번에 문을 열었다. 참여하는 학생은 약 470명, 각 교실마다 실험과 체험활동을 미리 알고 돕는 도우미 학생들도 3차 협의까지 마치고 배치되었다.
김명하 과학담당교사는 “학생회 및 도서부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되는 수업을 직접 포스터로 알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미리 선택하도록 했다”며 “과학을 배우는 것은 일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함임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환경이라는 큰 주제에 심폐소생술, 수학동아리 등 과학과 연결된 것 모두가 과학이라는 생각으로 사고의 틀을 넓혀 학습의 장을 활짝 펼친 것이다.
스스로 움직일 때 많이 성장
먹을 수 있는 물병을 만들기 · 라바 램프 만들기 · 우리 학교 안 나무 알아보기 · 분자요리 등
수업내용은 생활에 밀접한 구체적인 내용이 많았다. 오염을 줄이는 세제를 만든 학생은 “액체였던 기름이 서서히 굳어져 말랑거리는 비누가 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학교 안 에 있는 나무를 탐구하는 학생들은 우산을 쓴 채 관찰에 집중했다.
김 교사는 “중학생의 경우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강의 보다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감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많이 배우고 느낄 것”이라며 “특히 학생들은 스스로 움직일 때 많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실험과 야외활동을 하고 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진행한 교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고, 강의가 길거나 체험활동 시간이 짧은 교실에서는 지루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행사가 마친 학생들은“과학의 날 행사 준비하시느라 고생한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던 행사”였다고 말했다.
일등 없는 모두의 축제
김 교사는 행사를 준비하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강사와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를 초대하며, 처음 시도하는 이 행사의 그 진행과 결과에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초대를 받은 안산고등학교 수학동아리 조왕구 교사는 “부곡중학교 학생들과 한판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어 감사한다”며 “같이 성장하는 기쁨이 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경쟁이라는 것은 계속 이길수록 불안해지도 더 높은 곳을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된다”며 “우리 교육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학생들을 넣고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 어깨 걸고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와 내 삶에 밀접하게 어울리는 살아있는 지식을 교육하는 현장, 그 학습장을 만드는 교육자들의 협력이 만들어낸 과학의 날 한마당! 상장도 일등도 없는 모두의 축제가 봄비 속에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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