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아마 이럴 줄 몰랐을 거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은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의 옷을 입었다. 극중 이름도 진현필이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실물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3만여 평범한 사람을 속여 4조원을 가로챈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 도피한 후 중국에서 사망신고가 됐지만 여전히 그 행방이 미스터리로 남은 이가 바로 조희팔이다.
진경이 연기하는 김엄마는 세월호 유병언과 관련된 구원파의 신엄마, 김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느끼게 해서 보다 강한 긴장감을 느끼도록 하고, 악을 응징할 때 강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한 일들이 뻥뻥 터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이 더 강하고 기막히다 보니 영화는 그저 단순 오락영화 정도로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세 남자 캐릭터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팔색조 매력과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이병헌은 왜 그가 할리우드에서 부름 받는 배우가 되었는지 증명하고, 지능범죄 수사팀장 김재명 역할을 위해 10kg이나 몸을 불렸다는 강동원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행보를 이어나간다. 능청스러움과 유쾌함을 겸비한 박장군 캐릭터의 김우빈은 자칫 어둡게 흘러갈 수 있는 영화 속에 웃음을 선사하며 세 사람의 에너지 앙상블을 완성한다. 영화 후반부의 카체이싱 장면은 압도적이다.
전작 <감시자들>에서 서울 도심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던 조의석 감독은 이번에는 무대를 필리핀으로까지 넓혔다. 현지 경찰 차량 18대와 140명의 실제 경찰을 동원해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덱판 스트리트에서 촬영을 감행한 <마스터> 팀. 강동원은 위험천만한 운전 장면을 실제로 촬영했고, 스턴트맨이 카메라가 부착된 차량을 몰아 같은 속도로 촬영을 감행해 생생한 추격 장면을 살렸다. 속고 속이는 관계와 숨통을 조여 오는 추격, 빈틈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서울과 필리핀을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 등 매력이 차고 넘치는 영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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