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동 탄천초등학교 맞은편, KT먹자골목 안에는 아담한 밥집이 하나 있다. 마치 내 집에 들어선 듯 신발 벗고 들어서면 좌측 주방에서 딱 우리 엄마 같은 정겨운 모습의 주인아주머니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요리를 하고 있다. ‘엄마, 배고파요. 밥 빨리 먹고 싶어요’하면서 고개를 잔뜩 숙이고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뜨끈한 마룻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음식이 오길 기다린다. 푸짐하게 차려나오는 얼큰 수제비 한 그릇에 추위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가슴이 쫙 펴지는 것만 같다. 몸이 춥거나 마음이 추울 때 찾게 되는 곳, 바로 정자동 ‘뜨락에’다.
정자동 명물 ‘떡볶이 나라’의 손맛이 그대로
사실 ‘뜨락에’는 정자동 KT골목에서 독보적인 떡볶이와 튀김으로 10년 넘게 명성을 떨쳤던 ‘떡볶이 나라’의 한현숙 대표가 2015년 겨울,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아들과 함께 문을 연 곳이다. ‘떡볶이 나라’를 운영할 때부터 한 대표의 정갈한 손맛은 유명세를 탔던 터라 ‘뜨락에’는 문을 열자마자 인근 직장인들과 주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주 메뉴는 국수와 수제비로 날씨가 쌀쌀해지면 잔치국수, 김치말이국수, 들깨수제비, 얼큰 수제비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 날씨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일부러 나와 김치볶음밥을 찾는 직장인들도 많은데, 대부분 손님들이 ‘엄마가 해주는 밥’ 같다며 깨끗이 그릇을 비우곤 한단다.
‘떡볶이 나라’ 시절에 단골이었던 여고생들이 아기 엄마가 되어 친정집 드나들 듯 방문하면 주로 멸치육수에 김치와 삭힌 고추를 갈아 넣은 얼큰 수제비를 시키는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 즉석에서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꾹꾹 주먹밥을 뭉쳐주거나 간장비빔국수를 말아준다. 간장비빔국수에는 어린이들의 영양 균형을 위해 어린잎을 소복이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마 손맛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의 손맛도 기대하세요
한 대표는 “우리집 주방과 가게의 주방에서 쓰는 식재료는 동일하다”며 “단가가 있더라도 음식의 기본이 되는 소금은 최상급 송화소금을 사용하고, 설거지 세제도 친환경 중성세제를 쓴다”면서 “이제는 다 컸지만 가게를 시작했을 때 중학생이었던 내 자식들이 가게에 와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던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을 맺었다.
그 때 엄마 가게에 와서 진짜 엄마 밥을 먹던 큰 아들 박준형씨가 10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엄마 일을 돕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엄마의 가게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가게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고 ‘손맛 좋은 엄마 피’도 물려받은 것이다. 엄마가 하루 전날 손반죽을 해 숙성시킨 수제비 반죽을 떼는 동안 아들은 옆에서 김치를 쫑쫑 썰어 볶는다. 본인이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다고 할 때 느끼는 기쁨이 삶의 동력이 되는 걸 보며 인생을 ‘요리’에 걸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당신의 하루가 유독 고단할 때, 정자동 ‘뜨락에’를 방문해 보라. 토요일은 휴무, 오후 2시 3O분부터 2시간의 브레이크 타임이니 피해가길.
위치 분당구 정자동 128번지 1층 102호
문의 031-711-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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