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칠 토’+‘논할 론’의 합성어이다. 다시 말해 주관을 가지고 상대의견을 반박하고 공격하는 말하기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부정과 반박의 논리로 일관해서는 원활한 토론 결과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토론은 사람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입장과 견해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을 짚어내고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비교 판단, 개선하여 화합을 이루는 과정이다.
성장기 과정에서 토론 학습은 독단과 독선을 경계하는 마음자세를 형성하여 주고,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인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고력을 심어 준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토론 문화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토론 문화가 정상적으로 싹트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먼저 초‧중‧고생 아이들과 어떤 논제를 주고 토론을 시작하고자 하면 아이들의 눈과 귀와 입이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게 된다. 간혹 외국유학생이라도 합류하게 되면 확연히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언어는 자기 정체성과 자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의식이 부족한 아이는 주관을 내세우지 못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정상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이들은 누구든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지만 부모의 교육관이 권위적이고, 기성문화에 대해 지나친 수용성을 추구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그에 동조하고 순응하게 된다. 부모의 가치관에 동일시하여 성장하는 우리의 아이들은 권위적이고 순응적인 가치관에 따라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봉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과격하고 급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미처 손 쓸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한 번 눈, 귀, 입을 닫은 아이에게 다시 ‘자유’를 주기란 감옥에서 수인(囚人)을 탈출시키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초등학생을 교육하는 교사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동심(童心)의 순수와 창의성은 그렇게 해서 관습의 틀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토론 논술’은 그런 기성의 감옥을 거부한다.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눈과 귀와 입을 막는 잘못된 권위와 관습을 반성하고 비판하게 하여 자의식과 자아 정체성을 심어준다. 그것이 꾸준한 독서활동과 토론, 글쓰기를 통해 다져져야 온전한 시민사회, 민주사회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의 언어사회는 자신의 생각을 소견 있게 말하면 ‘쓸 데 없이 나선다’거나 ‘잘난 체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두려워서 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러한 잘못된 언어생활과 아이들의 귀와 입을 막는 어른들의 관습적이고 권위적인 언행은 없는지 가정에서부터 반성해 보아야 할 때이다.
최 강 소장
독해 전문가, 미담(美談)언어교육 연구소장
주요이력
현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현 노은 미담 국어논술 학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