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한 번에 끝내는 일회성 봉사와 지속성을 갖춘 봉사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남을 가르치는 봉사는 일회성으로 끝날 수 없는 봉사인데다 어지간한 끈기 없이는 유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배우는 이들이 잘 따라와 주어야 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한 동네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선배들 3명이 중학생 후배들과 함께 시작한 가르치는 봉사가 빛을 발하고 있는 동아리가 있다. 동네 선·후배 10명이 인연을 맺은 ‘ENC’ 동아리다. 이들은 지역아동센터 한 곳을 정해 꾸준히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좌로부터 김민수 김윤채 조성우
선배들이 이끌고 후배들이 키워내
후배들 중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봉사를 시작한 학생들은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시간이 흘러 감회가 깊다. 조성우(불당중 1)군은 “이왕 하는 봉사를 좀 더 의미 있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나도 발전하는 좋은 봉사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끔 늦잠을 자고 싶지만 가기로 약속한 일이었기에 꾸준히 약속을 지켰고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미취학부터 골고루 다니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무조건 좋아할 상황은 아니었다. 또래 학생 또는 형 누나들이 자신들을 가르친다고 왔으니 말이다. 멋쩍고 어색한 건 사실. 김민수(불당중 1)군은 “아이들은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요즘은 더 적극적”이라며 “이제는 뭘 배울지 궁금해 하며 의욕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군은 “알파벳도 잘 모르던 아이가 지금은 읽고 쓰기까지 한다”며 흐뭇함을 나타냈다.
학생들은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쉽고 재미나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 나만의 케이크 만들기, 문화재 조형물 만들기,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어 중국어에 더욱 친숙해지게 만들어 주었다. 장래희망이 교사인 김윤채(불당중 1)양은 “영어 중국어 모두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게 자료를 만들고 일대일로 가르치니까 아이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NC 동아리를 주도한 이연진(천안여고 2)양은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시간은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눠줄 수 있어 매우 기쁜 시간이다. 아이들이 드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ENC 동아리 학생들, 봉사활동 모습
상대방 더 이해하게 되고 성적향상까지
봉사를 시작한 학생들의 한결같은 변화는 예전보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 김민수군은 지난 11월 본 텝스 점수가 703점까지 향상하는 성과를 보였다. 형제 간 우애도 깊어졌다. 김윤채양의 어머니는 “윤채가 봉사를 하고나서부터 동생과 사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귀띔했다.
밝고 명랑한 성격을 지닌 조성우군 주위에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왔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변화가 보였다. 중국에서 온 한 다문화 아이는 자신이 다문화가족인 것을 창피해했는데, ENC 수업을 받으면서 남들이 못하는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찾게 됐다. 아이는 ENC와 함께 준비하는 연말공연에서 중국어 노래를 부르기로 약속했다.
학생들은 2016년을 더욱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 아이들과 같이 연말 공연으로 영어 연극을 준비 중이다.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아기돼지 삼형제’를 무대에 올린다. 그동안 배움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의 성과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신감의 열매를 맛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각자 배운 악기를 이용해 장기자랑을 펼치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주려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멋지고 보람차게 보내기로 계획한 ENC 동아리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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