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과 같은 유명 미술관들이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짬이 날 때마다 미술관을 순례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대표적 쇼핑과 향락지역인 강남에도 제법 그럴듯한 대형 미술관이 등장해 화제다. 가끔씩 일어나는 호사의 충동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곳을 찾아가봤다.
미술관 같지 않은 미술관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로 나와 학동사거리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외벽이 투명유리로 설치된 현대식 빌딩이 보인다. 이곳이 최근 문을 연 ‘K현대미술관(KMCA)’이다. 건물 외관이 전혀 미술관 같지 않아 입구 위에 쓰인 ‘K Museum of Contemporary Art’라는 빨간색 간판을 보지 못하면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뭔가 텅 빈 듯한 느낌이 든다. 유리를 통해 바깥풍경이 보이는데다 내부 공간이 기존의 미술관보다 훨씬 넓고 높기 때문이다. 왼쪽에 자리 잡은 카페 겸 식당은 흰색 테이블에 컬러풀한 의자를 매치해 그 자체로 예술작품 같은 효과를 낸다. 전시를 둘러본 후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2개 전시 진행 중
미술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총 6개의 전시실(총면적 4,300m²)로 구성돼 있다. 작품 감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 내려오면서 하거나 아니면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올라가면서 할 수도 있다. 계단 중간 중간에도 작품이 걸려있기 때문에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이곳에서는 개관기념 특별기획전으로 2개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지하 1층과 2, 3, 4, 5층에서 열리고 있는 <Before the Beginning and After the End>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로, 박생광·전혁림·육근병·이용백·홍경택·정진용이 참여한다. 박생광 화백의 회화 ‘고행기’와 ‘열반기’, ‘명성황후’ 등과 한국 미디어 예술계의 차세대 거장 육근병과 이용백이 박생광과 전혁림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연중무휴에 오후 10시까지 문 열어
1층 로비에서 진행 중인 <로비스트 쇼(Lobbyist Show)>는 옴니버스 형식의 개인전이다. 강정헌·고명근·구성수·박선기·유봉상·임상빈·정현의 조각, 설치, 평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인 ‘로비스트 쇼(Lobbyist Show)’는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로비(Lobby)’와 특정 목적의 열혈수행원 ‘로비스트(Lobbyist)’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개관 초기여서인지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 각층마다 설치된 전시실이 무척 넓고 쾌적해 작품 하나하나를 여유 있게 감상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시실마다 앉아서 쉴만한 의자가 없다는 것. 입구에서 만난 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현대미술관에 대한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치: 강남구 선릉로 807(신사동 666-7)
전시: 개관기념 특별기획전 진행 중 평면, 조각, 설치, 영상 작품 등 90여점
전시일정: 2016년 12월 26일(월) ~ 2017년 3월 31일(금)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중무휴
관람료: 성인 12,000원, 중고생 8,000원, 어린이 7,000원
문의: 02-213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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