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미래의 수많은 생명과 희망을 지켜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미래의 희망을 키워내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한 ‘2016 생명존중 수기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우리 동네 박채필씨를 만나 삶과 희망, 웃음과 행복에 얽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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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치료의 출발은 행복한 가정 만들기
육군 부사관 출신으로 29년간 군에서 복무한 박채필씨는 제대 후 사회복지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상담심리전문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뼈 속까지 군인이었던 그가 상담심리학 박사가 된 배경에는 2008년 군대 내 자살 문제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군내 자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어요. 육군에서는 사병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그린캠프라는 심리상담교육기구를 만들었어요.”
그 후 3년 반 동안 그린캠프에서 위기 징후의 군인들을 만나면서 그는 웃음치료와 미술・음악치료, 봉사활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군인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450여 명의 군인들을 만나면서 그들 사이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바로 온전한 가정을 가진 병사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혼이나 사별, 가정불화, 폭력, 학대 등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기억이 어른이 돼서도 본인들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린캠프에서의 경험을 통해 가정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는 그는 상담치료의 출발점은 결국 부모와 가정이라는 결론을 얻었고 그때부터 좀 더 어린 청소년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을 만나 ‘넌 할 수 있어! 넌 소중해! 삶은 늘 이렇지만은 않아!’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서 청소년의 자존감을 높이려 노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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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상담 끝에 지켜낸 소중한 생명
“한번은 모 고등학교에 자살예방 교육을 간 적이 있어요. 강연이 끝나고 한 학생이 제게 다가와 명함을 달라고 했어요. 자신이 매우 불안하다면서요. 그날 밤 그 학생이 제게 전화를 했고 그때부터 그 학생과의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가정폭력과 불화로 인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그 학생과 수차례 만나며 박씨는 그 학생 속에는 뜨거운 삶의 의지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한번은 그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는 정말 성공적인 멋진 삶을 살고 싶은데, 지금 현실이 너무 힘들다, 지금 죽으려 하니 지나온 16년의 삶이 너무 아깝다고.”
그 후 박씨는 그 학생의 아버지를 찾아가 대화를 요청했지만 처음에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결국 그 아버지도 자식 문제에 있어서는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신의 아들이 지금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해결책은 당신 밖에 없다는 말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부모는 없는 것 같아요.” 결국 그 학생의 아버지는 박씨와 오래 상담을 하면서 ‘두란노 아버지 학교’에 입교해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쳤다고 한다.
박씨가 경기도 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한 ‘2016 생명존중 수기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바로 이 학생의 사연이 토대가 됐다.
당신은 보석 같이 소중한 사람
학생들이나 학부모, 복지기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는 박씨는 학부모들을 교육할 때 꼭 강조하는 게 있다고 한다. ‘자녀들 앞에서는 일부러라도 부부가 오순도순 행복한 모습을 보이라’는 것. 행복한 가정은 내 자녀를 ‘명품 자녀’로 키우는 비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억지웃음이라도 웃음은 행복한 감정을 불러옵니다. 부부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면 자녀도 함께 행복을 느끼지요. 행복한 가정을 가진 아이들은 절대 가출이나 자살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점을 당부한다고 한다. “첫째 ‘나 자신은 70억 인구 중에 단 한 명 뿐인 보석 같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줍니다. 둘째로는 ‘나 외에도 타인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자’고 합니다. 누군가 힘들어 할 때 그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되거든요. 사람들은 외로움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곤 하지만 내 편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절대 삶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초・중・고와 복지기관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그는 다양한 활동만큼 많은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자살예방센터 경기지부장을 맡으면서 한국청소년건전문화육성협회 임원이자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나이와 상관없이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질병과 가난, 무능력 등이 원인이 되는 노인 자살 문제와 실업으로 인한 청년 자살 문제도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기도 자원봉사센터로부터 자원봉사 우수 표창을 여러 번 수상한 그는 자살예방 교육뿐 아니라, 웃음치료사이자 행복소통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고 행복해지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게 바로 웃음이지요. 불행이 나를 잠식하기 전에 ‘웃음’으로써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그냥 한번 씨익 웃어보세요!”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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