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스타샘

창덕여고 장종혁 체육교사

아이들은 끊임없이 믿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박경숙 리포터 2017-03-30

올해로 교직생활 37년째 접어든 창덕여고 장종혁 교사. 재미있는 체육수업을 비롯해 생활지도 교육을 많이 해 학생들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한다. 그의 삶의 기초는 학생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 봉사활동이다. 올해 초에는 자원봉사활동 정부포상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8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 교사의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37년 교직생활을 하며 기억에 많이 남는 학교와 학교활동은 무엇인가?
처음 전농여중 체육교사 생활을 시작으로 풍납중, 서초고, 잠신고, 언남고, 동작고를 거쳤다. 올 8월 창덕여고 교사생활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난다. 시간이 참 빠르다. 체육교육을 전공한 후 학생들과 더불어 살고자 체육교사의 길을 택했으나 학생부장을 20여년 가까이 하면서 학교에서 궂은일을 많이 한 편이다. 아이들과 더불어 학교와 사회 속에서 다채롭게 살아 큰 후회는 없지만 학생부장을 맡으며 안고 가야하는 아픔이 꽤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새로 생긴 풍납중에 부임해 학교의 기본 틀을 다진 일, 언남고에 부임해 2001년에 축구부를 창단한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언남고 축구부는 창단 1년 만에 전국대회인 2002년 추계연맹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월드컵 축구 붐이 대단하던 시기라 히딩크 감독의 초청을 받아 언남고 축구선수들을 데리고 네덜란드를 2주간 방문한 일이 있다.  네덜란드에서의 선진축구 기술습득체험은 선수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Q 체육교사로서 학생과 운동선수를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예전부터 공부나 수업을 빼먹는 선수 지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운동선수’를 기르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사회에 나가서 착실하게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인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일지라도 정규수업을 다 듣고 방과 후에 운동하도록 유도했다.
언남고 축구부 우승이나 서초고 수영부 우승을 이끌었을 때도 정규수업 참여를 중요하게 지도했다. 현재 창덕여고도 수영과 배드민턴에서 전국 상위 랭킹을 자랑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학생들은 수업 참여와 선수생활을 착실하게 병행하고 있다.

Q 교직생활 중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손꼽히는 것은 무엇인가?
37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희로애락이 참 많았다. 학생부장을 오래 하다 보니 정말 다루기 힘든 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교사로서 나의 신조는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교무실문을 발로 차고 교사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내뱉던 학생을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만들고자 마음먹고 집에 데려와 3개월간 함께 생활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아이 방을 비워 말썽꾸러기 제자에게 주고 새벽 운동을 시키고 등하교를 함께 했다.
관심과 믿음을 받아가며 서서히 변해가는 아이를 보며 결국 어른들의 잘못된 시선과 가치관에 대해 반성했다. 누구나 ‘잘못된 녀석’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아이도 내면을 잘 보듬으면 선함이 나오는 법이다. 교사들은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만 제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나고 거친 아이도 내 제자로 보듬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Q 희로애락이 많은 학생부장을 하며 가장 아쉽고 힘들었던 점은?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며 12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강제 전학, 강제 퇴학 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할머니가 홀로 키우며 ‘고등학교 졸업만은 꼭 시켜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던 학생을 강제 퇴학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가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3일 만에 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가슴이 미어지도록 안타까웠다.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 어쩔 수 없이 강제 퇴학을 시켰지만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학생은 학생이다’ ‘문제가 있더라도 시간을 좀 더 주고 기다리고 안고 갔어야 했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좀 더 열린 시야로 바라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 왔다. 그 일은 아직까지도 마음 한 곳에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학생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주게 되는 학생부장의 역할은 참 힘들고 고된 일이다.
20여년 학생부장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3년 전 내 생일날 간암 수술을 했다. 당시 교감 부임도 앞두었는데 건강이 무너지고 수술, 회복의 시간을 가지며 학생을 바라보는 눈과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다. 수술과 요양 과정에서 옛 제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봉사활동을 통해 현직교사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는데 어떤 활동을 했는가?
나에게 있어 봉사는 어떤 목적을 갖고 한 일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이다. 1984년 7월 풍납중 재직 당시 풍납동 일대가 밤새 폭우로 인해 수심 2m 정도 침수되어 주민들이 밤새도록 고립되어 있었다. 다음날 새벽부터 8시간 동안 고무보트를 이용해 제자들과 수재민 80여명을 구조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학생봉사체험활동이나 지역의 독거노인과 결연을 맺은 반찬봉사, 연탄나눔 봉사, 아프리카 난민 구호 봉사에 참여했다. 국토사랑 독도탐방 활동, 국립현충원 봉사활동 등도 학생들과 함께 했다. 30년이 넘게 꾸준히 봉사활동을 실천하며 사회의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에게 따뜻한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창덕여고 프론티어봉사단과  송파지구교사단 회장을 하며 봉사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우고 있다.
퇴임 후에는 지방에 마련해 둔 집에 내려가 텃밭도 가꾸고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며 인생을 채우려 한다. 40년 가까이 다양한 학생, 학교 속에서 열심히 달려 온 인생이기에 쉬어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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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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