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기획② 2018학년도 강남 재수생과 부모를 위한 재수(N수) 조언

재수의 첫 걸음, 부모와 자녀의 갈등부터 풀어라!

재수하면 실패? 새로운 선택의 기회 주어진 것 … 자녀는 부모의 트로피가 아니다

피옥희 리포터 2017-02-02

2018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재수를 결심했다면 부모든 자녀든 ‘실패했다’는 좌절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강남지역에서 재수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11월 16일(목) 수능 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부모와 자녀 모두 결코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내게 된다. 학업도 학업이지만 심리적 압박감과 서로간의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수율이 높은 강남에서 재수로 입시에 성공하기 위한 첫 단추. 재수생(N수생 포함)과 부모의 갈등 사례 속에서 그 해법을 찾아봤다.
도움말 김명숙 소장(압구정 마인드케어 & 성신아동청소년상담소), 박찬주 강사(진로·심리 상담전문가)

부모가 던지는 무언의 비판적 몸짓
자녀의 상실감과 죄책감 부추겨

‘강남에서 재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강남지역의 재수율이 워낙 높다보니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재수를 결정한 부모와 수험생 자녀는 말 못할 가슴앓이로 심리적 불안을  한다.
부모는 스스로 정성과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학에 떨어졌다는 자책을 하고, 자녀는 그런 부모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좌절감을 넘어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재수의 첫 단추를 바로 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압구정 마인드케어(EAP 전문기업 ㈜다인부설)’ 및 ‘성신아동청소년상담소’ 김명숙 소장은 “고3 때는 1년만 공부하면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지만 재수를 결정하고 나면 그것을 한 번 더 겪어야하므로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들 중 70~80%는 이런 자녀를 보며 과거의 못마땅한 행동까지 모두 떠올려 ‘네가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는 비판적인 무언의 바디랭귀지를 한다. 자녀가 그것을 느끼면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좌절감과 상실감을 더욱 부추겨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수=실패’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갈등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대치동 진로·심리 상담 전문가 박찬주 강사(교육활동가)도 “부모와 자녀에게 재수는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자녀가 힘든 상황을 버티고 이겨내는 것은 결코 부모도 대신해줄 수 없는 소중한 성장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강남지역 학생들의 재수 갈등 상황
사회적 지위 높은 부모일수록 기대치 높아  

교육열이 높은 강남지역은 고학력자에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들이 많아 그만큼 자녀에게 거는 기대도 높다. 자녀도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낮아지고, 실패를 넘어 죄책감마저 느낀다. 김명숙 소장과 박찬주 강사의 강남지역 재수생과 부모의 상담 사례를 재구성해 해법을 찾아봤다.


“절대 아빠만큼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강남지역에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아버지들이 많다. 과거 어려운 시절을 직접 겪으며 엄청난 노력으로 사회에 진출, 성취해냈다는 것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왔다. 그러다보니 ‘그 어려운 시기에 아빠도 했는데, 너는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공부하잖아’라는 무언의 압박감을 보낸다. 겉으로는 “괜찮아, 할 수 있는 만큼 해”라고 말해도 자녀는 아버지의 속마음을 읽게 된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난 뒤에 겪은 좌절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 솔루션1  “과거와 현재의 교육적·사회적 환경 비교 금물”  
“강남 학생 중에는 ‘아빠를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놓는 재수생이 매우 많습니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 세대가 살았던 과거와 수험생 자녀들이 겪은 현재의 경쟁구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입시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과거를 기준으로 자녀를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불필요한 좌절감을 갖고 살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대신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은 4차 혁명이 일어나는 시대이다. 과거처럼 배운 것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옳다고, 좋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자신감을 갖고 과거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라’고 심적 부담감을 털어내 버리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어야 합니다.”  


“부모님의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어요”
강남지역에서 대학입시를 논할 때 ‘눈높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고학력자 학부모가 많다보니 의대나 소위 ‘SKY대’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부모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탓도 있겠지만 또래집단의 분위기 역시 이와 비슷해, 막연하게 ‘합격할 것’이라는 생각은 대학입시 탈락과 동시에 부모와 아이 모두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는다. ‘재수하면 돈이 이만큼 드니 000대학은 꼭 들어가야 할 텐데’, ‘내가 대학에 못 들어가면 아빠, 엄마가 나를 창피해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자존감이 더욱 낮아지고 재수 기간 내내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 솔루션2  “자녀는 부모의 트로피가 아님을 인정해야”
“강남지역 학부모들 중에는 자녀의 성적과 입시 결과가 마치 부모의 트로피인 양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입시 로드맵을 세우고 발품을 팔아가며 설명회에 다니고 입시 정보를 취합해 학원 스케줄을 잡고 몸에 좋다는 각종 보약을 해먹이며 온종일 자녀를 위해 뒷바라지 합니다. 하지만 성적이 떨어지거나 입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동네 창피해서……’라거나 ‘학원비를 얼마나 쏟아 부었는데 대학에 떨어지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녀교육은 투자 대비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이자 성장해가는 삶입니다. 무조건 눈높이를 높여 ‘조건형 교육마인드’를 갖는 것은 버려야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자녀가 심적 부담감을 덜고 재수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부모님도, 저도 말만 했다하면 싸워요”
재수생뿐 아니라 고3 수험생 중에는 유독 더 날카로워져 부모님과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공부 유세를 떤다’ 생각하고, 자녀 입장에서는 ‘공부가 얼마나 힘든데 내 맘도 몰라주느냐’며 서로 극한의 대치 상황을 이어가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수험생 자녀에게 쩔쩔 매거나 혹은 정반대로 자녀에게 독설을 내뱉는 부모도 있다. 자녀 역시 마찬가지. 부모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화풀이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혹은 마음의 문을 닫고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투명인간처럼 생활하기도 한다. 하루 빨리 재수생활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루하루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는 경우다.

→ 솔루션3  “부모는 한 발 물러나기,    자녀는 책임감을 가질 것”
“계속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긴장감이 팽배한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 불안해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아이가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면 부모는 한 발 물러나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수가 실패는 아니지만 아이가 뭔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스스로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입니다. 반대로, 자녀가 재수 기간 동안 예민하게 군다면 윽박지르기보다 ‘재수는 부모가 새로운 기회를 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이제 성인이며 고등학교 때 부모의 보호를 받던 때와 다르니 책임감을 가지라’고 차분하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 공부를 얼마만큼 하는가에 따른 결과 분석도 스스로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만, 부모가 직접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학교나 학원 선생님 등 아이가 믿을만한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도 도움될 것입니다.”


“잠깐 쉬는 것도 부모님 눈치가 보여요”
재수생뿐 아니라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감시 모드’에 돌입한다. 특히 빽빽한 학원스케줄을 철저히 관리하는 남다른 교육열을 지닌 부모라면 자녀의 수험생활 동안 완벽한 시간 관리로 공부에 매진하길 바란다.
내향성인 A학생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온전한 휴식이지만, 외향성인 B학생은 쉬는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하지만 자녀의 성향은 안중에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며 화를 내기도 하고,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툭하면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난다며 탐탁지 않아하는 부모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녀는 부모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 솔루션4  “부모도 관심사나 취미생활로 눈 돌려야” 
“자녀의 성향을 어느 유형으로 쉽게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서 공부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자녀에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다만 성향에 따라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다르고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다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재수생들은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다 보니 쉬면서도 불안해하곤 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집에서 음악이라도 듣고 있으면 ‘음악들을 시간이 어딨냐’며 잔소리를 퍼붓기 일쑤입니다.
툭하면 친구들을 만나는 자녀를 보며 ‘친구 만나 놀려고 그 비싼 돈 들여 재수시키는 줄 아냐”며 잔소리가 터집니다. 이러한 갈등 상황은 부모자녀 간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되곤 하는데요. 부모가 자녀의 입장을 더 이해해주고 조금은 관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의 일상에 지나치게 관여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재수생과 부모의 갈등 원인을 제거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Tip  재수생과 부모를 위한 관계 개선 팁

하나 시험불안? 휴식 시간엔 편안한 일상 이야기로 긴장 풀 것
공부 중독도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공부도 안 되는데 불안한 마음에 책상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쉬고 있을 때에도 불안해한다. 또, 아이가 쉬는 것을 보면 엄마도 불안해한다. 집에서는 공부나 입시 주제보다 편안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으며, 또래집단에서 배우고 깨닫는 것이 많으므로 자녀가 교우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또, 부모와 자녀 모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둘 객관적인 성적 분석으로 약점 파악해 학습 우선순위 정할 것
막막한 목표 설정은 부모와 자녀 모두 힘들어질 수 있다. 재수를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수능 성적을 분석해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야 한다. 학습 기능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된다면 그에 필요한 학업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부모도 감시자나 잔소리 역할이 아닌, 응원자가 되어야 한다.  

셋 새로운 환경 선택 전, 마음을 다잡는 시간 가질 것
재수를 하는 경우 원초적으로 성적에 대한 패배감,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재수는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얻은 것이기에, 여건이 된다면 목표를 새롭게 잡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갖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행을 하며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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