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에 물어보다

지역내일 2017-03-01

새중앙상담센터 심리상담연구소 행복나무
신명선 미술치료사


아마도 작년 3,4월쯤인 것으로 기억된다.
운동 겸 공원을 돌고 걸어오다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갓 입학하여 아주 앳돼 보이는 여자 아이둘이 큰 가방을 매고 나오면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집은 몇 평이니? 우리 집은 42평이야. 이번에 새로 큰 집으로 이사를 왔거든.”
그러자 옆에 있던 아이가 약간 쭈삣 거리며 “글쎄 ... 난 정확히 잘 모르겠네, 이십 몇 평인가 삼십 몇 평인가?” 아이들이 점차 멀어지며 그 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한동안 아주 씁쓸하게 아이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라기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친구지간에 정말 아파트 평수를 묻는구나 하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어찌 보면 이런 대화를 하게 된 아이들의 배경에는 분명 그 부모가 큰 몫을 하였을 거라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혹은 정말 그 아이는 친구의 아파트 평수가 그리 궁금하였던 걸까?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살던 집은 일명 동네에서 살구나무 집으로 불리어지던, 말 그대로 낮은 담 위로 아주 큰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그런 집이었다. 난 아직도 그 집이 몇 평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집 마루에 누워 뒹굴 거리며 나른한 오후에 낮잠을 자고 마당에서 흙장난과 소꿉장난을 하며 나무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구나 감을 따먹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간혹 우리가 정말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떠올리며 기억하게 될 집이란 어떤 걸까?
지금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우리 집은 32평에 베란다를 터서 더 넓었고 40인치 큰 TV에서 50여개 이상의 채널을 볼 수 있었어’ 라고  기억하게 된다면 이건 좋은 기억일까 나쁜 기억일까?  
그리고 여전히 부모들이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이유가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좋은 차라면, 그리고 그것이 성공이라고 믿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유년시절은 행복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참 인상 깊게 읽은 책 중에 어린왕자가 있다. 이 책은 비단 어린 시절에만 읽어야 할 책을 벗어나 어른들에게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고 이 책에는 이미 많이 인용되어 너무 유명해진 말이 나온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많이 매달려 있다. 친구들도 공부를 잘 하는지, 내게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보고 사귀고 또 친구의 외모역시 너무 중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나름 잘 꾸미고 외모가 잘 생기거나 예뻐야 친구사이에 인기가 많다는 건데 그러면서도 정작은 내 진짜 마음을 알아주고 진실하게 소통할 수 없어 사람보다 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동물밖에 없다며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제 1의 친구로, 가족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최소한 동물은 제 주인을 집 평수나 외모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므로 그러니 이쯤 되면 정말 제대로 마음에 물어볼 일이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내 집은 진짜 몇 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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