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카페 ‘프럼나드’ 김기호, 양정필 부부]

음악과 영화로 좋은 사람들과 소통 나누는 전원의 삶~

이난숙 리포터 2017-03-18

파주 프로방스에서 차로 5분 여 달리다 보면 탄현면 만우리에 다다른다. 여느 곳과 별다를 것 없는 시골 마을인 이곳에 지난해 1월, 눈길을 끄는 컨테이너 하우스가 들어섰다. 은퇴 후 부부가 사는 공간을 구태여 크고 거창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는 소신으로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이곳. 컨테이너 하우스의 고정관념을 깬 외관부터 남다르다. 1층은 살림집, 2층은 ‘프럼나드’라는 음악카페인 이집의 주인장은 은퇴 후 도심을 떠나 여유로운 전원의 삶을 꿈꾸었다는 김기호, 양정필 부부. 그들만의 ‘놀판’을 마련하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부부를 만나보았다.



음악 감상이 취미인 남편, 마음껏 음악 즐길 수 있는 공간 꿈꿔
사업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남편 김기호씨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했던 아내 양정필씨의 인생 2막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온 부부는 은퇴 후 전원에서의 생활을 꿈꾸었다. LP판 1만여 장과 DVD 3,000여장을 모았을 정도로 음악을 즐기던 남편 김기호씨는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온 일상을 떠나 유유자적하며 음악을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양껏 큰 볼륨으로 음악 감상을 못했어요. 그래서 아내와 은퇴 후에는 전원에서 살자고 의기투합했죠. 하지만 디테일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고 막연히 전원에서 부부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서 여유롭게 살자고 얘기를 나누곤 했어요.”
그런 꿈은 아내가 교직 은퇴 2년을 앞두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앞당겨졌다. “파주로 오기 전까진 줄곧 서울에서 살아서 사실 시골살이를 하겠다고 마음만 먹었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러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우연히 이 땅을 만나게 됐죠.” 아내의 말에 남편은 “어떤 것을 하겠다고 할 때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따지면 늘 미비한 점이 생기게 마련이라 계획만 세우다 말 수 있어요. 우리 부부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았지 어느 지역이 좋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미리 땅을 준비해놓지도 않았죠. 그런데 인연이 되려면 일이 참 우연치 않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파주는 적성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동생을 만나러 자주 오갔던 곳이라 눈에 익은 곳이기도 하고 그런 인연으로 적당한 곳을 찾다 지금 프롬나드가 있는 자리를 만나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인다. 부부가 원하는 크기의 아담한 땅, 멀리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산 중턱에 자리한 위치가 마음에 딱 들어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다는 부부.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컨테이너로 지은 살림집이자 음악 카페 ‘프럼나드’이다.



지난 해 1월 컨테이너하우스 짓고 전원생활 시작
남편 김기호씨는 이 집을 짓기 전 집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정했다. 노후에 욕심내지 말고 부부가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과 절대 집짓기에 돈을 들이지 말자는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컨테이너 하우스였다. “집하나 지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중간에 생각지도 않은 일도 생기고 추가로 경비가 더 들어가는 일이 흔합니다. 그런 수고를 줄이고 실속을 택한 것이 컨테이너 하우스죠. 완성되기까지 어려움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건축비나 집 짓는 기간 면에선 매우 만족스러워요. 사는데 전혀 불편함도 없고요.” 김기호씨는 덧붙여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직접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고장은 어느 정도 손볼 줄 알아야 해요. 특히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꿈꾼다면 더욱 그렇죠. 도시처럼 수리업체가 바로바로 올 수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컨테이너하우스는 은퇴 후 전원주택으로 추천할 만 합니다”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부부의 컨테이너하우스는 2016년 1월 완공된 후 독특하고 예쁜 외관으로 주택 관련 잡지와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컨테이너하우스 2층에 음악카페 ‘프럼나드’의 문을 열었다. “카페 이름이 원래 ‘프럼나드 오브 뮤직’으로 ‘음악의 산책’이란 뜻을 담았죠. 그런데 오신 분들이 줄여서 ‘프럼나드’, ‘프럼나드’라고 부르다 그냥 ‘프럼나드’가 됐어요.(웃음) 카페를 열었지만 이곳에서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고 연 것은 아니에요. 둘이 즐기기엔 많은 LP판이 있고 또 고전명화 등 DVD가 있어서 많은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럼나드’가 일상의 쉼터 같은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은퇴 후 남편의 바람을 진작 알고 그 꿈에 동의했던 아내는 재직 시부터 베이커리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남편 김씨는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원했던 터라 준비에 손이 많이 가는 식사 메뉴를 제공하진 않지만 베이커리와 아이스크림, 향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고 웃는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지나가다 마주칠 만한 장소가 아니니까 당연히 처음엔 손님이 없었어요. 그러다 한 분 두 분 찾아오기 시작해 입소문이 나고 매스컴에도 알려지면서 이제 찾아오는 분들이 쏠쏠해요. 주말이면 아지트처럼 음악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문화 사랑방이 된답니다. 프럼나드에서는 창밖으로 해가 떠서 질 때까지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습니다. 임진강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으니 우리 일상은 매일 해넘이 축제지요. 이만하면 은퇴 후 생활로 충분히 자족할 만하지 않습니까?”
이런 부부의 삶이 알려지면서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들어 주말이면 음악과 영화뿐 아니라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복고풍 음악 카페라서 부부와 비슷한 연배의 손님들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젊은 부부나 데이트 족들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인근 군부대의 중대장이나 장성들도 이곳에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러 온다는 김기호씨는 “요즘 군인들이 우리 때와 달리 상당히 샤프하고 문화적이에요. 군부대 문화도 보니까 상당히 바뀌었던데요. 한 달에 책 3권씩을 읽고 독후감을 내는 것에 놀랐어요. 그래서 군부대 중대장에게 건의를 했습니다. 병사들의 포상으로 ‘프럼나드’에서 마음껏 영화를 보고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어떠하겠느냐고요”라고 한다.
남편의 말에 아내도 100% 동의한다면서 “우리 바람은 이곳이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는 것이지요. 개인 공간이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픈해서 욕심 없이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요”라고 덧붙인다. ‘프럼나드’에서 자족한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닮고 싶고 부러운 노후의 모습이다. www.lpmusic.kr 031-949-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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