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이동윤외과의원’ 이동윤 원장(대한외과의사회 고문)

건강, 나눔… 달리는 의사의 삶을 살다!

피옥희 리포터 2017-02-10

잠원동에서만 20년 넘게 환자들과 함께해온 ‘이동윤외과의원’ 이동윤 원장(대한외과의사회 고문, (사)한국달리는의사들 전 회장).
좋아했던 달리기를 모든 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나눔’으로 되돌려주고 있는 그는, 여전히 ‘달리는 의사’ 펀 러너다.



마냥 달리고 싶었던 시골 소년
의사로서의 삶, 그리고 달리기

“이제 할머니가 되셨어요?”
내원한 환자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이동윤 원장의 첫 마디. 그동안 오고 갔던 실로 많은 사연이 담긴 이 말 속에 의사로서의 지난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곧 손주가 생길 것 같다’는 환자의 지난 근황을 기억하고 다시 방문한 환자를 반갑게 맞아주며, 몸이 불편한 환자를 진료할 땐 ‘많이 아팠겠다’고 마음의 위로까지 더하는 참말 살가운 의사의 모습이다.
외과의사로서 외길 인생을 걸어왔지만, 그에겐 의사 외에 달리는 삶을 빼놓을 수 없다. 60년대 여느 시골의 풍경처럼 이 원장 역시 어릴 적 마을 양지 바른 담벼락 밑에 모여서 친구들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기하고, 공을 차며 뛰어 노는 것이 유일한 즐길 거리였다.
“의사가 된 뒤에도 달리기는 계속했습니다. 1997년 10월 23일 춘천 마라톤대회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하며 짜릿한 펀 런의 기쁨을 만끽했고, 그때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달리고 있죠.”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린 42.195km
가슴 벅찬 페이스메이커의 삶  이동윤 원장은 2000년 뜻 맞는 의사 동료들과 함께 ‘(사)한국달리는의사들’을 결성, 광화문 마라톤모임에서 페이스메이커로 활동했다. 김명민 주연의 영화 <페이스메이커>로도 잘 알려진 이들의 역할은 일정한 속도로 달리며 다른 선수가 목표로 하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남을 위해 최상의 페이스를 유지해 결승점에 이를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러너, 마라톤의 고수이자 진정한 펀 런을 즐기는 ‘행복한 나눔 러너’이기도 하다.  
“페이스메이커로 활동하며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완주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한쪽 팔을 서로 끈으로 연결해 보조를 맞춰 달린다는 것, 같은 곳을 향해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쁨이지요. 자폐아동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기도 했는데요,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고, 이젠 그 아이가 다른 자폐아의 페이스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어서 가슴 벅차고 대견하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페이스메이커를 두고 ‘희생하는 러너’라고 말하지만 그에게 페이스메이커란 ‘가슴 벅찬 러너’인 셈이다.



의사로 소명 담은 레이스 패트롤 활동
심폐소생술 전파해온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 원장은 페이스메이커 외에도 레이스 패트롤로 활동해왔다. 레이스 패트롤은 마라톤대회에서 응급상황에 대처하거나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조치를 취하는 의료팀으로 (사)한국달리는의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마라톤대회 현장에서 대회 참가자와 가족들은 물론, 오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하는 등 온 국민의 ‘건강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저희에게 심폐소생술을 배운 대회 참가자가 있었는데, 일주일 뒤 새벽 대학원생이던 딸이 쓰러져 119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서 위급한 상황에 잘 대처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달리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흔히 달리기를 혼자만의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동윤 원장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팀플레이는 없어도 함께 보조를 맞춰 달리고 긴긴 레이스 중 만나는 무수한 사람이 모두가 한 팀이라는 게 마라톤의 묘미요, 팀워크라는 것이다.



‘(사)한국달리는의사들’의 따뜻한 행보
소아암 환우들에게 4억 2,000만 원 기부   

이동윤 원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달리는의사들 회장을 역임했다. (사)한국달리는의사들은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스 패트롤 활동 외에도, 2002년부터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모토로 매년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를 개최해왔다.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낸 참가비를 모아 1회 대회부터 작년 13회 대회까지 총 4억 2,000만 원을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하며 따뜻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매년 4~8명의 소아암 환자를 추천하면 이들에게 500만원씩 기부하는 것이다.
올해도 5월 14일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우들과 함께 하는 ‘제14회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금까지 기부에 동참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행복한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함께 달리겠습니다.”
10여 년 전 ‘잠원동 달리기 동호회’를 만들어 지역주민의 건강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잠원동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재입주 전까지 자택을 잠시 옥수동으로 옮겼지만 잠원동까지 매일 10~15km를 달려서 출·퇴근 하고 있다. 일상 속 달리기의 기쁨을 ‘달리는 의사라서 행복하다’는 말로 대신하는 이동윤 원장. 얼굴에 번지는 미소 속에 그 옛날 시골 마을을 달리던 한 소년의 얼굴이 교차된다. 달리는 것이 마냥 즐거웠던, 그 옛날 순수한 소년의 미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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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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