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마을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우거진 나무 한 그루도, 묵직한 바위도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우리 마을을 넘어 먼 이웃마을까지, 국토의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알리는 ‘에코마을학교’.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중히 여기는 그곳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 마을도 그렇다
12월 8일 저녁, 화곡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에코마을학교’의 방학식이 있었다. 사진 슬라이드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들을 되짚어보고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은 내내 화기애애했다. 영상을 보고 난 뒤 여름휴가라도 다녀온 것처럼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남자가 나타나 재미있는 강의 형식으로 활동보고를 대신했다. 역사투어 프로듀서로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에코마을학교’의 대표 권태운씨(57세)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화곡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로 재직했던 권태운 대표는 2013년 명예 퇴직한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을 탐방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동을 마을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몸담았던 시민단체인 ‘교육자치시민회’를 통해 ‘에코마을학교’를 준비했고 지난 4월 문을 열어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
구립도서관 프로그램이나 학부모, 마을공동체 등의 다양한 모임을 통해 학생이 된 마을주민들은 삶의 터전인 강서지역을 비롯해 서울의 문화유산 명소를 찾는 ‘서울시티투어’와 철원, 군산, 강릉 등 전국을 체험하는 ‘테마여행’ 등에 참여했다.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비경과 역사가 담긴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 이들은 자세히 알고 나니 각 마을의 산이며 강이며,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까지도 더 예쁘게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김임자(등촌3동, 57세)씨는 “등빛도서관의 ‘걸어서 동네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0주 동안 빠지지 않고 강서지역을 다녔다”고 자랑했다. “32년째 강서구에서 살고 있지만 우장산 등산만 했지 다른 곳은 가볼 생각을 못했어요. 개화산, 궁산, 봉제산, 강서습지생태공원 등을 다니며 동네를 다시 보게 됐지요. 버스를 타고 간 서촌나들이에서는 ‘이상문학관’을 방문했는데 우리 역사와 문학에 대해 시야가 트이고 감동을 가슴에 새기는 귀한 시간이었답니다.”
마을공동체 ‘에코사랑방’통해 강서의 아름다움 알려
권태운 대표를 비롯한 에코마을학교의 운영위원들은 강서지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일에 더 많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하기위해 머리를 맞댔다. 강서구에 드러나지 않은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강서8경, 엽서로 나온다고 전해라’라는 주제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신청해 높은 점수로 선정됐다.
권태운 대표는 “강서구립 등빛도서관과 푸른들 청소년도서관에서 진행된 ‘걸어서 동네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의 수강생들과 함께 강서8경을 찾아다녔다”며 “강서8경 찾기는 ‘양천고을을 사랑한 사또, 겸재 정선’의 그림을 따라 나서는 시간 여행이자 정신문화 탐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찾은 강서8경은 구암공원의 광제바위, 소악루에서 바라보는 한강, 서남환경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개화산 하늘 길 전망대 등 8곳이다. 강서8경을 넣어 제작한 엽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강서구를 홍보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태운 대표는 “강서구청의 지원 및 강서구립 등빛도서관과 푸른들 청소년도서관의 각별한 배려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며 “수업이 있을 때마다 일일이 간식을 챙겨 준 ‘에코생협’과 함께 걸으며 강서8경을 찾아낸 수강생들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체계적인 역사문화콘텐츠로 확산시키고파
에코마을학교의 앞으로의 활동범위와 목표는 크고 무궁무진하다. 회원제로 운영해 인원을 확보하고 우수한 역사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점차 확산시켜나갈 생각이다. 어린 학생들이 지역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권태운 대표는 “에코마을학교는 아직 완성된 학교가 아니다”라며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에코마을학교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마을학교 권태운 대표
강서8경이라는 엽서를 제작했지만 사실 강서는 100경 이상으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유산이 많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야 할 강서구의 우수한 문화를 더 공부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도움을 준 덕분에 모임을 잘 꾸려왔는데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더 모으고 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진희씨(발산동, 41세)
에코마을학교의 운영위원과 에코마을학교를 후원하는 에코생협 강서지구 조합원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아이가 어려 매번 참석하지는 못해도 개화산, 상사마을, 겸재 정선 박물관 등을 탐방하면서 강서구는 구석구석 보석 같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멀리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박미영씨(화곡동, 55세)
40년을 강서구에 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혼자서 다니기 쉽지 않은 장소를 함께 갈 수 있어서 즐거웠답니다. 여러 비경 중에서도 양천향교 뒤편의 소악루가 가장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에코마을학교에서의 배움을 통해 우리 지역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됐어요.
남미영씨(화곡동, 49세)
에코마을학교의 총무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로 바쁘지만 주말을 이용한 강릉, 군산 등 전국테마여행은 빠지지 않고 다녔지요. 출발하는 버스에서부터 시작되는 권태운 선생님의 차원이 다른 해설로 역사관이 뚜렷해지고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가슴에 채우고 돌아오는 시간이 된답니다.
문의: 권태운 대표 010-3136-1535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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