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교사의 교육 현장 이야기_교단일기_운중고등학교 교사 추진호]

“이제 공부를 해볼까 합니다”

지역내일 2017-03-07

학년이 바뀌면 다시 공부를 해보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이 많다.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거나, 한때 열심히 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원하는 학생들이다. 어렵게 결심했겠지만 그 결심을 이어나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써본다.



공부는 마음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내 중학교 시절, 명상록이라는 일기장 비슷한 걸 쓰고 담임선생님께 검사 받아야 했었다. 한번은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다.”라고 썼더니 선생님께서 빨간 글씨로 “공부는 마음만으로 되는게 아니란다.”라고 답글을 달아주셨다. 선생님이 뭔가 써 주신게 고맙긴 했지만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는데요?’라고 다시 댓글을 달고 싶었었다. 나름 어렵게 마음을 먹었는데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니... 약간 서운했었다. 지금의 나에게 이런 학생이 있다면 ‘공부는 마음만으로 되는게 아니고, 몸도 함께 가야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몸이 익숙해 지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새해가 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큰 맘 먹고 PT(Personal Training)를 시작했다. 마침 제자 중 한명이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어서 그 친구에게 한달정도 운동을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체육관을 가는데 최근에 스케줄이 엉켜 갑자기 혼자 운동하게 된 날이 있었다. 몇주간 배웠기에 잘 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등근육을 쓰는 운동은 잘 되지 않았다.
조금은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다.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해보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열심히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집에서 복습하거나 새로운 문제를 풀어보려 하면 잘 되지않아 답답한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일단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는게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는게 좋다.
그날 운동을 마쳐갈 때 내 트레이너가 스케줄에 대해 사과하며 어느 운동이 제일 힘들었냐고 잠깐이라도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등에 힘이 잘 안들어 간다고 했더니 옆에서 살펴보며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바로 잡아 주었다. 등운동이 아직 완벽하게 몸에 익진 않았지만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더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절실함이 절실하다
트레이너에게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들으면 참 기분이 좋다. 꼭 1주일에 세 번은 채우려 하고 할 때마다 질문도 열심히 한다. 내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훌륭한 ‘회원님’이 된 이유는 절실함에 있다. 그 계기는 어깨 때문이다. 작년부터 한쪽 어깨가 좋지 않아 병원에 다녔다. 움직이면 통증이 있다보니 전체적인 신체활동도 위축되고 마음도 쉽게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고 위기탈출 하는 기분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는데도 나만의 이유가 있으면 열심히 하는 힘이 된다. ‘돈 많이 벌기위해’, ‘결혼 잘하기 위해’, 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같은 세속적인 목표라도 좋다. 간절하기만 하다면. 정말로 공부를 ‘제대로’ 그리고 ‘열심히’ 한다면 그 이상의 것을 바라게 되리라 믿기에 지금은 조금 ‘세속적’이라도 좋다. 시작할 수 있다면.


공부의 기본은 책 읽기
운동하다 쉬는 시간에 트레이너가 “저는 제 일 관련된 책은 잘 보는데, 다른 책은 완전 수면제에요. 책을 좀 읽어야겠는데...”라고 말했다. 그 순간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이 바뀌어 예전 담임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네가 나한테 운동 가르치는 거 생각해봐. 쉬운 것,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잖아. 어려운 것은 조금씩 시간을 두고 접근하고.”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당장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너무 어려워 오래 집중하기 힘들면 이전 학년의 교과서부터 공부해 기초부터 닦는게 중요하다. 혹시 교과서라는게 싫은 학생이라면 소설책이라도 먼저 읽자. 모든 공부의 시작은 독서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도 자녀가 공부하는 기본을 위해 책을 읽는다면 분량과 시간을 정해 같이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이 부끄러워지게 만들자
소설가 김중혁은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옆 사람과 비교하다가 보면 초라해지기 쉽고 그런 마음이 들면 힘도 빠진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더 힘이 나고 즐겁게 공부하리라 본다. 오늘 거울을 보니 운동 시작하기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아 즐거웠고 운동을 더 하고 싶어졌다. 


Everybody gets a second Chance.
마지막으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Don’t you just love new years? Everybody gets a second chance.
(새해 정말 좋지 않아요? 우리 모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잖아요?)”학생들과 교사에게 새해인 3월 2일이 막 지났다. 우리 모두 갖게 된 이 Second Chance를 잘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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