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호매실 스위첸 사랑방에선 알록달록 즐거운 이야기들이 피어오른다. ‘카멜레온과 애벌레’, ‘방귀쟁이 며느리’ 등 동화책이 인형극으로 만들어져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관객이 얼마 안됐는데 이젠 장소가 비좁을 정도로 많은 입주민들이 공연을 보러 온다”는 이금자 부녀회장은 “동화구연 동아리가 주민 간 가교역할을 하는 것 같아 기쁘다”며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허허벌판에서 일군 동화구연 동아리,
소통의 시작
2014년 8월 입주를 시작한 호매실 스위첸 19단지는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에 뚝 떨어진 외로운 섬 같았다. “주변이 막 개발되기 시작한 때라 도서관, 문화시설도 하나 없이 정말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였다”며 강상철 관리소장은 그때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던 차에 2015년 초 부녀회를 중심으로 ‘호매실 스위첸 19단지 동화구연 동아리’가 공연을 시작하면서 입주민과의 첫 소통이 시작됐다. “처음엔 동화구연 한다고 해서 너무 시대에 동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36개월 된 외손녀가 동화구연이나 인형극을 기다리고 젊은 세대들도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내가 많이 메말랐구나 싶었다”는 송현순 부회장은 부녀회장의 열정과 노력에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이순호 회원은 “우리 아파트에만 있는 동아리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 더욱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부녀회장은 “동화구연 동아리는 마을르네상스 공모사업으로 100여개가 넘는 사업 중 부녀회가 중심이 된 사업이며, 그중에서도 동화구연 동아리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을 이었다.
동화구연을 매개로 더욱 끈끈해진
자생단체들과의 협력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아파트 부녀회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게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친목도모의 의미로 부녀회를 만들고 각자 회비를 모아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자체적으로 방범활동도 하고 열심히 단지와 주변 청소도 했죠.” 그러다가 입주민 전체를 위해 뭔가 또 다른 봉사거리를 찾던 중 자신이 가진 동화구연 자격증으로 문화공연을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15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부녀회는 공연 준비를 위해 저마다의 파트에서 열심을 다했고 이런 노력들이 좋은 결실이 되어 이젠 외부에도 소문이 나서 도서관이나 장애인복지관에서 공연 요청을 하고 봉사도 나가고 있다.
처음엔 부녀회를 자생단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불편한 시선들이 이젠 서로 긴밀히 협조하며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다는 이 부녀회장의 얘기에 강 관리소장은 “1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입주자대표회의 승인을 받는 일이 사실 쉽지 않을 텐데 그런 부분을 잘 지켜주고 이해해줘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다른 아파트에도 부녀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거 같아요. 단지를 위해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하듯이 작은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면 주민화합과 친목도모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송 부회장은 우리가 부녀회의 롤모델이 되어주고 있다고 자신했다.
아파트에 갖는 편견도
호매실 스위첸 19단지에선 예외
“각 단체들이 단합이 잘 되는 편”이라는 김경혜 부회장은 “단지 행사나 청소 시에 많은 분들이 나와서 도와준다”고 했다. 입주 전 ‘LH’에서 ‘호매실 스위첸 KCC’로 아파트 이름을 바꾼 것만 하더라도 입주민 간 단합된 요청과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입주자동호회-부녀회-입주자대표회의 상호 협조로 8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말 간판과 등기부등본 상 ‘스위첸 KCC’라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아파트 자랑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김옥란 회원은 수원 지리를 잘 몰라서 이곳에 살아야 하나 싶어 몇 번이나 수원과 타 지역을 들락거리다가 호매실 스위첸 19단지에 안착했다. 김 회원은 “조경도 잘 되어 있고 공기도 정말 좋다. 무엇보다도 부녀회를 만나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됐다. 아이돌보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부녀회장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동화구연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들려줬다. 이제 이사 온지 1년 정도 된 제갈도순 회원은 “서울에서 주택에 오래 살다가 와서 아파트라는 곳이 궁금했는데 이곳에서의 만남이 너무 즐겁고 활력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봉사활동의 롤 모델로 바로 서기
아파트 엘리베이터 속에서도 소소한 커뮤니티가 오고간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메모를 붙여놓자 그 뒤에 수많은 사람들이 잘했다며 격려의 댓글을 남겨놓은 걸 보면서 사람 사는 맛이 났다고. 이 부녀회장은 “열심히 하다 보면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라는데 요즘 우리 동아리를 도와주는 분들도 많아져서 감사하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와 동대표회에서 재료비를 지원해주고 수원청소년문화센터 협조로 음향센터에서 공연에 필요한 사전녹음도 할 수 있다. 12월에는 ‘가재가 된 진거미’라는 연말공연을 앞두고 있어 회원들은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동화구연, 인형극, 블랙라이트 등 각각 가진 달란트를 십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을 소화하고 있는 부녀회의 동화구연 동아리는 그렇게 호매실 스위첸 19단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봉사를 통해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그들이 누리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호매실 스위첸 19단지는...
위치 및 교통_ 주소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로 166번길 63. 84㎡ 11개동 1050세대로 구성돼 있다. 서울로 가는 직행 좌석버스 외에 과천봉담 도시고속화 도로의 호매실 나들목이 있어 서울이나 지방으로 내려가기 편하다. 신분당선 남부연장 2차 구간인 광교중앙역~호매실역 구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거 및 교육환경_ 패스트푸드점, 병의원, 학원 등 주요 상권이 19단지 앞에 형성돼 있고 권선구청과도 인접해 있다. 호매실천 수변공원이 가깝고 주변으로는 호매실 도서관, 능실종합사회복지관, 호매실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의 공공시설이 있다. 능실초, 금호초, 능실중, 호매실고 등의 교육환경이 갖춰져 있다.
단지 특징_ 전 세대가 남향 위주로 배치, 조망권과 일조권이 최대한 확보됐다. 남서쪽으로는 푸른 숲이 우거진 칠보산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지고 이에 어울리게 단지 내 녹지공간도 넉넉하게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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