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출신 촌놈이 권력을 갖겠다는 야망으로 검사가 돼 권력의 실세와 만나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킹>이 지난 18일 개봉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피해자 입장이 아닌 권력자의 시선으로 다룸으로써 문제점을 더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무겁고 심각한 것만은 아니다.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져 씁쓸한 면도 있지만, 중간 중간 풍자와 해학이 넘쳐 무거운 주제에 흥미 요소를 더했다.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는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라도 좌지우지 하는 권력의 실세인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자신도 왕의 권력을 갖고자 하는 욕망으로 위로 나아간다. 결국 그 속에서 청춘, 가족, 친구까지 모두를 잃고 나서야 ‘정상적인 검사들처럼 살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영화는 박태수와 한강식을 주축으로 권력을 위해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내치는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검찰조직의 실태와 당하면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는 비열한 정치 엔지니어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건도 김치처럼 맛있게 묵혔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먹어야 된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정권이 바뀌면 세력이 바뀐다. 검찰 라인이 바뀐다.”, “정치는 반드시 보복을 하게 돼있어, 그게 정치 엔지니어링이야.” 등의 대사는 권력자들의 부조리한 실태를 잘 대변하다.
정우성과 조인성 두 별의 연기뿐만 아니라 한강식의 행동대장 검사인 양동철 역할을 맡은 배성우의 찰진 연기와 박태수의 고향 친구이자 조폭인 최두일 역할을 맡은 류준열의 실감나는 의리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민주화운동,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정권 교체 때마다 보여주는 역대 대통령들의 대선 장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장면 등 80년대부터 이어지는 굵직한 사건들의 실제 장면들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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