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최초 실버극장 ‘천안낭만극장’ 개관]

어르신들에게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오늘’을 즐길 기회를

노준희 리포터 2016-12-05

언제부턴가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극장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공간에 들어서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은 격하게 환영했다. 지나간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 청춘의 시절과 만나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 등 우리지역에서 먼 곳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천안에도 실버극장이 생긴다. 버들육거리 동남구보건소 맞은편에 어르신들의 낭만을 가득 전해줄 천안낭만극장이 12월 9일(일) 개관한다. 


박진용 대표


어르신들 갈 곳 없게 만들지 말아야 =

“어르신들께 권해드릴 것은 매우 한정적이에요. 젊을 때처럼 흥과 끼가 많은 어르신이 많은데 할 것도 갈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박진용(49) 천안낭만극장 대표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는 “음성적인 콜라텍이 성행했던 이유”라며 “어르신들에게도 잠재된 끼를 분출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 대표는 어르신들의 추억과 낭만을 펼칠 수 있는 실버극장의 필요성을 단번에 느꼈다. 시중 극장가는 중년 세대가 노년 세대와 어우러져 함께 즐길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같이 공유할 기회는 더 적어지게 된다. 함께한 경험이 없으면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소통의 부재는 이러한 경우가 반복돼 나타난다.
자녀 세대가 부모와 동반해 낭만극장을 찾으면 함께 나눈 이야깃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소통의 물꼬를 트면 어느새 부모자식 간의 대화가 친밀해진다. 박 대표는 “사실 어르신들은 무척 얘기하고 싶어 한다. 상대가 건성으로 듣거나 듣지 않기 때문에 더 큰소리로 말하거나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기분을 나이지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화법을 바꾸고 어머니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보니까 이해가 가능하더라고요. 요즘은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어르신 말씀을 경청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극장 내부

인생의 터닝 포인트, 김은주 대표를 만나다

박진용 대표는 “이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사업을 접고 우연히 인연이 닿은 종로 낙원상가 허리우드실버극장에서 김은주 대표를 도운 게 계기였다. 박 대표는 자신과 이 일이 너무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르신들에게 발산의 기회가 생기고 만족해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어요.” 마침 천안 쪽에 오픈하길 기대했던 김은주 대표의 바람을 박 대표가 곧바로 받아들였다. ‘노인의 즐길 권리’를 만들어주려는 김 대표의 뜻에 동참한 것이다. “지금껏 해온 어떤 사업보다 보람 있고 뜻 있는 사업이라 생각했죠.”
그때부터 박 대표는 입지 선정부터 꼼꼼히 챙겼다. 내부시설 자재도 일일이 알아보고 선택했다. 틈틈이 경험 많은 김 대표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박 대표는 극장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극장을 시설하는 것부터 온갖 정성을 들일수록 극장에 대한 애정은 더욱 진해졌다.
주위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천안 개관은 매우 의미 있다. 알고 보면 충남·북·대전·세종 전체에서 유일한 실버극장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개관 시기를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영화보러 가는 날을 손꼽고 있다. 


상영일정표 전단지

현존하는 실버극장 중 가장 최신시설이라 자부

천안낭만극장의 좌석은 170석.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다. 잡음을 제거해주는 흡음판도 설치해 한층 집중할 수 있는 시설에서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현존하는 실버극장 중 가장 최신시설을 자랑한다.
차 한 잔의 여유를 나눌 수 있는 휴게실도 마련돼 있다. 어르신에게는 관람료를 특별할인 한다. 영화표 정가는 7000원이나 만 55세 어르신은 2000원이면 된다. 동반 가족에 한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2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관객으로 등록시 영화상영 일정을 문자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낭만극장다운 특혜다.
박 대표는 주로 60~80년대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어르신 세대의 추억이 잔뜩 배어있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또 부담 없이 즐길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저녁 이후 시간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녁 시간이면 어떤 단체든 대관이 가능하다. 스크린 앞에는 무대가 있고 무대 뒤에는 대기실이 마련돼 있다. 다목적을 고려한 박 대표의 계획성 덕분이다.
“천안낭만극장에서는 어르신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어요. 추억을 되살리고 낭만에 심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니까요. 어르신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41
문의 : 041-622-5773 / 010-8580-8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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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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