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의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바깥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움트는 새싹과 봄꽃을 감상하기 위해 산책에 나서거나 겨우내 미뤘던 운동을 하기 위해 걷기에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
우리지역에서는 걷기에 좋은 길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집 가까이는 물론 조금 떨어진 곳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즐기며 걷기에 나설 수 있는 곳이 많은 것. 아름다운 봄날, 걷기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리포터들이 각 지역의 걷기 좋은 길을 추천해 봤다.
고즈넉한 산사를 거닐다, 안양 ‘수푸루지 마을에서 망해암까지’
자연이 주는 감동이 그리운 순간이다. 안양시에도 걷기 좋은 길이 꽤 여러 군데 있지만 특히 요즘 같은 봄에 걷기 좋은 길을 꼽으라면 이곳을 추천한다.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걸을 수 있는 안양시 비산동 수푸루지 마을과 망해암을 소개한다.
이마트 비산점 건너 대림대학교 쪽으로 걷다보면 수푸루지 마을이 나온다. 깊은 골짜기에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고을이라는 뜻의 수푸루지 마을은 개발이 진행되어 현재 임곡마을 주공그린빌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다. 임곡중학교 앞에서 계속 길을 따라 가면 삼성사와 만장사 등 사찰이 먼저 나온다. 이 길에서 망해암으로 오르는 길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라이딩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코스이다. 비봉산 마실길이라는 이정표가 말해주듯이 이 길은 산행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큰 무리 없이 혼자 걷을 수 있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우거지 숲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안양8경 가운데 1경으로 선정된 망해암의 일몰 풍경은 장관을 연출한다. 또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면 망해암에 얽힌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망해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조선시대 세종 때 조세를 운반하는 배가 인천 월미도 부근을 지날 때 심한 풍랑으로 배가 뒤집힐 지경에 처했을 때, 갑자기 뱃머리에 한 승려가 나타나 선원들을 진정시키고 인도하여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풍랑이 잠잠해진 뒤 한 선원이 승려가 살고 있는 절이 어디인가를 묻자 관악산 망해암에 있다고 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선원들이 한양에 도착하여 은혜를 갚기 위해 망해암을 찾았으나 그와 같은 승려는 살지 않고 용모가 아주 흡사한 부처가 법당 안에 봉안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라에 상소를 올려 이 사실을 알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종은 매년 한 섬씩 공양미를 불전에 올리도록 하였으며 그러한 일은 조선 후기까지 계속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무엇보다 망해암 용화전 앞 돌계단을 따라 종각 앞에서면 안양시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해바다까지 볼 수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둘레길, 과천 ‘청계산 산림욕장’
봄이 되면 아이들과 한 번씩 가는 곳이 청계산 산림욕장이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라 운동 삼아 걷기도 좋고 오가는 길에 동물들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30일 찾은 청계산 산림욕장은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로 지난 12월 중순 이후 문을 닫았던 서울대공원의 재개장일이라 더욱 의미 깊었다.
청계산 삼림욕장은 크게 4개의 구간으로 나뉜 약 8km의 산책길이다. 470여 종의 식물과 작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굽이굽이 등산길은 크게 가파르지 않아 가족 동반 나들잇길이나 초보 등산객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얼음골 숲부터 밤나무 숲을 거쳐 소나무 숲까지 완주는 약 3시간이 걸리지만 중간중간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체력에 따라 걷는 양도 조절할 수 있다.
삼림욕장을 조금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통통 걸을 때마다 울림이 있는 나무 데크길도 좋고 조금씩 포근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흙길은 더 반갑다. 아직 초록빛 새싹이 감돌기 전 누르스름한 황톳빛이지만 그래도 발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한번을 올라가면 다음번에는 내려오는 오르막 내리막길은 마치 인간의 삶 같다.
등산길에서 반가운 존재는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하는 새싹이다. 생명력을 압축한 꽃망울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좋은 것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터져버릴 것 같은 행복감에 손을 꼭 맞잡고 걷는 젊은 연인의 모습도 좋지만, 삼림욕장을 걷는 내내 조용히 바라봐주며 보폭을 맞추어주는 중년 부부의 모습은 봄볕같이 더욱 따뜻하다.
걷고 사색하기 좋은 ‘군포 능안공원’
능안공원은 산본 11, 12, 13단지 중앙에 위치해 주변 아파트와 주택단지 어느 곳에서도 쉽게 진입이 가능하다. 동산정도의 크기로 한 바퀴를 도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정상부와 평지부에서 전혀 다른 색과 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공원이다. 우선 ‘능내정’을 중심으로 한 정상 부근은 산길의 정취가 강하다. 또한 아래와 좌우로 형성된 여러 갈래 길로 인해 선택의 고민을 선사한다. 크지 않은 규모이기에 결국은 어느 지점에선가 마주치지만 말이다. 길마다 소박한 나무의자들이 마련돼 있어서 사색에 잠긴 이들을 종종 발견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존재하기에 이들을 방해하지 않을 수 있고, 선택에 따라 능안공원 둘레길을 여러 코스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다수의 갈래 길을 가진 능안공원의 장점이다.
하단의 평지에 위치한 6.25참전 기념비 부근에는 시계탑광장, 야외공연장, 약수터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공간들이 많아 정상부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또한 언덕배기와 아파트에 둘러싸여 아늑한 정원의 느낌도 난다. 그래서 약수터에 앉아,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유난히 많다. 그 모습 또한 집 앞 골목길에 나와 이웃과 대화를 나누는 듯 편안함이 느껴진다. 능안공원 어느 곳이나 휴식을 위한 나무의자와 운동기구들이 많고, 야외공연장 부근에도 작은 조깅트랙이 갖춰져 있어 나이 드신 분들이 부담 없이 걷기도 좋다. 현재는 선명한 새소리와 분홍빛 진달래꽃과 노란색 산수유꽃이 봄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따뜻해져도 우거진 숲과 꽃의 화려함이 가득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구불구불 산책길과 바람의 언덕까지, 의왕 청계 ‘산빛근린공원’
자연환경이 훌륭한 의왕시에서 청계는 유독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통한다. 이곳 청계 숲속마을에 걷기에 좋은 길로 이름난 ‘산빛근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빛근린공원은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최적화된 곳이다. 일반적인 공원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잔디밭이나 광장 위주로 조성돼 있다면 이곳은 걷기를 위한 ‘길’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공원 초입부터 마련된 길은 산책을 위한 길과 조깅을 위한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나란히 놓인 두 길 사이로는 갈대가 무성한 물길이 나있어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기분이 남다르다. 바람이라도 불면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에 운치를 더한다. 거기다 중간 중간 두 길을 이어주는 통나무 다리도 산책의 재미를 준다.
걷다가 힘이 들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들도 곳곳에 놓여있고, 길옆으로는 너른 잔디밭도 조성돼 있어 산책이나 나들이, 또는 운동 나온 사람들이 쉬어가기도 좋다. 공원 옆에는 큰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이 있어 이곳에 올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들꽃을 심은 화원에는 봄과 여름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해 즐거움을 준다. 공원 끝에는 숲을 닮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농구나 족구를 위한 작은 운동장은 물론 다양한 운동기구도 자리하고 있어 걷기뿐 아니라 놀이나 운동을 즐기기도 그만.
날씨가 좋아지면서 산책과 조깅을 위해 낮부터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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