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세무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세무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겐 이들을 찾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고양지역에는 이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 무료 세무 상담 봉사를 하고 있는 ‘고양시 마을세무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마을세무사 시행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세무사가 참여
‘마을세무사’는 세무사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세무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비용부담 때문에 세무 상담을 받기 어려운 서민층과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양도소득세, 증여세 등 국세와 취득세 등 지방세에 대한 무료 세무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와 고양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만 운영하던 이 제도는 2016년 행자부와 한국세무사회, 각 자치단체가 손잡고 전국으로 확산해 시행되고 있다.
고양시에는 현재 39개 동 주민센터마다 1~3명씩 총 43명의 마을세무사가 활동 중인데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세무사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고양시에 따르면 마을세무사 제도를 시행한 결과 2017년 1월 현재까지 국세 1,650건, 지방세 110건, 기타 50건 총 1,810건의 상담이 진행됐다고 한다. 상담 유형은 전화상담 1,086건(60%), 방문상담 651건(36%), 기타 73건(4%)으로 전화상담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고양시 모든 동에 배치돼 활동 중
고양시 마을세무사의 시초는 시민들의 생활 속 세금 고민을 해결을 돕기 위해 시에서 2015년 4월부터 시행해온 ‘동(洞) 담당 세무사’ 제도. 고양시에서는 시민에게 양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양세무사회, 동고양세무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2016년 6월부터 이를 ‘마을세무사’ 제도로 확대해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고양지역 세무사회 변종화 회장은 “세무 상담이 필요하지만 세무사를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노약자나 장애인 등 지역민들에게 세무 상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2년 전 ‘동네 세무사’ 제도로 출발했던 것이 이렇게 마을세무사로 확대되게 됐다”며 “세무사 사무실을 찾을 만큼 상담 비중이 큰 건이 아닐 경우나 비용 부담 때문에 세무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분들이 부담 없이 세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지역에서 마을세무사 제도가 뿌리내려 활발히 운영될 수 있게 된 바탕에는 무엇보다 고양지역 세무사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처음 ‘동 담당 세무사’ 출범 당시에는 26명의 회원이 참여했고 현재는 전체 175명의 회원 중 43명이 마을세무사로 고양시의 모든 동에 빠짐없이 배치돼 활동 중이다. 매월 1회 각자가 맡은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무료 세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 상담도 받고 있다.
세무 문제 뿐 아니라 때론 마음까지 읽어줘야
마을세무사의 주된 상담자들은 노년층이다. 자녀들에게 재산 상속이나 증여를 하고자 하는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일반 세무사 사무실을 찾기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현재 장항1동 마을세무사로 활동 중인 변 회장은 “상속이나 증여 문제로 상담을 하러 오신 어르신들에게는 세무 상담에 앞서 가족관계와 살아온 이야기 등에 귀 기울여 할 때가 많다. 가족 간에 얽힌 전후 사정을 충분히 들어야 해결책을 제시해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재산을 사이에 둔 가족 간 갈등이나 관계 등을 고려하고 때로는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달래주며 원만한 합의 도출해냈을 때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마을세무사는 단순히 세무 상담을 해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세법을 잘 몰라서 피해를 입거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방지해 드리는 것, 또 편법을 쓰지 않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공익적 목적도 추구하고 있다”며 “세무사가 올바른 세무 상담을 하지 않고 편법을 제시한다면 결국 이를 받아들인 의뢰인이 피해를 보게 된다. 나중에 세무 조사를 통해 세금 추징을 당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올바른 상담을 통해 성실 납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 마을세무사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면?
‘마을세무사’는 매월 1회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무료 세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세무사와 상담을 원하는 시민은 고양시민원콜센터(031-909-9000)로 문의하거나 각 동 주민센터 및 고양시 홈페이지에서 마을세무사 연락처를 확인한 후 전화 상담하면 된다. 전화 상담 후 추가상담이 필요 할 경우에는 마을세무사 사무실 또는 주민센터에서 방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미니인터뷰
변종화(고양세무사회장)
경제적 여건 등으로 세무 상담을 받기 어려운 시민들이 접근하기 편한 주민센터에서 마을세무사의 도움을 보다 쉽게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보다 자세한 상담을 원하는 경우에는 세무사 사무소 등에서 개별적으로 만나 추가상담도 가능하니 주저 마시고 주민센터에 문의해 주세요.
김정철(고양세무사회 총무)
제가 어릴 때 어렵게 살았었어요. 학교 다닐 때 지역사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게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어 저도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생기면 참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을세무사는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출범 당시부터 큰 부담 없이 참여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문소라 리포터 neighbor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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