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교실 석면 철거 공사 시작됐다]

“올 학부모 총회 때는 천장 갈라진 틈 있나 살펴보세요!”

지역내일 2017-03-09

새 학기가 시작됐다. 새 교실, 새 친구 그리고 새 선생님. 모든 것이 새롭지만 학교 안 유해시설들은 안타깝게도 그대로이다. 교실 안팎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석면 자재. 학교 운동장의 납 범벅 우레탄 트랙. 고양시 교육지원청은 올 겨울 관내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석면 철거 공사를 실시했다. 고양시 관내 학교의 석면 철거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60%가 ‘석면 학교’, 전면 교체까지 최소 10년
고양시 관내 초·중·고를 비롯한 유치원 284개교 중 석면에 노출되어 있는 학교는 모두 171개교로 전체 60%가 이에 해당된다. 고양시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사립 및 단설유치원 115개교 중 58곳, 초등 88곳 중 60개교, 중등 41개교 중 28곳, 고등 36개교 중 24곳, 특수학교 4개교 중 1곳이 석면 철거 대상이다.
고양시 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석면 철거 예산을 확보하고 약 7,700억 원을 들여 관내 해당 학교에 대한 석면 철거 공사를 지난해 겨울부터 실시하였다. 올 겨울 방학동안 공사를 마친 학교는 내유초, 원당초, 백신중, 원당중, 일산중, 능곡고, 주엽고, 화수고 등 모두 8곳이며 백석초와 고양초, 백마초, 성사초, 행신초, 고양고, 백석고 등 7개 학교는 올 여름방학 기간 중에 철거될 예정이다. 나머지 156개 학교에 대한 공사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건물의 노후화가 석면의 비산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므로 오래된 학교를 우선적으로 교체 대상으로 선정했다”라며 “관내 모든 학교가 석면을 교체하는 데는 약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1급 발암물질로 철거 공사 때 더 위험
석면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을 통해 그 가루를 마시면 2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석면폐, 악성 중피종을 유발시킬 수 있다. 석면은 내열성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되는데 건물의 노후 및 균열 등으로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 비산화가 진행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석면 자체보다 비산화 되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석면 먼지.
천장 마감재로 사용된 석면텍스 보다 철거 공사 시 발생하는 석면 가루가 아이들 건강을 더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앞으로 학교 석면 철거 공사가 진행될 경우 제거사업 완료 후 비산 먼지 잔존 여부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인천지역 일부 학교에서 석면 철거 후 교실 바닥, 신발장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방학 중에 진행된 석면 철거 공사가 오히려 학교 교실과 복도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양시 교육지원청은 “석면 제거 공사 현장은 불 침투성 비닐로 공간을 밀폐하는 한편 음압기를 설치해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주의하고 있다. 특히 석면 제거 후에는 비산석면 농도를 측정해 고용노동부에 통보, 기준치 이하일 경우에만 비닐을 제거하고 무석면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교체 작업한 고양시 관내 8개교는 석면 철거 이후 농도측정 결과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복도 천장은 제외 ‘반쪽뿐인 철거 공사’
학교 내 석면이 사용된 곳은 주로 교실 천장, 복도 천장, 화장실 칸막이 등이다. 교실과 복도 천장을 살펴보면 석면이 함유된 건축재인 텍스(펄프 찌꺼기, 목재 부스러기 따위를 압축해 만든 널빤지)로 천장이 마감되어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석면 철거 공사를 계속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사실 현재 집행된 예산은 오롯이 교실 천장 교체에만 해당된다. 아이들이 매일 이동하는 복도는 석면 철거 대상에서 제외돼 반쪽짜리 공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교실 안 석면 철거도 10년을 내다보는 상황에서 복도 공사는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학교 건물의 노후화가 진행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복도 쪽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인근 공사장의 진동, 배수관 노후화로 천장 및 벽 갈라짐, 지진 등 외부 환경의 요인으로 자재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무너져 내려 석면이 노출될 경우 오래된 학교와 마찬가지로 우선 공사 대상 학교가 된다”고 밝혔다. 교내 천장의 균열, 갈라짐 현상에 대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학교 홈페이지 공기 질 측정 결과 ‘보세요!’
석면의 유해성에도 불구하고 제거 공사가 십년대계로 지연되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한 학교 공사기간이 40일 정도 걸리다 보니 공사가 방학기간 동안에 몰릴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의 경우 기간이 짧아 보통 겨울방학에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고양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동기간에 사업이 진행된다”며 “석면 철거 공사 과정에서 안전성을 감시하는 감리원 확보도 경쟁이 치열해 공사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100여 곳이 넘는 관내 석면사용 사립유치원의 경우 초·중·고 공사가 마무리 된 이후 철거 공사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유아를 둔 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미경씨는 “석면의 위해성에 대한 낮은 인식과 교육당국의 늑장 행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라며 “이번 학부모 총회 때는 무엇보다 천장과 화장실 칸막이 균열 여부 등을 좀 더 자세하게 관찰해 아이들의 안전 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든 학교는 학교보건법상 1년마다 공기 질을 측정하고 석면안전관리법상 6개월마다 석면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데 적합 및 부적합 결과 여부를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김유경 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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