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잘 읽는 방법 중 하나는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는 것이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혼자만 품고 있기 버거운 감정을 공유하다 보면 책의 내용이 오랫동안 기억된다고 한다.
평범하지만 흔하지 않은 ‘죽전독서모임’. 스마트폰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이게 됐다는 이들은 첨단 속에서 아날로그의 소중함을 알고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으로
지역 독서모임 모집
‘죽전독서모임’을 취재하기 위해 죽전 카페거리 ‘셀렉토 커피’를 찾았던 날은 공교롭게도 12월 31일 토요일, 2016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송년 모임으로 여기저기 휘청거릴 시기에 이곳에 모여든 14명의 회원들은 낮 시간부터 두 파트로 나뉘어 오랜 시간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런 날 독서모임을 하다니, 꽤 오래된 특별한 사이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난 2016년 9월에 모임이 처음 만들어졌단다.
이날 그들이 함께 읽은 책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테이블에는 전자책을 비롯해 각자가 읽은 여러 판본의 ‘이방인’이 놓여있었다. ‘죽전독서모임’을 처음 만든 모임장 황태경 (34·용인 죽전)씨는 본인이 지역에서 독서모임을 간절히 하고 싶었다고 한다.
“친구 소개로 스마트폰 소모임 앱을 알게 돼 설치한 후 지역에 독서모임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했죠. 짧은 시간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집됐는데 현재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은 10~15명입니다.”
‘죽전독서모임’은 ‘소모임 앱’을 깔고 가입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 죽전카페거리에서 모이는데 한 달에 세 번은 각자가 자유롭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모두가 지정 도서를 읽고 그 책에 대해 토론을 펼친다고 한다. 지정 도서는 만인이 알지만 제대로 읽지 않은 고전을 주로 선택한다.
고전 함께 읽으며
편하고 쉽게 감상 나누는 모임
“사람들이 파편화된 관계에 많이 지쳐있어요. 일과 휴식의 중간 지점 관계의 필요성에 다들 공감하죠. 사람들을 소외시킨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관계를 달리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분당에서 온 권우근(32)씨의 말이다.
이들은 이해관계가 없고 감정이 섞이지 않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오히려 편하고 더 솔직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진지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 인생 가치관을 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고 한다.
이 모임에는 4명의 운영자가 있는데, 그 중 유일한 여성 운영진인 신명인(35·용인 수지) 씨.
“스테디셀러인 고전이 읽을 가치는 있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껴요. 출판사의 무겁고 고정화된 서평이 오히려 사람들이 고전을 접하기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희 독서모임에서는 책을 읽고 실생활에 비추어 느끼는 감상을 쉽고 편하게 나누고 있어요. 그래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누구의 의견이든 수용하는 자세로 편하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죠.”
책 함께 읽는 것의 행복 알게 돼
신문에서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알고 가입하게 됐다는 조희진(34·용인 구성)씨. 매년 새해마다 독서를 결심해도 혼자 읽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해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도록 자신을 강제하고 싶다고 한다.
“일상에서 주제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데 모임에 나와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박학다식한 분들 보면서 많이 자극도 받습니다”라고 조 씨는 덧붙였다.
평소에 간절히 독서모임을 원했다던 한지혜(56·용인 죽전) 씨. 혼자 읽고 쓰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모임에 나와 나눔과 공유의 행복도 느꼈다고 한다.
“내 나이또래 사람이 적은 게 아쉬운데, 젊은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젊어지는 것 같아 좋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책을 읽을 때보다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이현숙(35·용인 수지) 씨. “한해의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하고 좋은 분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앞으로 꾸준히 잘 나오기로 약속했어요”라고 답변했다.
모임장 황태경 (34·용인 죽전)씨는 “신년 거창한 목표보다는 누구나 모임에 문을 두드리고 책을 읽고 부담 없이 나누며 물 흐르듯 꾸준하게 이어졌으면 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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