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의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해 주는 훌륭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 유능한 친구는 때때로 자신을 신뢰해주는 우리의 뒷통수를 사정 없이 후려치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의 결과나 미국 대선의 트럼프 당선 결과만 보더라도 이 친구의 괴팍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라고 일갈한 19세기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영국 수상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이 아직도 종종 인용되는 이유이다.
입시 전략에서도 통계는 무소불위의 위력을 과시한다. 통계는 입시 전략에서 농구계의 마이클 조던이나 축구계의 메시처럼 절대적인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의 입시는 이미 수시전형의 지배를 받고 있다. 수시모집 비중은 2018‘학년도에 전체 모집인원의 73.7%를 차지한다. 입시의 대세가 수시라면 수시의 대세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교협은 표1과 같은 통계를 던져주고 이는 매스컴을 타고 모두에게 공유된다.
표1 2018‘학년도 전형 계획
표1을 보면 대세는 학생부교과전형(40.0%)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전국 4년제 대학 전체의 통계로, 서울지역 소재의 대학을 지망하는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재학중인 학생들이 지방대를 목표로 상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표2. 2018‘ 상위 11개 대학 전형 계획
표2는 매스컴들이 ‘학종전성시대’를 논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소위 인서울 상위권 대학의 전형을 살펴보면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40.0%에서 8.3%로 급감한다. 이는 논술 전형은 물론 특기자 전형에게조차 밀리는 수치이다. 심지어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은 모집조차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은 23.6%에서 54.5%로 수직상승한다. 전체 수시 모집의 과반을 차지하는 수치다.
표3.
학교명 | 전형방법 | 1등급-5등급 점수차(100점 기준) |
연세대 | 학생부12.9 | 4 |
서강대 | 논술60+학생부40 | 0.12 |
성균관대 | 논술60+학생부40 | 0.5 |
한양대 | 논술 | 0 |
중앙대 | 논술60+학생부40 | 0.32 |
건국대 | 논술60+학생부40 | 0.28 |
시립대 | 1단계:논술100 | 0.4 |
경희대 | 논술70+학생부30 | 0.2 |
21.2%로 그 뒤를 잇는 논술전형에서도 통계의 맹점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신점수 반영비율은 40%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기본점수를 준 후 6등급 이하부터 점수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내신의 반영점수를 무력화하고 있다. 내신 비중이 40%라면 1-5등급 점수차는 20점이 넘어야 하는데 표3에서 보듯 대부분 1점조차 되지 않는다. 실제 위 대학들의 논술합격자 절반 정도가 내신 3-6등급 학생들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소소한 예시일 뿐 통계는 실제로 훨씬 많은 다면적 얼굴을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통계의 일면만을 보고 어떤 판단을 내린다면, 그 통계는 거짓말을 넘어 새빨간 거짓말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엄인성 소장
국풍2000학원 입시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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