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독서모임’]

순수한 책 읽기의 즐거움, 다시 ‘고전’으로~

이난숙 리포터 2016-12-17

태어나서 지금까지 꽤 여러 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그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책은 어릴 적 처음 읽었던 세계 명작동화다. 세상에 오로지 내 눈과 책만 있던 시절, 어른이 되어 읽은 책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처음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나 ‘플란더스의 개’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영원불멸의 고전이기 때문 아닐까.



책 읽기의 기본은 ‘고전’~
옛 서적 중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예술작품을 일컫는 고전.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전읽기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일산 주부들의 대표 인터넷 카페 ‘일산아지매’의 ‘고전 독서모임’ 회원들도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지난 월요일 오전 일산아지매가 운영하는 ‘더 봄 센터’에서 ‘고전 독서모임’ 회원들을 만났다.
‘고전 독서모임’은 인문학 독서모임 ‘책 만남’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주축이 돼 지난 해 11월부터 부터 시작됐다. 책 읽기 모임이 많고 또 대부분 인문학 모임이 대세인데 왜 고전일까? 회장 문화라씨는 “회원들 대부분 인문학 독서모임 ‘책 만남’에서 함께 한 이들이지요. 함께 모여 최근 발간된 인문도서를 주로 읽다보니 그곳에서 언급되는 고전서가 많았어요. 그중에서 예전에 읽은 것도 있고 또 유명하지만 놓치고 만 고전들이 있어 책 읽기의 기본인 고전으로 돌아가 보자고 생각을 모으게 됐습니다”라고 한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 정기모임을 갖는다는 회원들은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이렇게 말했다. “모든 책 읽기가 그렇지만 고전도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을 때 내게 맞게 재해석 하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읽어 좋았던 책, 그런데 두 번 읽어 다시 좋았던 책, 그래서 읽을수록 새삼 새 책을 읽는 듯한 새 감동이 빚어지는 책, 그것이 고전 아닐까요?” 


토론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깨닫게 돼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독서모임이야 많지만 '고전 독서모임'은 좀 특별한(?) 모임이다. 그들의 모임을 잠깐 들여다본 것뿐이지만 아마 어느 모임보다 진지하고 열띤 토론의 힘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 권의 책을 놓고 늘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반론을 펼치기도 하면서 단순히 책을 많이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게 된다는 회원들. 이들은 서양고전, 동양고전, 논어, 명작소설을 번갈아 가며 읽는데 그동안 읽은 책은 격몽요결, 명상록, 호모 사피엔스, 소크라테스의 향연 등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좋은 고전을 찾아 ‘되읽음’의 여운을 즐기는 오래도록 유지해나가는 것이 저희 회원들의 꿈입니다. 고전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독서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고요.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책이라는 동질감 때문 인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시간이 늘 기다려집니다"라고 고전 독서지락을 털어놓는 회원들. 앞으로도 고전 읽기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그들은 삶을 은은한 향기로 가꿀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고전 독서모임’은 매년 1~2회 일산아지매 카페 공지를 통해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고전을 읽다보니 시대상은 달라도 그 당시 사람들의 고민과 지금 우리들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고전에 담긴 메시지가 지금 실제 생활에 그대로 연결된다고 할까요. 저는 특히 ‘격몽요결’의 ‘접인장’에서 가령 남이 나를 헐뜯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아이 앞에서 읽어주기도 했어요. (문화라씨)

한 달에 한 번 고전을 읽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좀 더 깊이 있는 독서가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좋은 책을 읽는 뿌듯함, 고전 중에 저는 동양고전이 와 닿아요. 5살 딸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답이 고전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박지혜씨)

저도 인문학 모임 ‘책 만남’에서부터 지금의 고전 독서 모임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혼자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게 될 테니 아마 동양고전은 쉽게 집어 들지 않았을 거예요. 함께 책 읽기는 독서의 편향성을 버리고 다양한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 매력이죠. 교과서에서 제목만 보았던 책을 읽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어요. (표은숙씨)

저 역시 고전을 혼자 읽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전을 읽다보면 생활에 밀접한 삶의 지혜들이 담겨 있어 쉽고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저는 어느 날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도서관에서 제가 읽는 책을 찾아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마음속으로 좀 놀랐어요. 아이가 무심한 것 같아도 제 모습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하고요. (연승연씨)

고전을 읽다보면 특히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있어요. 저는 ‘호모 사피엔스’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고전은 당장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것보다는 내면 깊이 있다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책 속에서 읽었던 어떤 문구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함께 토론을 하다보면 좁은 나만의 생각에서 좀 더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문희정씨)

동네모임에서는 육아나 소소한 생활사 얘기만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함께 책을 읽는 모임에서는 좀 더 진지한 의견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는 것이 좋아요. 각자의 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깨닫는 것도 많답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여러 사람의 의견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박소연씨)

저는 책 읽는 모임, 이 자체가 즐거워요. 그중에서도 고전을 읽은 경험이 다른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함께 고전 책 읽기를 하면서 혼자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하지만 독서의 힘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아요. (김선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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