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

지역내일 2016-12-22

저 역시 살아온 날 만큼을 더 살아가야 하는, 아직 학부모님들이나 선배 원장님, 강사님들만큼의 나이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기를 돌이켜보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지금 2010년대를 살아오면서 체감하는 여러 사회적, 물리적 변화들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편적인 예로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온 중학교 때, 중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집전화로 전화를 하고 편지를 쓰고 답장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일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많이 낮선 풍경일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많은 물리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에 따른 생활패턴이나 가치관 역시 많이 바뀐 듯합니다.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에 발맞추어 트렌디함이 강조되는 여러 분야의 모델들이 발전하고 또 소비되고 또 사라지고 또 생겨납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쳐온 15년 가까이 되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기 동안 입시제도만 해도 무척이나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수능이 중심이었다가, 수시가 중심이었다가, 입학사정관제는 또 무엇이며, 학생부 종합전형은 또 무엇이며... 거기에서 파생되는 입학 전형만 해도 인지하기는커녕 하나하나 숫자로 세기조차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아이들을 가르치는 필드에서 저조차 이렇게 느끼는데, 일하시랴, 아이 키우시랴 바쁘신 부모님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뀌는 제도에 따라 교육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분명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한동안은 자기주도학습이 타이틀이 되었다가, 메타인지나 플립러닝이 한차례, 그 사이에서 우리아이가 일반고를 가야 대학 입시에 유리한가, 자사고나 특목고를 준비해서 진학해야 입시에 유리한가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확실한 정보나 확인된 데이터가 없어 불안해하시는 어머님들도 많이 봐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이에 우리 아이는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 것인가, 어떻게 공부를 시켜야 할 것인가 갈팡질팡 많은 고민과 실패를 하신 학생, 어머님들도 많이 봐 왔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메타인지라는 말 역시 최근 3년 사이에 등장해서 교육에 있어 중요한 타이틀이 된 듯 싶습니다. 그런데 분명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제 주변에 자기주도학습을 한 친구들도 있었고 메타인지능력을 통한(아는 것에 대한 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인지. 중요한 것은 그 이후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실천력입니다)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믿고 있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방법보다는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 아무리 좋은 방법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어도 공부하는 목적이 확실치 않고 공부하는 자세가 좋지 않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고 계속해서 변화가 빨라지는 시대이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공부라는 것은 방법이나 기능의 변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목적과 열망,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 것은 강사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공부를 하려면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싫어합니다.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막연히 싫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고는 있는데 막상 내가 했던 만큼의 보상이 성적으로 주어지지 않아 힘겨워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공통점은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고 힘겨워 한다는 점입니다. 공부라는 것도 일종의 고행이고 훈련입니다.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참고 해야 하는 것을 먼저 하는 과정입니다. 모르는 문제를 먼저 가르치는 것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를 알려주는 것이 선행되면 그 이후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올해 수능이 끝나고 찾아온 결과가 좋지 못한 제자는 작년에도 그랬고 그전에도 그랬듯 똑같은 말을 합니다.
“그땐 왜 몰랐을까요, 그때 선생님 말을 좀 들을 걸 그랬어요...”
결과가 좋은 제자 역시 같은 말을 합니다.
“그땐 선생님 말을 안 믿었는데 그래도 하니까 됐네요...”


노성종 원장
오르투스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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